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쿠바에 가다2

말레콘에서 쿠바 소년이 말을 걸어왔다

by sooq

인터넷 없이 일주일을 보냈다. 앉은 자리에서 책 한권을 처음 다 읽어봤다. 산타마리아 해변 앞에서 매일 저녁 해가 지는걸 멍하니 바라보다 돌아왔다. 일주일이 이렇게 더디게 간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매 일분일초가 살아 숨쉬는것 같은 느낌도 처음이었다. 낮에는 매일 말레콘에 갔다. 하루는 책을 읽고 있던 남자애가 말을 걸어왔다. 내가 이어폰으로 듣고 있는 노래가 궁금하다고 했다. 이어폰 한쪽을 내줬다. 저 바다건너 넘어온 낯선 노래를 참 좋아해줬다. 어눌한 영어로 자기가 읽고 있던 책에 대해 열심히도 설명했다. 찾고 있던 과일가게에도 데려다 줬다. 그 애는 마음대로 내일 이시간 여기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여전히 나는 여행에서 마주하는 호의들을 의심한다. 내가 새로운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릴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그간의 여행들은 조금 다른 형태였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은 혼자 떠나 오롯이 혼자 지내다 조용히 홀로 돌아오는 여행이었다. 나는 약속장소에 나가지 않았다. 내가 다음날 그곳에 갔다면 내 여행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전에, 그 애는 정말 나를 기다렸을까? 아마도 그랬겠지. 뙤약볕 아래 시계만 멀뚱히 쳐다보다 집으로 가는 그 애의 뒷모습이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