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강박이 우리를 병들게 했다

1. 완벽의 그늘

by 숙희

이사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주변 시세보다 조금 낮추어 집을 내놓았고,

동시에 남편의 자취방도 정리했다.


집은 두 달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우리는 그 주 주말에 이사 갈 지역의 집을 보러 다녔고 그날 계약했다.

그렇게 우리는, 2년 만에 다시 하나가 되었다.


새로운 동네,

새로운 집,

새로운 유치원.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는 이곳에서 우리는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함께 살게 되었으니, 이전의 시간들도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믿었다.


남편은 새로운 출근길에 빠르게 적응했고, 회사에서도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

나는 일을 그만두면서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지 않게 되자 마음은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집에 있는 만큼 이제는 뭐든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아이에게만큼은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아이는 잦은 금식으로 입이 많이 짧았다.

워낙 마르고 약한 편이라 먹는 문제에는 늘 신경이 쓰였다.

다시 직장을 잡기 전까지, 이 문제만큼은 꼭 해결하고 싶었다.


아이와 먹는 것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날이 점점 늘었다.

나는 아이의 나쁜 식습관들을 교정하고 싶어 했다.

한 입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봐주었던 것들을 하나씩 없앴고,

다른 아이들처럼 뭐든지 잘 먹고 또 스스로 먹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가 다그칠수록 아이는 더 먹지 못했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내 마음은 점점 더 다급해졌다.

잘 먹지 않는 아이를 앞에 두고, 나는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자괴감에 빠졌고, 아이를 혼낸 죄책감에 밤마다 혼자 울었다.


남편은 이 모든 상황이 본인 때문인 것 같다며 더 힘들어했다.

집안의 공기는 늘 팽팽했다.


소리치는 엄마,

우는 아이,

눈치를 보는 아빠.


제일 편안해야 할 집에서 그 누구도 편안하지 못했다.


어느 날, 밥을 먹다가 결국 다 게워낸 아이를 보며 나는 소리를 질렀다.


"너 정말 이러다 큰일 나.

다시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싶니?"


그 말을 들은 아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엄마... 나는 잘하는 것도 많은데

왜 그건 봐주지 않아요?"


"왜 못하는 것만 말해요?

엄마, 나 슬퍼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이러려고 일을 그만둔 건 아닌데.




아이의 투병 기록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입니다.

네이버 화요웹툰 <콩에서 새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