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어떻게 교권을 보호하고 있나?
캐나다는 학생과 교사의 안전과 신변 보호를 위해 학교장과 행정실이 책임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서구 교육 선진국을 보면 학생의 등하교 시 부모가 픽업 의무를 철저히 이행한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하교 픽업에 늦는 경우라면 캐나다는 학교 행정실에서 학생을 보호하고 마지막까지 학교장이 학교에 남아 학생의 안전 귀가를 확인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매우 생소한 풍경이다.
캐나다는 학교 행정실의 역할이 그야말로 교사들이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결이나 학교폭력 사건 등 교실 수업을 제외한 모든 업무는 행정실에서 해결한다. 예를 들어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한 경우 경찰을 부르는 일도 교사가 아닌 행정실이 담당하는 일이다. 학생이 아파서 지각, 결석, 조퇴를 할 경우 역시 행정실로 연락하면 된다. 학생이 아파 조퇴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가정으로의 연락은 행정실에서 처리한다.
담임 교사와의 면담을 원할 경우에도 학교 행정실을 통해 면담 예약을 한다. 그 밖에도 학교 관계자와 접촉하기를 원하면 반드시 행정실을 거쳐야 하는 등 그야말로 행정실은 교사를 지원하는 팀으로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민원 대응팀을 구성함에 있어 행정직원을 포함시키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교육에 관여하지 않는 구성원을 민원 대응팀에 포함하여 어떤 역할을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하고 행정 직원들의 반발도 매우 큰 상황이다. 차라리 캐나다의 사례처럼 행정 직원 수를 늘려 수업 외적인 지원을 대폭 강화하도록 업무를 조정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불필요한 선심성, 대외적인 학교 지원 사업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력 지원을 강화하여 교사들의 업무 경감을 도와주는 것이 현실적이다.
캐나다에서도 학부모에게 교사의 개인 연락처는 제공되지 않는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연락할 경우는 업무 시간에 학교 전화를 이용한다. 또는 업무용 이메일을 통해 학부모와 소통한다. 교사와 학부모가 면담할 경우는 학교가 홈페이지를 통해 면담 날짜를 공지하고, 학부모는 시간을 선택해 담임 교사를 만나 상담할 수 있다. 학급 공지사항이나 학부모의 요청 사항을 기록하는 소통 수단은 주로 학생의 알림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학생이 알림장을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자녀 교육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이 많은 부모는 자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학급의 여러 활동을 잘 파악하고 있다. 자녀 성장에 감시와 간섭의 시선이 아닌 동반자로서의 진정성 있는 응원과 지지이다. 이런 관심과 지지를 위해 부모가 학급 활동을 파악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자녀의 ‘알림장’이다. 알림장을 꼼꼼히 살피는 부모는 자녀와 더 많은 소통이 가능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 다음 날 수업 준비를 함께 챙기기도 하고 과제물을 살피며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다.
학교 담임에게 전화하여 교육과정에 대해 맥락 없는 항의를 하는 부모들을 보면 자녀 교육에 진정한 교육적 관심이 있는지 의심스런 경우가 많다. 교사에게 민원 제기하기 전 내 자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부모로서 먼저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의 알림장과 학습장을 살펴보며 자녀와 대화를 해 본다면 궁금하던 의문점이 풀릴 수도 있다.
학교에서 민원 창구를 일원화하면 편리한 점도 있지만 현재 학급에서 갖고있는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도 좋다. 학부모가 시간이 된다고 불쑥 교실을 찾아오는 것보다 적어도 자녀 알림장을 통해 학부모가 방문하고자 하는 날짜를 두세 가지 제안하여 교사와 면담 시간을 조절, 확정하면 상담 예약이 이루어질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덤으로 노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알림장은 학생이 기록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선생님과 부모님이 나의 학교생활 문제로 함께 논의하는 일이 있음을 학생도 인지하게 된다. 부모와 우리 선생님이 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왜 우리 부모와 선생님이 면담하는지 자녀는 궁금할 텐데 이 또한 부모와 자녀가 학교 생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학교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학부모 상담 기간에 학생들이 평소보다 과제를 더 성실히 수행하고 교사의 말을 잘 따르는 것을 보면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캐나다에서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이 발생하면 학교는 어떤 도움을 줄까? 학부모와의 갈등에서 교장과 교감은 방패 역할을 한다. 관리자는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있는 것 같다. 그 역할을 할 수 없다면 굳이 관리자가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악성 민원의 경우 ‘학부모 면담 매뉴얼’에 따라 만남을 진행하고 교사노조에서 문제 해결을 돕는다. 외국은 교직을 노동권을 가진 직종으로 보기 때문에 교사 노조가 활성화 되어 있다.
교사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학교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확실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급식비 수납 독촉,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 관리, 업무포털 예산안 입력, 체험학습 안내 학부모 문자 발송, 학부모 민원 상대, 영문 재학증명서 번역, 학적부 관리, 동창회 업무, 전·출입 업무, 학교폭력 건수 발생 현황 교육청 보고, 국회 요구자료 제출 등이 모두 교사의 업무이다. 온갖 행정 업무 이후 남는 시간에 학생을 가르칠 준비를 하는 우리나라와의 학교 여건을 생각하면 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