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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 패션, 폭풍 속 조용한 럭셔리

조수진의 패션 잉글리쉬

by 조수진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북극성'은 전지현과 강동원의 만남만으로도 강렬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한국형 첩보물이라 불릴 만큼 스케일과 완성도를 갖춘 이 작품은, 유엔 대사 문주(전지현 분)가 대통령 후보 피격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특수요원 산호(강동원 분)와 맞붙는 장면으로 1화가 시작된다. 멜로와 정치 스릴러, 첩보물이 교차하는 독특한 서사라는 평이 이어지며 향후 인기 몰이가 기대되는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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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 스틸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북극성'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하다. 하늘의 Polaris, 곧 북극성은 늘 같은 자리에 머물며 길을 안내하는 별이다. 드라마 속 제목이 상징하는 건 혼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진실과 정의의 기준점을 의미하며, 한국 시청자에게는 길잡이와 방향, 중심축을 떠올리게 하는 은유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반면, Tempest는 '폭풍, 격변, 소용돌이'를 뜻하며 정치적 음모와 첩보전, 권력 다툼이 휘몰아치는 드라마로 제목부터 시사하는 바가 다소 다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희곡 'The Tempest'를 연상시키며 혼돈과 배신, 권력과 운명 같은 테마를 예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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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지현이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북극성'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정치인, 첩보원, 현직 대통령, 재벌가 인사 등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장편에 걸맞은 패션 연출이 눈길을 끈다. 미국 드라마 'Succession'에서 탄생한 명대사 "Money talks, wealth whispers(돈은 말하고, 부는 속삭인다)"라는 말처럼, 재벌가 인사들의 패션은 한마디로'‘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룩이다. 이는 올드머니 룩(old money look)이라고도 불리며, 유행을 따르기보다 퀄리티와 절제를 중시한다. 화려한 로고 대신 원단의 질감과 패턴이 주는 힘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은폐 기술'과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움직이는 방식'을 가리키는 스텔스 패션(stealth fashion)으로도 불린다. 임옥선(이미숙 분), 정영숙 화림(정영숙 분), 장준익(박해준 분)은 이러한 패션을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드라마 속에서 연출한다.

전지현이 시사회에서 입은 재킷이 연일 화제다. 스탠드 칼라(stand collar)가 특징인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double-breasted jacket)으로 단련된 복근을 드러내며 화제를 모았다. 군복에서 영감을 받은 밀리터리 재킷(military jacket)은 권위감과 엄격함, 세련미를 겸비한 모던한 룩을 완성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셔츠에 stand보다 짧은 칼라가 접목된 셔츠를 우리는 흔히 '차이나 칼라'라고 한다. 적당히 포멀하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칼라가 없는 셔츠(collarless shirt)는 영어로는 헨리(Henley)라고 하는데 이는 영국의 Henley-on-Thames 지역의 사공이 유니폼으로 입기 시작하여 지역 명에서 유래한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도 화려한 올드머니 룩이 등장하다가도, 강인한 체력을 다지기 위한 운동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강동원은 2004년 드라마 '매직' 이후 21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왔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카고 팬츠(cargos)든 범퍼 재킷(bomber jacket)이든 그의 몸에 걸리는 순간 더 이상 옷이 아니라 곧 '강동원 룩'으로 재탄생되는 듯 하다.

드라마 '북극성'은 "Power roars, strategy whispers(권력은 포효하고, 전략은 속삭인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정치와 첩보, 멜로가 소용돌이치며 격렬하게 부딪히지만, 북극성처럼 중심을 잡는 진실을 바탕이 스토리의 중심이 될 듯 하다. 조용한 진실 속에서 폭풍 같은 혼돈을 잠재 울 전략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글: 조수진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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