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성수기의 그곳은.
기대도 없고 계획도 없어서 더 재밌었던 나폴리와 카프리. 나폴리는 치안이 좋지 않고 볼 게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게 사실인들 나폴리는 피자 하나로 모든 걸 용서받을 수 있다. 앞으로 제대로 된 피자맛을 알아버린 우리는 매번 피자를 시킬 때마다 슬퍼하겠지. 이게 아닌데..? 하면서 말이다.
성당과 뮤지엄에 다소 시들해진 우리는 그저 단순히 예쁜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광장도, 성당도, 랜드마크도 가지 않았지만 11월 따뜻한 볕을 받으며 거닐었던 이름 모를 정원으로 나폴리를 기억할 것 같다.
비수기라 카프리로 가는 페리가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서 무작정 티켓부스로 걸어갔다. 배가 떠나기 전 10분을 남겨놓고 급히 표를 사고 배에 올랐다. 내 생에 가장 심한 뱃멀미를 했다. (지금도 생각하니 약간 배에 타고 있는 듯 울렁거린다) 그래도 오기를 잘했다 생각할 만큼 카프리 섬은 너무 예뻤다. 내게 카프리 섬은 영화 속에서 멋진 삶을 사는 주인공들이 휴가지로 언급하는 그런 곳이었다. 비수기라 그런가? 남주 여주 같은 언니 오빠들은 없고 마을은 조용했다. 그 대신 골목골목을 걸을 때마다 마을 주민들이 서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은 유명한 휴양지이기 전에 모두가 모두를 아는 정겹고 작은 바다 마을이었다. 우리는 둘 다 느긋하고 소음을 못 견뎌서 비수기의 카프리가 참 좋았다. 콜은 이제까지 돌아본 이탈리아 중에서 오늘이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아침에 길을 찾으며 실수를 연발한 콜에게 나도 모르게 짜증을 냈다. 그 상황에서 받아치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콜은 최선을 다해서 나아져보겠다고 말한다. 오늘도 나만 못된 사람이다. 그래 여행에 더 익숙한 사람이 조금 더 신경 쓰면 될 일이지! 문득 잊고 있던, 우리가 신혼여행 중이라는 사실이 다시 기억났다. 지금 이 순간은 미래에 우리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꺼내보며 마음을 다잡도록 도와줄 귀한 기억이다. 무엇이 제일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면 내 짜증이 얼마나 사소하고 의미 없는 일이었는지 깨닫는다. 오늘도 좋았지만 한 번은 여름에 다시 찾아와 활기 넘치는 카프리도 구경하고 근처 아말피에서 해수욕도 해보고 싶다.
-의식의 흐름대로 쓴 구혼 여행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