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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쿨 Aug 22. 2023

존엄성 사고가 지배하는 학교로

- 이제 교실이 제대로 숨 쉬어야 한다 -


독일 유럽연구센터 소장인 김누리 교수는 ‘코로나 사피엔스’에서 ‘존엄성 사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수월성 사고’는 이제 ‘존엄성 사고로’ 바뀌어야 하며 중요한 건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수월성 사고와 존엄성 사고란 무엇일까? 수월성 사고는 실력주의, 능력을 평가의 준거로 삼은 것이고, 존엄성 사고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동등하게 보는 관점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 사회가 가난하고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교육에 매진했던 이유는 사람만이 유일한 자원임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었고 우리는 세계에서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고속 성장을 이루어냈다.



목표, 성장, 발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달려오다 보니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많은 것들이 사회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내 아이가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라는 강박에 부모들은 자녀의 문제를 차분히 생각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보다는 철저히 이기적인 사고의 틀 안에서 움직이다 보니 친구도, 선생님도, 학교도 모두 대척점이 되고 만다. 학교마다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 사안, 학부모 간 소송, 급기야 이런 모든 문제는 교사의 잘못으로 귀결되고 교실은 상처로 얼룩진다.



내 자식의 고통과 상처를 살피는 것이 부모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나 사안의 경중을 잘 보아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가 협력하여 아이를 도우면 서로에게 충분히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문제도 부모의 자존심 대결이 되는 일이 너무 많다. ‘내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목표에 둔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훨씬 폭넓은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학교는 작은 사회다. 힘센 친구도 있고 힘이 약한 친구도 있다. 습득력이 빠른 학생도 있고 느린 학생도 있다.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친구도 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모든 성향이 공존하는 10평 남짓 공간 속에서 교사와 학생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아이들을 교사는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이 수업에 도입되는 시대에 이제 우리는 교육의 수월성을 강조하기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교실 문화로 바꾸어가야 한다. 존재 자체로 사랑받고 인정받는 공동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문화 속에서 자란 학생들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감도 점차 상승될 수 있다.



각자의 개성과 능력이 다양함을 받아들이고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바탕이 된다면 지금보다 학생들의 행복지수도 상승하고 학교 폭력 문제도 훨씬 줄어들 수 있다. 경쟁적인 교실 공기를 환기하여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행복한 공존을 위해 존엄성 사고가 지배하는 교실 환경을 만들자. 이 일에 교육의 모든 주체는 함께 지혜를 모으고 연대해야 한다.



20세기 상대성 이론으로 과학의 획기적인 발달을 선도한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물고기들을 나무 타기 실력으로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형편없다고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어린 시절 학습부진아로 분류될 만큼 능력과 장래성에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격려, 헌신적인 맞춤형 가정교육과 독서를 통해 훗날 천재성을 발휘하게 되었다. 힘을 잃은 공교육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 인류의 석학이 던진 한마디가 새삼 큰 울림을 준다.



학생과 학교를 살리는 교육은 결국' 다양성 인정'에 대한 문제다. 똑같은 자를 대며 줄 세우는 교육으로 시작도 해 보기 전 좌절감부터 안기는 경쟁교육에서 벗어나 존엄성 교육,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실로 나아가야 할 때다. 우리 각자의 존재 자체로 존엄함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 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수월성 사고는 효율적이고 목표 지향적이나 조급함과 상대적 우월감을 안겨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었다. 다양한 특징을 지닌 모든 구성원이 존엄성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들과 내가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평온한 환경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교실이, 우리 사회가 이런 다양성과 존엄성을 깊이 받아들인다면 경쟁 문화로부터 벗어나 조금은 더 인격적인 만남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김경일 교수는 진화라는 개념에서 경쟁력보다 공존력이 더 강력한 역량이라고 말한다. 지난 수만 년, 수십만 년 인류 역사를 되짚어보면 경쟁에서 남을 이기려는 능력을 가진 자보다 공존하고 포용하면서 윈윈 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나 문화가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문구에서 공존력을 존엄력으로 대치해 본다. 존엄이 지배하는 교실과 사회가 오래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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