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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사유'하고 '고유'한 특성 키워주는 스웨덴 교육
중간고사 영어 성적이 70점 정도 나오는 아이를 독려하며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아들아, 우리 열심히 해서 80점까지만 만들어 보자. 할 수 있겠지?” 아들이 말하기를 “네, 엄마 열심히 해볼게요.” 기말고사를 치른 후 85점을 받는다. 이를 기뻐하는 엄마는 “아들, 정말 자랑스러워. 우리 이렇게 한 김에 조금만 더해서 90점 넘겨 보면 어떨까?” 아들은 “네 한번 해볼게요.” 방학을 보낸 후 2학기에 치른 시험의 성적에서 무려 98점을 받는다. 너무 기쁜 나머지 학교가 끝나자마자 엄마한테 이 소식을 전한다. “엄마, 저 드디어 거의 100점 나왔어요.” 여기서 엄마의 속내가 드러나는 질문이 시작된다. “정말? 와 정말 장하네, 근데…… 혹시 다른 애들은 몇 점이니? 100점 나온 애가 몇 명이야?” 이렇듯 과정을 중시하다가 결국에는 상대 평가라는 결과를 중시하면서 하게 되는 한국에서 흔히 듣게 되는 대화다.
학기를 시작하는 시기가 보통 3월과 9월로 나뉘는데 한국은 봄학기, 스웨덴은 가을 학기에 시작된다. 학기제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13세~18세까지 중고등학교 과정을 받는다는 점이 유사하다.
◆한국과 스웨덴의 학제 비교 ⓒwww.swedenabroad.se
스웨덴의 모든 국제학교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를 채택하고 있는데 현재 37개 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IB는 1968년부터 스위스 비영리기관 IBO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개발하고 운영하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업평가 프로그램이다.
ⓒwww.ibo.org
IB과정을 채택한 학교는 초등과정 (Primary Years Program (PYP))이 1학년에서 6학년, 중등과정(Middle Years Program (MYP))이 7학년에서 10학년, 디플로마 과정(Diploma Program (DP))이 11학년에서 12학년 과정으로 학교 과제에 대한 기록은 MYP부터 DP까지 기록된다.
한국 학생들이 수능 시험을 보듯 IB 학교 학생들은 12학년 5월에 IB 시험을 치른다. 과목은 총 6과목을 선택할 수 있으며 위에 표에서 설명된 바 같이 45점 중 3점은 기타 에세이 작성 및 봉사 활동이 포함된다
IB 채점 방식은 다른 시험과 상당히 다르다. 우선 시험 문제는 논술형이며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다. 또한 공정성을 위해 내부 평가와 외부 평가가 진행된다.
내부 평가(Internal Assessment)로 학교 과목 담당 교사가 평가하는 점수와 타 학교의 교사나 IBO가 평가하는 외부 평가(External Assessment) 두 가지가 모두 반영되는 만큼 특정 학교가 학생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게 되면 그 학교는 IBO에 의해 공정하지 못한 학교로 평가된다. 전체적인 학교의 명성이 낮아지면 그 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없기 때문에 각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평가에 철저한 공정성을 기한다.
외부 평가 방식은 IB 교육을 받은 교사가 학생이 작성한 답안지를 받게 되는데 이때, 컴퓨터로 채점을 하게 된다. 만약 20개의 답안지를 교사가 채점하게 된다면, 그중에 한 개의 답안지는 미리 가채점된 것이 있다. 이는 공정한 채점을 하는지 감시하는 답안지인 셈이다. 만약 너무 후한 점수를 주거나 낮은 점수를 주게 되면 시스템은 자동으로 중단되며, 그 교사는 남은 답안지를 채점할 수 없게 된다.
과제 평가와 시험 채점은 학생과 교사의 관계, 학교와 IBO 본부와의 관계, 이는 다시 학교와 대학의 관계를 형성하므로 학생 평가에 있어서 공정함을 최우선시하게 된다.
스웨덴 학생들은 모든 과목에 대한 지식의 습득에서 끝나지 않고 배운 지식을 학생의 창의성과 논리성을 바탕으로 말과 글을 통해 평가받는다.
100% 정답과 100% 오답을 가려내는 객관식 시험은 존재하지 않으며 수학 시험조차도 풀이 과정이 없으면 0점 처리된다. 이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지식인이기보다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혜로운 사람을 양성하기 위한 학습 과정으로 보인다.
IB 과제 및 평가
다양한 과제 중 한 달에서 두 달에 걸쳐 완성하는 중요한 과제가 있는데 분량이 대략 4,000자에 이른다. 교사는 평가 기준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며 이는 주로 4가지 분야로 구성돼 있다. (A: Investigating Report Criteria, B: Planning Report Criteria, C:Taking Action Report Criteria, D: Reflecting Report Criteria)
과제 수행 시 학생은 담당 교사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여러 번 에세이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스톡홀름 국제학교(Stockholm International School) 10학년 과제
이렇게 두 달에 걸쳐 작성된 에세이는 IBO에 보내지고, 다른 학교 교사가 이를 읽고 평가하게 된다.
학교의 다른 과제들은 논술형 에세이를 쓰거나 녹음을 해서 제출하며 학교에서 바로 작성해 제출하는 것과, 집에서 작성한 후에 제출하는 것으로 나뉜다. 이는 대필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방지하기 위함이며 모든 과제는 유사성(similarity) 검사를 받게 된다.
구글(Google)에 기재된 기사, 논문, 타인이 작성한 글에 대한 도용이나 인용을 붙이지 않은 것에 대한 검열이 상당히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는 바로 교사에 의해서 아래와 같이 유사성이 숫자로 표시된다.
◆SIS 학교 사회 과제 유사성 검사 후 학생이 볼 수 있는 화면
만약 유사성(similarity)이 '10' 이상이 되면 글 일부를 도용한 것으로 간주되어 과제를 다시 하게 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교사는 어느 부분이 도용된 곳인지를 모두 표시하여 학생에게 다시 전달한다.
요약하자면 좋은 과제 점수를 받는 데 필요한 것은 첫째 철저한 자료 수집, 둘째 자료 이해 및 분석, 셋째 이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사고라고 볼 수 있다.
◆9학년의 과목과 평가 항목들. 각 과목의 세부 항목이 1~8점으로 평가되며 각 과목 담당 교사는 학생에 대한 평가를 자세하게 기록한다.
현재 한국에서도 IB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몇몇 국제학교가 이미 시행 중에 있으며, 서울교육청이 공교육에서 시행이 가능할지 검토 중이다. 대구시 교육청은 공교육에 일부를 이미 도입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IB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웨덴 학교에서 보이는 IB 교육의 취지는 바로 '자사고'(자유, 사유, 고유)라고 볼 수 있다.
자유와 평등이 스웨덴 국민 정서와 정치, 문화에 깊이 뿌리내려 있기에 학교에서도 의견 표현의 자유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모든 학생은 자유롭게 본인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해야 한다. 지식과 지혜가 단순한 객관식 문제로 평가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여 이를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학습 태도를 기르는 것이 스웨덴 교육의 기본 취지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은 “학교가 당신의 배움을 방해하지 않게 하라(Don’t schooling interfere with your education)”라고 말했다. 학교는 배움을 위해 학생들을 억압하거나 강요하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배움의 자유를 키워주는 곳임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스웨덴 교육의 모든 과제는 학생들을 사유하게 만든다. 만약 사회 시험에 주관식 문제로 “제국주의와 국수주의의 차이점에 대하여 설명하시오” 혹은 객관식 문제로 "다음 보기 중 제국주의에 해당하는 경우를 고르시오”가 있다면, "제국주의와 국수주의가 영국과 인도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하여 서술하고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세계(global) 문제와 연관시켜 서술하시오"와 같은 문제가 사유하게 하는 질문이다.
학교의 모든 과제는 단순한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사유하게 만든다.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t)는 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을 통해 무사유(Thoughtless)는 ‘죄’라는 표현을 썼다. 역사적 사건을 연대기 별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이 끼친 혹은 끼칠 영향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나만의 창의성과 고유성을 부각해야 한다. 타인이 작성한 논문, 기사글을 아무렇지 않게 도용하는 것은 범죄와 같이 금기시되어 있다. 이러한 자기만의 창의성을 중요시 해 독특한 사고와 창의력 있는 고유함이 학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SAL(The Science of Adolescent Learning, 2018)는 신체적 변화를 동반하는 과도기적인 사춘기를 거치면서, 청소년기의 학습이 인지력, 신경학적 성장, 사회성에 큰 영향을 끼치며 이는 성인이 된 후에 전반적인 사회 문화적 요소에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중고등학생은 다양한 지식이 주입됨과 동시에 주입된 지식은 자유로운 사유를 통해 변형된 결과물로 평가되지 않고 누가 많은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푸느냐에 따라 평가된다. 즉, 자유, 사유, 고유가 오히려 배제되어야 좋은 점수를 받는 현실이다.
98점 맞은 학생이 100점 맞은 학생 때문에 등급이 내려가는 경쟁 구도보다는 자유로운 사유를 통해 학생의 고유성이 공정하게 평가받는 환경에서 한국의 중고등 학생들이 그들의 중요한 시기(critical period)를 보다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때가 오길 바란다.
스웨덴 스톡홀름 = 조수진 글로벌 리포터 soojinc1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