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라고 믿었다

다시, 함께 가기 위해

by 숙희

떨어져 있는 시간만큼 우리는 서로를 점점 이해하지 못했다.

작은 일에도 서로를 탓하기 시작했고, 각자의 힘듦이 더 크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균열이 되었고, 다투는 횟수는 점점 늘어만 갔다.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이럴 거면 왜 이직을 하라고 했어?”


겨우 만나는 주말에는 웃음보다 울음이 더 많아졌다.

싸우는 우리 사이에서 아이는 소리쳤다.

“엄마 아빠! 싸우지 마세요!”


아이 앞에서 억지로 화해를 하고,

풀리지 않은 마음을 안은 채 나는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그렇게 여러 계절이 지나며 우리는 점점 서로의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던 어느 평일 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하루의 끝에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통화 괜찮아? 콩이가 아파.”


평소와 다른 콩이의 모습에 아내가 이마에 손을 대어 보았다고 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

갑자기 웃다가 축 처지는 모습이 열성경련으로 응급실에 갔던 그날과 겹쳐 보였다고 했다.


아내는 급하게 해열제를 먹이고 열패치를 붙였다고 말했다.

약기운이 돌자 콩이는 조금씩 안정을 찾으며 잠들었다고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를 지켜보다가 아내는 결국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콩이가 갑자기 열이 올랐어.

그날이 떠올라서… 나 너무 무서워.”


나는 괜찮을 거라고, 대처를 정말 잘했다고 말하며 아내를 다독였다.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다고도 했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침대 위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상황이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입으로는 위로를 전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남은 휴가일수를 계산하고 있는 내가 싫었다.

혼자서 아이를 돌보게 한 것도, 아내를 그곳에 남겨둔 것도 이제는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이 되어 우리는 다시 만났다.

서로 한참을 망설이다가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이대로는 힘들 것 같아.

내가 일을 그만둘 테니까 주말부부는 이제 그만하자.”


나로 인해 아내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정말 괜찮겠어?

이 일 꽤 좋아했잖아.

완전히 다른 곳에서 지내는 건데… 조금만 더 해보는 건 어때?”


하지만 아내는 완강했다.


“볼 때마다 다투는 건 우리에게도, 콩이에게도 좋지 않아.

언젠간 그만하기로 했잖아.

그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것뿐이야.”


예전처럼 다시 같이 지내면 우리는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때의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아이의 투병 기록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입니다.

네이버 화요웹툰 <콩에서 새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