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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의 힘, 겉이 아닌 속색에서 나온다

by 조수진

K패션 중 K뷰티의 바람이 거세다. 2024년 인도 시장의 수출은 약 102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야 20.6%가 증가하였다. 미국은 2024년 한 해 동안 약 17억 달러로 전년 대비 54%나 증가하였다.

예전에는 화장품 방문 판매원이 집을 방문해 마사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화장품을 판매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피부톤을 표현할 때 '밝은 톤' '어두운 톤', 고운 피부는 '백옥 피부', 건강한 피부는 '구릿빛'과 같이 묘사하곤 했다. MBTI가 혈액형을 대체 했듯이 요즘은 요즘은 쿨톤(cool tone), 웜톤(warm tone), 뉴트럴톤(neutral tone) 이 밝은 톤, 어두운 톤을 대체한지 오래며 본인의 피부톤을 알아야 화장품 구매가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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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앤조지아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액세서리로 간단히 테스트하기도 하는데, 실버 링이나 목걸이를 걸었을 때 피부가 빛을 흡수한 듯 환해 보이면 쿨톤이다. 립스틱은 푸른빛이 살짝 스친 핑크 계열이 잘 어울리며, 마치 방금 아이스 라떼를 마시고 나온 듯 시원한 기운이 얼굴에 감도는 것이 특징이다. 반대로 웜톤은 골드 컬러의 귀걸이가 잘 어울리고, 립스틱은 코랄이나 오렌지 계열이 어울린다. 마치 지중해 해변에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듯 건강하고 생기 있는 인상을 준다. 뉴트럴톤은 오늘은 로즈, 내일은 코랄처럼 어떤 색을 골라도 피부가 '그거 괜찮네'하고 받아주는 톤이다.

여기서 더 세분화하면 두 단어를 합쳐 ‘봄웜(Spring Warm)' '여쿨(Summer Cool)' '가을웜(Autumn Warm)' '겨쿨(Winter Cool)'과 같이 표현한다. 여기에 'Light' 'Bright' 'Deep' 등을 더하면 더욱 세밀한 구분이 가능하다. "저는 봄웜이에요" "여쿨 라이트예요"처럼 말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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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에서는 톤(tone)보다 언더톤(undertone)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쓴다. 언더톤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영어권에서 말하는 쿨·웜·뉴트럴이 겉으로 보이는 피부색(surface tone)이 아니라 피부 속에 깔린, 쉽게 변하지 않는 은은한 색조를 뜻하기 때문이다. 즉, 톤은 피부 표면의 명암·채도·밝기 등 겉으로 드러나는 색감을 말하고, 언더톤은 피부 속에서 변하지 않고 비치는 본래의 색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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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지니 앤 조지아(Ginny and Georgia) 시즌 2'의 잊을 수 없는 명대사가 있다. "It's a Face, Not a Mask.(얼굴이다, 가면이 아니라)" 장면에서 백인의 조지아의 딸, 흑인 지니는 이렇게 말한다. "Makeup works best if no one knows you're wearing it. Like Georgia says, It's a face, not a mask.(화장은 했는지 아무도 모를 때 가장 효과가 있다. 엄마가 말하듯, 얼굴이지 가면이 아니다)" "If they can see where your makeup ends and your face begins, you've done it wrong.(어디서 메이크업이 끝나고 얼굴이 시작되는지가 보인다면, 그건 메이크업을 잘못한 것이다)"

현재는 시즌 3이 방영중이며 결국에 감옥에 간 조지아가 DIY(Do It Yourself) 법정 스타일 메이크업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두루마리 휴지로 머리를 컬링하고, 볼펜·연필·사탕으로 아이라인을 그리고 립 컬러를 만드는 등, 한정된 도구로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이미지를 완성했다. 시즌 내내 조지아는 법정에서 옷·메이크업·헤어스타일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이미지를 컨트롤한다. 조지아의 DIY 메이크업은 겉모습보다 변하지 않는 언더톤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메이크업의 완성도는 ‘무엇을 바르느냐’보다, 그 색이 나의 속색조와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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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앤조지아 (넷플릭스 제공)



진정한 메이크업의 핵심은 겉으로 보이는 톤(tone)이 아니라, 그 아래 숨어 변하지 않는 언더톤(undertone)을 이해하는 데 있다. 표면 색감만 맞추면 순간적으로는 예뻐 보일 수 있지만, 피부 속 색조와 어긋나면 금세 어색해진다. 나에게 맞는 언더톤을 알게 되면, 립스틱 한 톤, 파운데이션 한 방울만으로도 얼굴이 자연스럽게 빛난다. ‘가면이 아닌 진짜 얼굴’로 느껴지고, 메이크업은 덮어씌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가장 나답게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메이크업이다. 즉, "If they can’t tell where your makeup ends and your face begins, you’ve done it right.(어디서 메이크업이 끝나고 얼굴이 시작되는지 구분할 수 없다면, 그건 메이크업이 잘된 메이크업이다)"

아무리 화장을 덧입혀도 타고난 피부와 색조는 은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겉으로만 연출된 아름다움보다,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본연의 빛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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