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꿈이 뭐니?

월든을 만난 인연

by 라벤더

9년 전 월든이란 책을 만났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버겁고 부끄러웠다. 가난을 겪은 나는 어려움 없이 메이커 옷이나 신발을 신는 아이들이 부러웠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갖고 싶은 것, 아니 공허감을 채울 물건들을 사는 날 발견했다.


반아이들에게는 아나바다 운동이나, 알뜰시장 체험을 가르치면서 교사로서 부끄러웠다. 말보다 행동이 진짜라면서 난 진짜가 아니었던 걸까. 부끄러움이 가득 찰수록 뭔가를 해야 했다. 읽고 또 읽었다. 책으로 공허함을 메울 수 있길 바랐다.


30대~40대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책으로 버텨냈다. 생명줄처럼 붙들었다. 퇴직을 하고 책방을 시작하며 금반지와 가방을 다 팔았다. 아쉬울 줄 알았는데 너무 후련했다. 지금 들고 다니는 천가방은 예스 24 사은품으로 받은 양면가방이다. 튼튼하고 가볍고 편하고, 이렇게 좋은걸, 다 겪어야만 깨닫는 바보 같은 나다.


28년간 초등 아이들을 가르치다 2년 전 명퇴를 했고, 내 책방에서 인생책인 월든을 알리고 있었다. 이젠 진심을 다해 인생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주 읍성동네서점 북샵라벤더에서 소로가 말한 여백의 , 남은 인생은 그렇게 살고 싶다.


퇴직을 했지만, 전일제 강사로 오늘도 아이들과 지내다 왔다. 어제가 개학이라 오늘까진 브레인스토밍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그런 시간들이 부족하다. 어제 있었던 일과 저녁 메뉴, 가족 대화를 소소히 나누고 퀴즈를 내고 맞추며 자기 이해와 타인이해의 밀도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나도 함께 참여해서 우리 냥이들도 보여줬다. 래포형성이 되고 학교가 즐거워야 공부도 재밌고 할 맛이 난다.


꿈이 뭐니? 여러 질문 중에 하나였다. 직업이 꿈이라는 아이, 꿈이 없다는 아이, 찾고 있는 중이라는 아이, 거꾸로 내게 물어보라 했다.


선생님은 꿈이 뭐예요?


물건을 정리해서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줄여나갈 거야. 재고정리도 잘해서 알찬 책방을 운영할 거야. 이십여 년 운영하면 제자들이 아이들을 데려오기도 하겠지? 예쁜 책방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게 꿈이야. 내 책을 책방에서 팔고 알리고 싶어.


와, 함성과 함께 박수소리 터져 나왔다. 이후 아이들은 너도나도 먼저 꿈을 말하겠다고~^^

마지막 시간엔 자신에 대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진지하게 몰입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아이들 덕분에 나도 한 뼘 더 자랐다.


P.S 책방지기 일기 첫 글을 읽어줬더니 신기해하는 아이들, 월요일에 아마도 이 글도 공유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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