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망각하게 하는 마술이다.
매일 아침 8시에 마을 순찰을 도는 사람. 마을 안에 자동차가 들어오면 눈이 뒤집히는 사람. 웃음기 없이 자기 할 일만 묵묵히 하는 사람. 질서를 깨면 노망난 듯 버럭 화를 내는 사람. 항상 자신만이 옳고 남은 틀렸다고 단정 짓는 사람. 일상이 불평인 사람.
본디 화를 많다는 것은 그 안에 담아 놓았던 게 많다는 것. 웃음이 없다는 것은 삶의 이유의 부재로 인함이라. 영화 속 주인공 오베는 까칠하고 정확한 시간에 일하는 까탈스런 노인이다. 영화의 시작은 누구나 꺼려하는 진상 손님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당신이 없으니까 엉망진창이야"
오베는 자신의 배우자인 소냐의 죽음 이후 그는 자신이 살아왔던 이유의 부재로 죽음을 선택한다. 그러나 자살 기도하려던 그 앞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 오게 된다. 그에게 소냐 없는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삶이다. 살아간 이유가 없는 오베는 계속해서 자살 시도하지만 번번이 이웃들 때문에 실패한다.
그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생생해질 때, 죽기 원한다. 앞으로 행복한 순간이 없을 거라는 의미겠다. 그러나 오베는 새로운 이웃과의 만남을 통해 잃었던 웃음을 조금씩 찾게 된다. 이웃의 아이들을 돌봐주면서, 옛 친구와의 우정을 되찾으면서, 함께 동행하는 이들과 순찰하면서 말이다.
죽기만을 원했던 오베 앞에 새로운 할 일들이 생긴다. 이웃의 운전교육, 죽은 아내의 제자의 자전거를 수리하는 일, 고장한 물건을 수리하는 일. 마치 소냐의 선물처럼. 그는 새로운 할 일을 통해서 소냐를 추억한다. 어쩌면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것은 아픔과 상처를 동반한다. 사랑의 대상 외에 아무 의미가 없기에, 대상의 부재는 곧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베는 그 아픔과 상처를 갖고 있다.
세상은 종종 소중한 이를 잃은 이에게 잔인한 사실을 통보하곤 한다. 과거에만 살지 말란 말,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지 라는 말.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 그렇게 시간은 망각하게 하는 마술이 된다. 하지만 오베는 과거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사랑한 사람을 잊지 않으려는 것. 망각하지 않겠다는 의지.
어쩌면 과거를 잊지 않으려는 것은 집착이 아닐 수 있다. 그건 시간을 건 사랑이다.
오베는 그 사랑을 하고 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