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헌터스 명소, 낙산성곽길
서울 한복판에 이런 길이 있다는 게 믿어질까?
고층빌딩 숲을 조금만 벗어나면, 과거와 현재가 함께 숨 쉬는 성곽길이 나타난다.
바로 한양도성 순성길의 제2코스, 낙산구간이다.
낙산성곽길은 혜화문에서 낙산을 지나 흥인지문까지 이어지는 약 2km 남짓한 구간으로, 경사가 완만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도시의 소음이 살짝 멀어지고, 대신 성곽아래를 스치는 바람과 풀벌레 소리가 귀를 채운다.
도심 한가운데서 만나는 이 고요함이 낯설면서도 참 반갑다.
내가 찾은 날,
성곽길 옆에는 수크령이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햇살이 비칠 때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풍경화 속 한 장면 같았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풀꽃인데, 성곽길이라는 배경 위에 놓이니 유난히 눈길이 간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바라보는 풍경,
그 자체로 산책의 보람이 되는 것 같다.
이번 산책은 동대문 DDP에서 시작했다.
흥인지문을 지나 정감 넘치는 이화마을 골목을 걸어 낙산공원에 올랐다. 이어서 혜화문까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다.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낮에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밤에는 얼마나 빛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가 짧아 아쉬움이 남아, 1코스 백악산 말바위 안내소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한성대입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는 온통 '다음엔 꼭 야경을 보러 와야지'라는 생각뿐이었다.
낙산성곽길은 그저 '산책로'가 아니다.
역사와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걷는 이의 마음까지 풀어내는 길이다.
성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일상 풍경이 낯설어 보이고, 시간의 흐름이 겹겹이 쌓인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일까,
잠깐 걸었을 뿐인데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하루가 조금 더 길어진 것 같은 여유가 생긴다.
최근 K-POP Demon Hunters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지만,
사실 이 길의 매력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한국의 역사, 서울의 숨결, 그리고 그 안을 걷는 나 자신까지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 여행' 같다.
다음엔 꼭 해 질 무렵 찾아가 보고 싶다.
붉게 물드는 하늘과 하나가 되는 성곽길, 그리고 불빛이 켜진 서울 야경.
상상만으로도 벌써 설렌다.
낮에도, 밤에도 걷고 싶은 길.
내게 낙산성곽길은 이제 그런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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