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정신과에 가기까지
그 일 이후로 나는
숨 쉬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아침 해가 밝아오면 아이의 일과를 쫓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문득문득 멍한 순간이 찾아왔다.
그럴 때면 조여 오는 가슴을 팍팍 쳐댔지만
애꿎은 내 몸만 아플 뿐이었다.
밤에는 과거의 내 행동을 곱씹으며 자책하다가 꼬박 날을 새곤 했다.
그렇게 잠을 자지 못한 날에는
아이를 등원시키고 침대에 누워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정신과를 찾게 된 건 그 때문이었다.
점점 수척해지는 내 상태를 보던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다.
"당신도 한번 가보는 게 어때?"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남편은 나보다 먼저 정신과를 다니고 있었고, 내 상태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고심하고 고민해서 병원을 예약했다.
병원을 가기 전날까지 예약을 취소할까 고민했다.
사실 별 문제 아니지 않을까.
내 의지의 문제 아닐까.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바뀌지 않을까.
병원의 문을 열기 전까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나 비로소 그곳에 다다랐다.
처음 방문한 정신과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시원한 숲 향기가 났고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실에 앉아 진료를 기다렸다.
잠을 못 잔 눈은 시렸고,
지금 당장이라도 집으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름이 호명되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깔끔하고 단정한 인상의 선생님이 나를 반겼다.
책상 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물으셨다.
"어떤 일로 오셨나요?"
나는 내 상태를 두서없이 쏟아냈다.
"선생님, 가슴이 너무 답답해요. 예전에 공황장애로 약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랑 비슷해요."
"임신 준비를 하면서 약을 끊었어요. 근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많이 아팠어요."
"지금은 치료가 끝났고 추적 관찰 중이에요. 그런데... 아이가 너무 안 먹어요. 그래서 제가 아이에게 매일 화를 내요."
"아이와 저는 매일 식탁에서 전쟁을 해요. 그러다 매일 울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선생님..."
가만히 내 이야기를 적으시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일단 처음이니 몇 가지 검사를 해보자고.
진료실을 나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검사실로 향했다.
뇌파 검사를 했다.
그다음은 설문지였다.
'지난 2주간 당신은...'
마지막으로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았다.
집중력을 측정하는 검사라고 했다.
모든 검사가 끝나고 나니 시간은 벌써 점심때가 되었다.
다시 대기실로 돌아와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렸다.
얼마 후 내 이름이 불렸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나는 그동안의 일을 꺼냈다.
아이에게 어떤 병이 있었는지,
그게 내 탓은 아닐지,
아이가 다시 아프게 된다면 그땐 내가 버틸 수 있을지.
차분히 말을 이어가다가 가장 최근의 장면에 이르자
목소리가 떨렸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표정과 말이 아직도 기억나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
아이의 장점이 이렇게나 많은데, 저는 비난만 했어요.
너무 후회돼요."
원장님은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며
심층 검사를 제안하셨다.
나는 하겠다고 말했다.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무너졌는지를.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아이의 투병 기록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