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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진에서 패셔널러니까지, 2026 S/S 곽현주 컬렉

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by 조수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6 S/S 서울패션위크'가 한창이다. 5일에 열린 곽현주 컬렉션은 이번 시즌 서울패션위크에서 다시 한번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여성과 남성, 그리고 패션과 문화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디자인 철학은 런웨이 전반에 스며들어 있었다. 감각적이고 대담한 스타일링은 무대를 빛냈고,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특히 체크무늬 롱 코트 위에 보라와 핑크 컬러의 그래픽 프린트를 오버레이한 아방가르드한 룩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이번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곽현주 컬렉션이 단순한 의복을 넘어, 새로운 감각과 메시지를 제안하는 무대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빌리, 루시, 고준 등 패셔니스타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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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주 컬렉션 [사진=조수진 제공 ]


150년 역사를 지닌 블루진의 청청 패션을 시작으로,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베이스볼 셔츠(Baseball Shirt), 원피스형 재킷(Jacket Dress) 등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스타일이 무대에 올랐다. 특히 젠더리스(Genderless), 놈코어 룩(Normcore), 어글리 시크(Ugly Chic)와 같은 현대적 감각이 곽현주 컬렉션의 디자인 언어로 재탄생하며 런웨이를 빛냈다.

블루진(Blue Jeans)은 여러 차례 다룬 적이 있듯, 그 시작은 이탈리아 제노아(Genoa)였다. 이곳에서 난 면직물 데님(denim)이 영국식으로 '진(Jean)'이라 불렸고, 바지를 뜻하는 복수형이 붙으면서 오늘날의 '진스(Jeans)'가 되었다. 185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블루진의 역사적 만남은 바로 골드러시였다. 금을 찾아 몰려든 광부들에게 독일 이민자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는 쉽게 찢어지지 않는 바지를 만들었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전설적인 Levi’s 501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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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주 컬렉션 [사진=조수진 제공 ]


이번 패션쇼에서 눈에 띈 스트리트 룩 중 굵은 레터링이 특징인 오버사이즈 베이스볼 셔츠가 단연 돋보였다. 카고 쇼츠(cargo shorts)에 반복적인 웨이브 패턴으로 그래픽적 재미를 더했으며, 굵은 체인 액세서리로 힙합 분위기를 연출했다. ‘운송 화물’을 의미하는 cargo는 본래 배에서 짐을 나르는 노동자들이 즐겨 입은 작업복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이 탄약과 장비를 수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실용적 주머니는 지금은 패션의 개성을 강조하는 디테일로 자리잡았다. 한때는 “패션 테러리스트”라 불렸던 샌들과 양말의 조합도 최근에는 Normcore(노멀+하드코어), Ugly Chic(어글리 시크) 트렌드로 재해석되며, 패션의 아이러니가 편안함과 자유로운 감성을 표현하는 패셔널러니(Fashionalrny)가 된 듯하다.


끝으로 자킷 드레스는 전통적인 재킷 실루엣(테일러드)에 밀리터리 벨트 디테일을 접목시키고, 다시 스포츠 요소인 양말과 스니커즈로 마무리됐다. 미니 파우치(mini pouches)가 달린 벨트 역시 군복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는 군복을 스트리트로, 다시 런웨이 아트로 재해석한 하이브리드 패션(Hybrid Fashion)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곽현주 컬렉션은 블루진의 역사에서 시작해 베이스볼 셔츠와 카고 팬츠, 그리고 자킷 드레스까지 이어지며 과거와 현재, 스트리트와 런웨이를 하나로 엮어냈다. 젠더리스, 놈코어, 어글리 시크 같은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패션이 가진 자유와 개성을 보여주는 언어가 되었다. 결국 이번 무대는 패션이 아이러니를 넘어 하이브리드 패션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했으며, 런웨이는 곧 패셔널러니(Fashionalrny)의 장이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글 : 조수진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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