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 '나는 나'이고 싶다
우리 딸은 시시콜콜 이야기가 많은 아이이다. 그건 아들도 마찬가지.
학교 다녀오면 아니 학교 마쳤다는 전화와 함께 “엄마~학교 끝났어~ 이러쿵저러쿵”
저정도면 조퇴하고 집에 오지 어떻게 참았을까? 생각할 정도이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 주제가 수시로 바뀌며 쉬지 않고 말하던 우리 아이.
귀에 피날 것 같다며 얘는 왜 이렇게나 말이 많은 거냐며 지인에게 하소연했더니 “엄마 닮은 거 아니야?”라는 말에 순간 얼굴이 빨개진 적도 있다.
아~ 그때 알았다. 내가 말이 많다는 걸. 그래 그러니 내가 너네 엄마이고 너네가 엄마 자식들이겠지.
올해 12살 된 딸이 이야기가 많다고 하면, 과묵한 아들 엄마들은 너무나도 부러워한다. 그런 소리 들으면 순간에는 내가 배부른 소리 하는 건가? 싶은데 정말 힘든 순간들이 많다.
대화라는 건 서로 준비가 되었을 때 해야 하는데 엄마가 뭘 하든 말든 듣고 있는지 확인도 없이 본인 말만 뱉어낸다.
엄마들은 알 것이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그때 그때마다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눈치가 생겨 엄마가 바빠보이면 “조금 있다가 이야기 할게~”하고 기다릴 때도 있다. 사실 계속 바쁜 척 하고 싶을 때도 많다.
제일 힘든 순간은 내가 아이의 감정을 모두 느끼며 흡수해버릴 때다. 아이가 친구와의 갈등이나 속상했던 일을 이야기했을 때 마치 나의 일처럼 마음이 너무 힘들어진다. 아이의 감정은 아이 것인데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엄마로서 조언을 해주고 한발 뒤에서 지켜봐 주면 될 것을, 내가 아이 마음에 들어가 이미 울고 있다.
차라리 아이한테 표현이라도 하면 조금 괜찮을까?
아이 앞에서는 들은 척 만 척 관심 없는 척 내 일이 아닌 척 세상 쿨한 엄마의 조언만 쏟아내고 뒤돌아서 혼자 끙끙거리며 아이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아이보다 더 깊은 동굴로 들어간다.
내 마음만 생각해서 가끔은 ‘아이가 조금은 입 무겁게 비밀로, 혼자 한 번 해결해 봤으면 좋겠다.’ 라는 못난 생각을 가끔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금방 마음을 고쳐먹는다. 아이는 엄마한테 이야기 함으로써 조금 털어지겠지, 엄마를 믿고 엄마를 의지하니까 할 수 있는 거겠지, 이 또한 얼마나 지속될까, 조금만 지나면 비밀 만들어 꽁꽁 숨어버리는 날이 오면 힘들다고 하소연했던 오늘을 그리워하는 날이 오겠지.
딸과 엄마의 사이는 이렇게 끈끈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투닥거리고 서로 위로하며 세월이 갈수록 서로 자기 할 말만 하며 수다스러운 친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시콜콜 자랑할 일, 슬픈 일, 소소한 남편 욕 하며 전화기 오래 붙잡고 통화하는 날이 오겠지.
지금 나와 우리 엄마처럼. 혹시 우리 엄마도 아직 나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것일까? 귀에 피나겠다고 지인에게 하소연하는 걸까?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