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치 없는 조언은 사절합니다
첫째와 둘째는 3년 터울. 38개월 간격으로 출산했다.
첫째는 제왕절개 둘째는 자연분만, 그 힘들고 위험하다는 브이백에 성공했다. 출산과정에는 두 가지의 경험치가 쌓였다.
첫째는 초기엔 유산기로 누워있고 후기엔 조산기로 입원을 두 번이나 했다. 하루라도 더 엄마 뱃속에서 커야 한다고 엄마 뱃속의 하루와 인큐베이터의 하루가 절대 같을 수 없다며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결국은 예정일이 지나 출산했다.
양수가 먼저 터졌는데 양수 색이 이상해서 의문을 품고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도 뱃속에서 힘들었는지 태변을 보고 만 것이다. 태변을 먹으면 위험하므로 빠른 출산을 해야 했는데 초산이다 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제왕절개로 아이를 만나게 됐다.
나는 제왕절개에 대한 걱정, 불안도 많았지만 (훗배앓이, 모유수유의 실패 가능성, 회복 속도 등등) 첫째가 딸이었기에 더 걱정이 많았다.
우리 딸이 언젠가는 출산을 하게 될 텐데 그때 엄마인 내가 딸의 힘듦을 공감하지 못할 텐데, 그러면 아이에게 힘이 돼주지 못할 텐데 그런 걱정이 먼저 앞섰다.
첫째 출산 시 내 나이 스물셋, 지금 생각하니 어린애가 별 걱정을 다했다 싶다.
그렇게 급하게 새벽에 수술로 아이를 만나고 신랑을 보자마자 했던 나의 첫마디가
나 둘째는 절대 수술 안 할 거야.
자연분만할 거야.
보통 출산을 하면 둘째는 없다며 다짐하다가 이쁜 아이를 키우다 둘째를 낳게 된다던데, 무슨 정신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두 가지의 분만을 다 해본 엄마로서 어느 것이 덜 힘들다고 하는 출산은 절대 없다. 자연분만은 선불, 제왕절개는 후불이라는 말이 있듯이 고통은 동반된다.
그렇게 둘째는 브이백을 성공하고자 브이백 조건에 맞게 아이를 가졌다.
그 당시 브이백 성공 조건은 크게 세 가지로 기억된다.
첫째, 36개월 이상 터울이 있을 것
둘째, 엄마의 체중 조절 (막달까지 +10kg 이상 되지 않게 관리할 것)
셋째, 아이의 체중 3kg 이하여야 할 것
둘째를 임신하고서부터 운동도 열심히 해서 체중조절에 힘을 기울였고, 예정일 일주일 전에 유도분만을 하게 됐다. 12시간 진통 끝에 둘째가 태어났고 낳고 보니 3.6kg이었다.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도 이렇게 진통도 잘 이겨내고 숨쉬기도 잘하는데 첫째 수술한 것이 너무 아깝다고들 했다.
엄마의 경험들이 아이에게 공감이 되고 힘이 되는 순간들이 많을 거라 믿는다.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아이에게 대리 경험하지 않을 용기도 있어야 하며 아이의 경험을 위해 나도 기꺼이 도전을 해 볼 용기도 필요하겠다. 나의 뒷모습을 보며 커 갈 아이들을 생각하면 건강한 걸음걸음으로 걸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걸릴 것이 없는 포장도로가 아닐지라도 때로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때로는 돌부리를 발로 차면서 그렇게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