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아닌 아버지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by Wenza

앞선 리뷰 중의 《공기인형》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의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다. 나는 처음 그의 영화를 접하게 된 영화는《바다마을 이야기》였다. 그의 연출은 차분하고, 정제되어 있는데, 그런 모습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히 이렇다. 과거의 병원 실수로 인해 아이가 바뀌게 되고, 6년이 지난 후에 바뀐 사실이 밟혀진다. 갑작스러운 '사실'은 두 가족에게 혼란과 충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여기서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는데, 혈연의 가족인가? 시간의 가족인가?


모든 부모는 다 같은 걸까? 자신이 겪었던 안 좋은 것을 물려주려 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본인이 생각할 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다. 주인공 료타에게 가족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공동체여야 한다. 그러므로 이상과 벗어나는 조건들은 고쳐져야 하는 게다. 여기서 료타는 부모와 자녀 간의 끈도 '혈연'이어야 한다는 고집을 부린다.


료타는 자신의 혈연인 료세이의 아버지 유다이와의 대화를 통해 료타의 자기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료타의 정체성은 아버지가 아니라 사회에서 규정하는 평범한 남성에 기준해 있다.


직장일 때문에 아들과의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하는 료타와 유다이의 대화
료타 : "제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 있거든요."
유다이 : "아뇨. 아버지도 없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내가 알아서 할게


사실 누구에게도 자녀가 바뀐 상황에 대해 책임지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료타는 혼자 책임지려고 하는데, 그의 감정과 선택에 있어서 부단히 행정적인 절차로 해결하려 한다. 가족의 일이 아닌 마치 회사 업무처럼 말이다. 이 부분을 책임감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사실 '자신 외의 불신'이다. 그는 자신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있다. 처음 료세이를 데리러 유다이의 집에 갔을 때, 낡은 철물점을 보고 말한다.


"세상에. 너무...너무하잖아!"



본 영화에서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는 유다이 역인 릴리 프랭키다. 제 37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는데, 그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배우 등 넓은 범위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영화화도 됐는데, 《도쿄 타워》이다.


영화 속에서 유다이는 매번 같은 콘셉트로 료타와 만나게 되는데, 항상 늦는다. 그리고 매번 다른 핑곗거리를 말한다. 아마 그의 평소 습관을 연기에 차용한 것 같다. 그는 최상의 상태를 위해 잠을 자는데, 최상의 상태가 되는 것과 시간 내에 맞춘 일은 없었다고 한다. 위의 료타가 철물점을 보고 놀랐던 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유다이는 시골에서 철물점을 하는 아버지이다. 이와 대비되는 료타는 대기업의 촉망받는 직원이고.


유다이는 가족에 대한 가치가 가장 우선된다. 그에 비해 료타는 자신의 업무가 우선되고 있는 상황. 료타의 아내 미도리와의 대화에서 그는 항상 가족과의 모임은 회사 업무에 미뤄지는 숙제 같은 의미다. 료타는 6년간 아버지인 적이 없었다. 그는 회사의 직원이었고, 한 사회의 평범한 남자이고 싶었던 게다.



남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남자', 다른 하나는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다. 남자는 결혼 후 아이를 갖게 되면 더 이상 남자가 아닌 아버지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료타는 아버지가 됐음에도 남자이길 원한다. 남자일 때는 자신의 무게만 감당하면 된다. 그러나 아버지의 무게는 다르다.


료타는 자신의 이상적인 가정을 위해 6년의 세월에 대한 가치를 수치화하고 있다. 그는 처음 자녀가 바뀌었단 사실을 알았을 때, 음악이나 공부에 재능이 좋지 않았던 케이타를 보고, "그럴 줄 알았어.."라는 혼잣말을 했다. 그는 이상에 빠져있는 오만한 남자였다. 그러나 케이타는 항상 아버지를 보고 있었다. 자녀의 시선은 부모의 무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제목은 아버지가 아들의 시선을 발견했을 때 이뤄진다.


아버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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