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안의 정체
원장님이 제안해 준 검사는 풀배터리 검사였다.
예전 같았으면 가격을 듣고 바로 거부했겠지만,
지금은 내가 왜 이러는지 정체를 알고 싶다는 열망이 앞섰다.
나는 제일 빠른 날짜에 검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주일 뒤에 가능합니다."
검사 일정을 잡고, 당장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약을 먼저 처방받았다.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먼저 찾아왔다.
머릿속은 안개가 낀 듯 멍해졌고,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들이 강제로 멈춰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멈춤' 덕분에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자책하는 대신
커튼을 걷고 청소를 했다.
미리 작성해야 하는 설문지도
한 문항 한 문항 성실하게 체크해 나갔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검사 당일.
그날도 어김없이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병원에 갔다.
검사는 아주 오래 걸렸다.
그림을 보고 상황을 설명하고,
주어진 모양대로 블록을 맞추고,
불러주는 숫자를 거꾸로 기억해 대답했다.
아침을 거른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긴 시간 동안 나는 내 안의 조각들을 꺼내어 놓았다.
일주일 뒤,
다시 만난 원장님은
검사 결과지를 앞에 두고 차분히 입을 떼셨다.
"숙희 님의 불안, 그 뿌리는 아이의 투병에 있습니다."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
그 원초적인 두려움이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직면하자,
가슴 한구석이 뚫린 듯 허탈하면서도 묘한 안도감이 교차했다.
드디어 원인을 알았다는 해방감과 함께,
가장 지켜주고 싶었던 아이에게 깊은 상처를 내고 있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뇌가 계속 ‘비상사태’ 버튼을 누르고 있었던 거예요.
숙희 님이 약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지키려는 마음이 너무 커서요.”
원장님은 결과에 맞춰 약을 재조정해주셨고,
우리는 2주마다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겉으로 보기에 내 상태는 꽤 호전된 듯했다.
숨이 덜 막혔고, 밤에도 조금은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조금은 수월해졌다고 믿었다.
그런데 여전히,
예기치 못한 순간에 화가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나왔다.
아이의 작은 투정이나 사소한 행동 앞에서
나도 모르게 날카로운 감정들이 솟구쳤다.
그 서슬 퍼런 감정에 아이는 겁에 질려 울었고,
나는 다시 바닥으로 추락하며 자책했다.
어느 날 밤,
또다시 아이와 부딪힌 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내 아이가 왜 그러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
단순히 '왜 안 먹을까'라는 걱정을 넘어,
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내 아이는 어떤 사람일까.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할까.
어떤 것에 상처받고 어떤 것에 기뻐할까.
나는 정말, 내 아이를 알고 있는 걸까.
환아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콩이'라는 한 사람의 마음을,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었나.
아이의 투병 기록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