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영어의 ‘home’이란 단어는 묘하다. ‘주거용 건물’이라는 의미를 넘어 ‘내가 몸뿐만 아니라 마음을 두고 편히 머물 수 있는 진정한 쉼터’라는 뜻이 알파벳 네 개에 다 담기니까.
때론 ‘고향’이란 뜻으로도 쓰이는 이 묘하게 애틋한 단어를 난 더 짧게 줄일 수도 있다. c, a, t, 이 세 개면 된다.
고양이는 언제나 집에 있다. 그러면서 고양이가 없었던 집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애옹 거리는 울음소리 없이, 바닥을 굴러다니는 털 뭉치 없이, 베개맡에서 얼굴로 들이미는 복슬복슬한 엉덩이 없이 혼자 살던 집은 집이 아니었다. 물론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다.
집에 가면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가 없는 삶과 있는 삶을 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구별할 문장은 없다.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닌데, 그냥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가면 고양이가 있는 거다. 문을 열기 전 내 발소리부터 알아듣고 현관으로 마중을 나오고, 내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흥이 넘치는 어깻짓을 하며 스크래처를 뜯는다. 그냥 그런 고양이가 집에 있다.
언제부턴가 막막할 때면 주문을 외운다. “집에 가면 고양이 있다, 좀만 참으면 고양이 본다...” 이 더럽게 안 풀리는 일에도 결국 끝은 있고, 집에 가면 고양이가 있다는 걸 나는 안다. 물론 그게 별것 아닐 수는 있다. 그런데 고양이가 없었을 때의 나는 집이 뭔지도 몰랐던 것 같다. 고양이를 품에 안고 긴 한숨을 내쉬어야 비로소 마음마저 자유로워진다.
집에 가면 고양이가 있다. 아니, Home is where my cat is. 고양이가 내 집이다.
- 지난 3월 세상에 나온 나의 첫 책 「아무래도, 고양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