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너진 것처럼 보이는 날

마음은 여전히 자라는 중이다.

by 쑥쑥쌤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

그 마음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는 일,

타인의 마음을 한 번 더 헤아려보는 일,

관계를 끊지 않고 이어보려는 시도,

그리고 나와 우리를 함께 생각하며 선택해 보는 경험까지.

앞선 글에서 우리는 아이의 마음을 이루는 다섯 가지 힘을 차례로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이의 하루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힘들은 한꺼번에 쓰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힘들은 한 번 익히면 끝나는 기술이 아닙니다.


마음은 지식이 아니라 근육입니다

근육은 아는 것만으로 자라지 않습니다.

이론을 아무리 많이 알아도 몸을 쓰지 않으면 힘은 붙지 않습니다.

마음도 그렇습니다.

불편한 감정을 실제로 느껴볼 때 비로소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힘이 생기고, 하고 싶은 걸 잠시 멈춰보는 경험 속에서 조절하는 힘이 조금씩 자랍니다.

내가 불편한 순간에도 "저 친구는 왜 저럴까?" 하고 한 번 더 생각해 볼 때, 마음은 자기 바깥으로 나갑니다. 갈등을 피해 가지 않고 다시 말을 걸어보는 어색한 시도 속에서 관계를 이어가는 힘도 생깁니다.

선택의 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골라보고 그 결과를 마주해 보면서 자랍니다.

그래서 마음은 무언가를 잘 해낸 날에만 자라는 게 아닙니다.

흔들린 날에도, 분명히 자라납니다.


다시 흔들리는 건 덜 자라서가 아닙니다

부모가 힘들어지는 순간은 아이가 다시 흔들릴 때입니다.

"분명 지난번에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좀 알 때도 됐잖아."


한 학부모님이 상담 중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저희 아이가 작년에는 잘 참았거든요. 그런데 요즘 또 화를 못 참아요. 왜 이럴까요?"

저는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참는 힘이 사라졌다기보다는, 요즘 아이가 감당해야 할 게 조금 늘어난 것 같아요.”


아이의 마음은 한 방향으로만 자라지 않습니다.

근육이 그렇듯, 한 번 써봤다고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습니다.

어제 들었던 무게를 오늘도 다시 들어야 합니다.

아이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이미 배운 것처럼 보이는 장면에서 다시 무너지는 건 덜 자라서가 아니라 계속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대신 써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7편에서 이야기했듯, 부모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향을 따라 실제로 움직이는 건 아이의 몫입니다.

마음근육을 기르는 일에서도 부모는 대신 써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어떤 힘이 필요한지 알려주고, 무게가 너무 과하지 않은지 살피고, 넘어졌을 때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곁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저도 제 아이를 키우며 수없이 흔들렸습니다.

아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마다 "내가 뭘 잘못 가르쳤나" 자책했고, "이렇게 말해주면 되는데"라며 조바심을 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순간들이 모두 아이의 연습이었습니다.

실패처럼 보였던 그 선택들도, 흔들렸던 그 감정들도 모두 아이 안에서 쓰였고, 쌓였고, 결국 힘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을 바꿉니다

오늘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패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 선택을 통해 아이의 마음은 분명히 한 번 더 쓰였습니다.

그 경험이 쌓여 내일의 선택이 아주 조금 달라집니다.


부모의 마음도 함께 자랍니다

아이의 마음이 자라는 동안 부모의 마음도 함께 쓰입니다.

기다리는 연습, 말을 줄이는 연습, 끝까지 지켜보는 연습.

이 시간은 아이에게는 훈련이고 부모에게는 성장입니다.


저는 교사로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지만, 엄마로서 제 아이 앞에서는 여전히 서툽니다.

조급해지고, 불안해지고, 대신해주고 싶어 집니다.

여전히 흔들리고, 붙잡고, 노력합니다.


마음은 하루아침에 단단해지지 않습니다.

아이의 마음근육은 매일, 조용히 자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서 부모의 마음도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느려도 괜찮습니다.


오늘 한 번 더 마음을 쓴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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