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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Oct 24. 2021

Imperfectly Sheltered

제4회 카라동물영화제 <보호받는>

제4회 카라동물영화제 관객리뷰단으로 영화를 미리 보고 작성한 글입니다.



[동물, 신작] 지금 할 수 있는 우리의 응답

보호받는 Sheltered

샤스키아 거블스 | 네덜란드 | 2021 | 73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 코리안 프리미어


https://www.youtube.com/watch?v=w_A6UgLtCmk&t=1s


인간에겐 정말로 동물을 보호할 자격이 있는가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 중인 사람들에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동물보호소는 언제나 분주하다. 파양 당한 반려동물을 거두고, 다친 동물을 구조하고, 방치되거나 학대받는 동물을 무책임한 인간에게서 몰수한다. 매일 그렇게 새로운 동물이 들어온다. 모두 인간의 잘못 또는 인간의 선택 때문이다. 아이러니하다. 그 동물과 함께하기로 하는 선택도 인간이 했을 텐데, 시작도 끝도 동물은 선택할 수 없다.


보호소의 직원들은 이 동물들에게 ‘다음’을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픈 곳을 치료하고 보살핀다. 버림받은 상처를 애정으로 달랜다. 그리고 인간에게 다시 선택받을 수 있도록 사회화 교육을 한다. 어린아이나 다른 동물을 만나도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도록 훈련하고 성과를 평가한다. 인간을 만족시킬 만큼 준비가 되어야 다시 한번 누군가의 가족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좀처럼 준비되지 못하는 동물의 다음은 무엇일까.



<보호받는>은 동물을 끝내 보호할 수 없는 동물보호소의 현실까지 가감 없이 다룬다. 보호소에 오게 된 동물들은 대개 문제가 있다. 인간의 관점에서 그렇다. 어떤 반려인은 “사람을 향한 공격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울면서 파양 서류를 쓴다. “같이 키우는 개의 눈을 물었다”는 이유로 버리기도 한다. 구조된 동물 중엔 병이나 장애가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들이 입양에 유리할 리 없다. 인간들은 평생 가족을 구한다며 보호소를 찾아와서는 쇼핑하듯 조건을 하나둘 말한다. 병이 없고 많이 짖지 않고 성격이 좋길 바란다. 선택받지 못하고 문제점 개선이 더딘 동물은 결국 안락사 대상이 된다.




영화를 보며 국내 동물보호소들의 상황이 겹쳐 보였다. 많은 이들이 동물보호소를 맘 편할 대로 받아들인다. 유기견이나 떠돌이 개를 발견하면 보호소로 보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친 길고양이도 지자체에 연락해서 보호소로 보내면 살릴 수 있을 줄 안다. 시야를 떠난 동물의 앞날이 불안한 마음을 ‘보호소’라는 단어로 덮는다. 잘은 몰라도 동물을 ‘보호’하라고 있는 기관이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현실은 팍팍하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지자체 보호소로 보내진 동물 13만 마리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숫자가 자연사 또는 안락사했다. 원래 보호자를 찾아가거나 새로운 가족을 만난 사례보다 많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호소로 흘러드는 모든 동물의 남은 생을 마냥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에게 베푸는 보호는 결국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만 가능하다. 규모도 체계도 국내 사정 보다는 나아 보이는 네덜란드 동물보호소에서도 포기는 일상이다.



‘루퍼스’는 보호소 직원들과는 다정하게 교감할 정도로 사회화가 되었음에도 안락사 대상이 됐다. 공격성 교정을 평가하는 시험에서 다른 개를 보고 짖었기 때문이다. “긴장 상태로 검사를 해서 정확하지 않다”는 한 직원의 어필에도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 직원은 자신을 보고 꼬리를 흔들며 얼굴을 부비는 루퍼스에게 주사를 놓은 뒤 눈물을 쏟았다. 아무리 익숙해져도 결코 무뎌질 수 없는 아픔. 모르고 싶은 사람은 계속해서 모르고, 다친 사람만 반복해서 또 다치면서 세상은 굴러간다.


영화 중반, 보호소 철망에 아래턱이 끼어 오도 가도 못하는 개가 있었다. 직원들이 헐레벌떡 달려가 철망을 절단해 겨우 구했고, 개는 새하얀 털에 피를 흘린 채 병원으로 실려 갔다.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놓은 울타리가 동물을 다치게 했고 그 상처를 또다시 인간이 치료한다. 보호하는 방법도 보호받을 자격도 인간이 정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보호는 딱 그 정도로 불완전할지 모른다.



제4회 카라동물영화제

온라인 상영 기간 : 10/23(토) 10:00 ~ 10/31(일) 23:59

온라인 상영관 : purplay.co.kr/kaff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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