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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쿨 Aug 22. 2023

대한민국은 지금 민원과의 전쟁 중

선진국이란 경제적 성장은 물론 국민들의 문화 정서 수준이 나란히 높은 나라를 일컫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은 세계 10위권 안팎을 운운하지만 문화 정서 수준은 경제 수준에 못 미치는 과도기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지금 온통 민원과의 전쟁이다. 소중한 생명이 민원에 시달리다 생계와 삶을 놓아버린 일들이 연일 기사회 되고 있다.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렸던 대한민국에 지금 예의와 존중은 없다. 내 마음이 불편하다면, 내 아이가 상처받았다면, 내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면 가차 없이 폭언을 쏟아붓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며 악을 쓴다. 


사람이 사는 곳 어디거나 각자의 생각과 주장이 달라 민원은 없을 수 없지만 우리나라는 어느 때부터인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고 악다구니를 쓰면 본인이 우위를 선점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국민들의 이런 정서에 정치판이 학습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한다.


얼마 전 소아과 의사가 수 십 년 일했던 병원을 악성 민원으로 인해 폐업하게 된 소식을 들으며 들불처럼 번지는 악성 민원이 사회 곳곳에서 번지고 있음을 느꼈다. 교사에 대한 존경은 기대조차 하지 않아야 하며 학생에 대한 작은 조언마저 차별과 공격으로 인식되어 제대로 된 훈육을 하기도 어렵다. 학생에 대한 담임의 지적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상황을 왜곡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이제 선생님들은 학부모와 상담을 할 경우도 극도로 예민해져서 아이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대처를 논의하기보다 부모가 들어서 기분 좋은 말만 하게 된다고 한다. 결국 이런 모든 상황의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가는 것인지 자명한 일이다. 


한때 우리 사회는 배운 사람, 가진 사람이 우위에 서서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그들의 힘에 눌려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표현하지 못하던 불편한 시대도 있었다. 그런 사회 분위기도 옳지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제 각자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의 입장과 주장만을 내세우고 있는 현실도 역시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자신의 주장을 하되 보다 합리적인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며 서로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성숙된 문화를 찾을 수가 없어 안타깝다.


우리의 행동은 분명 어디서부터 인가 잘못된 관행, 잘못된 학습 효과로 체화되고 있는 것 같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순차적인 해결 방법이 있고 합당한 대처가 된다는 경험이 조금씩 확대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지금 온 사회가 앓고 있는 중병임을 우리 사회가 인식하고 아픈 상처를 도려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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