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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Sep 10. 2019

숨 막히는 친구 전쟁, 서막을 열다

학급 살이 이야기


 어린 시절, 어른들이 혀를 끌끌 차며 "요즘 애들은 조숙해서 초등학교 6학년만 되어도 사춘기가 온다면서?"라며 이야기를 나누시던 장면이 생각난다. 지금의 아이들은 어떨까? 2019년의 아이들은 빠르면 4학년 때부터 사춘기에 접어들게 된다. 4학년 2학기에서 5학년 무렵. 여학생들에게 먼저.


2학기 학부모 상담주간 겸, 아이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겸, 교우관계 조사를 했다. 질문은 "5학년 때 같은 반이 되고 싶은 친구는? 그렇지 않은 친구는?"이었다. 두 가지의 질문 속에 우리 반의 관계도가 그려졌고, 단번에 보였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오려고 하는구나.


 아이들(특히 여자아이들)이 청소년으로 접어들기 위해 보이는 변화는 바로 '내 친구'라는 감정이 도드라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 반에서 가장 친한 내 친구.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겉으로는 모두가 웃고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된다. abcd가 같은 무리라면 ab cd 끼리 친하며 a와 d는 서로를 탐탁지 않아 하지만 무리를 유지하기 위해 아무런 감정이 없는 척하며 지낸다. 열한 살짜리 아이들의 이야기다.

 이때부터 시작인 것 같다. 청소년기라는 이름 아래에 , 친구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아마 10대를 겪어본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할 것이다. 서로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드러나지 않는 따돌림이 존재하며 구성원들은 티 내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영화 <우리들>



나 역시, 치열한 10대를 보냈다. 친구를 뺏기고, 소외되고 반대로 소외시키기도. 방관자가 되기도 했다. 혼자 있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10대에서 혼자 지낸 다는 것은 공식적인 왕따를 의미했기에 반드시 한 명의 친한 친구가 필요했다. 급식실에서 밥을 혼자 먹는 친구에게 어떤 시선과 말들이 오가는지는 아마 이 글을 보는 사람들 모두가 잘 알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혼자 공부를 하고, 혼자 밥을 먹는 행위가 편안하고, 또 행복해졌다. 10대 그 자체는 즐거웠지만, 늘 교우 관계 때문에 전전 긍긍해하던 시절이기도 하다. 때문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제 막 정글로 뛰어 들어간 아이에게, 어른의 입장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그저, 아이들이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게 큰 울타리를 쳐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상처를 받아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탄력성을 부여해줄 수 있는 그런 지지자로.

부디 나의 아이들이, 잘 견뎌주고 단단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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