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모방'의 행위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리플리 증후군 :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이다. 미국의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지은 소설 『The talented Mr. Ripley[재능 있는 리플리 씨]』(1955)에서 처음으로 사용됐고 '리플리 병'이나 '리플리 효과'라고 불리기도 한다. (위키백과)
어디선가 들었던 '리플리'라는 표현은 정신의학과 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알려져 있었다. 영화 <리플리>는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풋풋한 명배우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 톰 리플리 역의 맷 데이먼, 딕키 역의 주드 로, 마지 역의 기네스 펠트로, 메레디스 역의 케이스 블랏쳇, 이제는 세상을 떠난 프레디 역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오래된 영화이지만, 영상이 주는 메시지와 힘은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톰 리플리는 평생을 누군가의 심부름꾼으로 살아왔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살아오게 됐고, 자신의 이상과 희망은 사치였던 사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린피스 가문의 허버트 그린피스를 만나게 된다. 그는 톰 리플리가 빌려 입었던 명문대 재킷이 허버트를 불러온 셈이다. 그는 이탈리아에 있는 자신의 아들이 정신 차리고 가업을 잇기를 원했고, 아들과 동문인 리플리에게 데려와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그 보상으로 천 달러를 약속받는다. 톰 리플리는 딕키에게 접근하고, 그와 서서히 닮아간다.
톰 리플리는 자기 주체적 존재가 되지 못한다. 그는 끊임없이 타인을 모방함으로써 살아온 존재다. 자신의 감정을 철저하게 숨기고, 수없이 많은 가면을 써가며 누군가로 살아간다. 자기 자신을 직면하기도, 살아가기도 벅찬 리플리에게 딕키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돈과 환경을 가지고 있는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누구나 타인과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마음의 방을 열지 말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마음의 방을 열어버리면, 자신이 갖고 있는 수치스러운 모든 것을 들킬 위험을 감안해야 한다. 그것을 받아들일 타인인 경우엔 공유하는 관계가 되지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타인이면 자신이 혐오의 대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 톰 리플리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누군가'가 되어 살아왔다. 이 타인을 향한 마음의 벽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더욱 견고해진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모방'의 행위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모방은 배움의 시작이라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모방은 어느 순간 원본을 넘어서서 새로운 원본이 되어 간다. 우린 이런 과정을 성장이라고 말한다. 톰 리플리는 모방에 모방을 거듭해, 원본을 뛰어넘는 모방을 하려 한다.
쟝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크르의 모방은 원본의 아우라를 품은 모방이 세상을 덮을 것이라 예언했다. 그 결과 우리네 사회는 이제 무엇이 원본이고 모방인지 모르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사물의 타자화에 불과하다. 모방하는 주체는 스스로 주체됨을 포기하여 고립된다. 많은 미디어가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권고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체의 모방이 남는 이유는 우로보로스의 뱀처럼 끊임없이 반복될 사건 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