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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세미 Apr 17. 2021

엄마와 딸의 꿈이 같다는 것

누가 먼저 이루나 한 번 해볼까?

내 나이 35살, 딸은 12살.

우리의 꿈은 같다. 바로 작가이다. 우리는 어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한바탕 웃었고 바로 누가 먼저 이룰 수 있나 보자며 갑자기 경쟁구도가 되었다.

딸의 꿈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인이었고, 나의 꿈은 어린 시절 개그우먼이었다가, 또 젊은 엄마였다가 현재는 보통의 흔한 엄마들과 같이 육아를 하고, 수익화를 갈망하고, 어쩌면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제 식사자리에서 나는 가족들에게 선언을 했다. 말의 힘을 믿기때문이다. 응원을 받고 싶어 몸에 잔뜩 힘을 주고 “나 할 말이 있어”라고 했더니 신랑이 엄청난 긴장을 했다. 그 상황을 즐기며 긴장감을 높이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도전해보려고! 목표는 3년!!" 그랬더니 딸이 “어? 나도 꿈이 작가인데!! 엄마보다 내 책이 더 먼저 나오겠다~”라며 우쭐대고 있었다.

그렇다. 딸의 학교에서는 1년 동안 각자의 글을 쓰고 학년말에 엮어 개인 에세이 책을 만들어주는 좋은 제도가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로 글을 쓰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힘든 과제이겠지만 딸은 다행히도 글 쓰는 걸 좋아하고, 본인이 잘 쓴다고 생각해 아주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이다. 부럽다. 정말 부럽다.


반면 나는 글쓰기 필수 시대에 살았던 것도 아니고 논술교육을 받아 본 적도 없다. 특별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센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나는 안 된다' 라고만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작가라는 사람들은 엄청난 신의 영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저 동경하며 왜인지 "글을 써보고 싶어요" 라고 이야기 하기에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자기 계발서에 빠지면서 (내가 헛꿈을 꾸고 있는 거라면 다 그 책들 때문이다) 시작만 하면 기간 문제이지 반드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입 밖으로 꺼내었다. 우리 든든한 가족들 앞에서.


혼자 포커스를 받고 모두에게 응원받고 싶었지만 딸의 선언과 함께 우리는 동지이자 경쟁자가 된 것 같다. 물론 딸은 아무 생각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경쟁자라고 했지만 어쩌면 마음 한 켠에서는 딸을 더 밀어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딸에게 많이 배워야 할 수도 있고.


꿈이 생겼다는 설렘보다 딸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길을 걸어갈 생각을 하니 벅차기만 하다.

조금 있음 다가올 사춘기나 흔하게 말하는 중2병에 걸려도 우린 같은 꿈을 꾸며 잘 극복해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해본다. 마치 벌써 꿈을 이룬 듯한 어딘가를 둥둥 떠있는 기분으로 새벽시간에 혼자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오늘도 기록이라 말하는 글을 써 본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있는 것 같은 안도감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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