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도시 다이어터 Vol. 10]
인구감소를 이야기하다 보면 항상 마주치는 "대치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방이 소멸한다와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라는 의견의 대립입니다.
인구감소 논의들을 지켜보면서 저는 매일같이 시소를 탔습니다.
우습게도 두 의견에 다 동의하기 때문이죠. 이대로 둔다면 소멸하는 지방이 나올 수 있다는 위기론에도 동의하며, 로컬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그 의견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만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방은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자생력과 로컬력을 믿는다. 다만 고립되는 마을과 파산하는 지자체들이 발생할 것이다. "
(우리나라는 지자체들의 파산 근거가 없으니 지자체의 파산 선언이야 없겠지만, 심각한 국가 재정악화로 나타나겠지요)
재정의 문제들이 아직 대중들에게 공론화되지 않아서 그렇지. 지자체의 예산과 세수를 단순 계산해도 재정이 마이너스인 지역은 매우 많습니다.
거기에 하루하루 늘어가는 공무원, 하루하루 감소하는 인구와 세수만 계산해도 내가 사는 곳의 재정 악화 문제를 고민해볼 수 있는데요. 주민보다 공무원이 많은 지자체도 쉽게 볼 수 있죠.
저는 사실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등을 작성하면서도 항상 궁금했던 점이 지방비 매칭이었습니다. 지역은 과연 지방비를 매칭할 능력이 되는가? 어떤 대책으로 계속 도시재생사업을 받아오는 것인가?
지방 소멸 대응기금이라는 눈먼 돈이 들어와 건설되는 공공건축물들을 운영할 돈이 있는가? 그 건물은 정말 수십억원에 필요한 건물인가? 현금성 장려금은 도대체 누가 메꾸는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작년에 일본 교토시는 이대로라면 10년 후, 빠르면 7년 후에 교토가 파산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교토시에 여행을 가 본 분이라면 조금이라도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토시는 매년 5천만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인구가 146만이나 되는 대도시로, 저는 단 한번도 교토시와 파산을 연결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파산한 도시 하면 관광 정책이 실패한 도시, 유바리시를 상상했기 때문입니다.
교토시 파산 위기의 가장 큰 요인은 버블 시기에 계획된 지하철 조성사업 등의 개발사업 예산이 버블 붕괴 후에도 전혀 수정되지 않고 그 예산 그대로 집행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 예산은 현재의 물가를 웃돎에도 불구하고 교토시는 이를 수정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또한 인구감소에 의한 예산 감소 등을 알면서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최고 수준의 공무원 월급제도를 유지하였으며, 노년층이 급증하는 인구구조 변화에도 국가정책을 뛰어넘는 복지정책 등을 추진해 와 재정을 악화시켰습니다.
교토시는 재정악화를 예상해 왔으나 속된 말로 내 돈이 아니기 때문에 방만하게 운영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관광수익이 있음에도 교토시는 2005년부터 공사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미래에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모으는 적립기금”을 빼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해당 기금은 곧 고갈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한 직격탄을 맞아 2020년 한 해에만 500억 엔의 적자가 발생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교토시에 의하면 앞으로 5년간 2,800억 엔의 재정이 부족하고, 공채(지자체의 마이너스통장)의 상환도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공채 총액이 1조 3400억 엔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광이 다시 활성화되더라도 정책의 대대적인 개혁과 노력이 있지 않는 한은 파산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교토가 파산을 막기위해 선택한 것들은 증세, 개발사업 중지, 지하철 공사의 중단 및 예산 검토, 공무원 연봉 삭감, 노인 복지 예산 축소 등으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선택한 정책들을 함꼐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행정 탓만 할 것이 아닙니다. 저같이 프로젝트를 하는 회사들도 많은 반성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신이 계획한 그곳은 정말 지역에 필요한 곳이었나요? 적정 규모였을까요? 양심이 많이 아프네요
저와 같이 양심이 아픈 분들이 계신다면, 예산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볼 시간입니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지자체와 용역사는 돈을 적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 반성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