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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도시연구자 Jul 07. 2022

중요한 것은 공간이 아니라 일거리를 가진 사람이다

위성오피스마을, 일본 가미야마정


작은 지방도시 혹은 농어촌의 지자체가 인구 유입을 위해 코워킹 스페이스를 조성하는 계획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사업자에게 장기 임대하는 형태보다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이 단기로 활용하는 사무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계획안들을 볼 때마다 저는 묻고 싶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올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정말 수요가 있나요?



실제로 질문해본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시 사람, 프리랜서, 청년이 올 거다", "MZ세대가 올 거다", "디지털 노마드가 트렌드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지나가다가 일할 공간이 필요하면 들릴 것이다" 혹은 "공간을 만들어 두면 필요한 사람은 올 거다"라는 낙관적이지만 대책은 없는 대답들을 들을 때도 있었어요.


어떤 분들은 구체적인 성공 사례들을 이야기해 주시는데요.  많이 나오는 사례가 일본의 도쿠시마현 가미야아정입니다.


가미야마정의 지역재생 성공 신화를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독보적인 사례이죠.

일본 책 "가미야마의 진화"가  "마을의 진화"라는 책으로 번역되어 한국에 출간될 정도니까요.

아마 가미야마정의 예전 상황과 비슷한 군지역에서 많이들 읽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정말 가미야마정은 코워킹스페이스의 성공사례인걸까요?



#가미야마정의 성공신화


가미야마정은 도쿄에서 출발하면 버스로 5시간이 걸리고, 가장 가까운 역, 도쿠시마역에서도 버스로 1시간이 걸리는 깊은 산속 시골마을입니다. 해발이 1,000m라고 해요. 인구는 5,000명 정도 입니다.


2010년만해도 소멸 가능성 지역의 대표주자였으나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기술을 가진 젊은이들이 시골마을로 이주했고, 인구수는 적지만 창조력은 높은 마을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소멸 가능성 지역에서 IT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 다양한 기술을 가진 젊은이들이 이주하는 마을, 창의적인 마을로 변화하다니 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사례인가요? 저도 이 마을의 이야기를 참 좋아한답니다.

in 神山


이들의 성공 요인인 매우 다양하고, 많죠.

그 내용을 알고 싶으시다면 이미 출간된 마을의 진화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가미야마정의 긴 이야기가 아니라  "위성 오피스(분산 오피스)"와 "코워킹 스페이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습니다.



#가미야마정은 위성 오피스 마을입니다


의외로 가미야마정의 신화를 자연환경이 훌륭하고, 인터넷이 잘되는 시골에 코워킹스페이스가 만들어지고, 그곳에  IT인들이 모이면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 키워드 바꿔드리고 싶었습니다.

가미야마정의 성공신화 키워드는 코워킹스페이스 아니라 "위성 오피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분산 오피스"라고도 표현하는데요.

간단하게 본사에서 분리된 사무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미야마정은 2010년을 시작으로 8년 만인 2018년에만 해도 16개 기업의 위성 오피스가 생겼습니다.

현재는 더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사가 가미야마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IT직장이 많은 이유는 이미 들어온 IT회사들이 관련 회사를 유치해오거나 IT회사가 이미 많이 들어와 있어 협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가미야마정은 프리랜서, 개인, 1인 기업이 시골이 좋아 이주한 김에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농촌 사무실을 개설하고 기업의 직장인이 함께 이주한 형태입니다.


그러니까 가미야마의 키워드는 "공간"이 아니라 "일자리"인 것입니다.


가미야마정의 초기 이주자들은 일자리가 있기에 시골마을로의 이주를 선택한 것이죠.

물론 이주자가 시골에서 거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이주하였겠지만 일자리 기반이 없었다면 과연 이들이 도쿄나 오사카를 쉽게 떠날 수 있었을까요?


처음으로 이주한 SanSan이라는 회사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명함 관리 서비스, 회사 및 사업자를 위한 컨설팅에 종사하는 회사로, 현재 시총이 1조 2천억 원인 기업입니다. 본사는 도쿄에 있습니다.



#코워킹스페이스, 숙박체험 등은 위성 오피스 다음입니다.


2013년에 플랫이즈라는 회사가 가미야마 정에 위성 오피스를 열었는데요. 이들이 7번째 기업입니다.

플랫이즈는 방송, 프로그램 편집 및 전송 회사로 SanSan처럼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 전송 회사는 지진 시에 데이터를 보관, 송출할  없는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에 플랫이즈는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 본사를 분산시킬 계획을 세우고, 가미야마정에 위성 오피스를 건설하게 됩니다.   2013년인데요. 플랫이즈는 위성 오피스 건설과 더불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새로운 회사 "엔가와" 설립하고 본사를 가미야마에 두게 됩니다.


플랫이즈는 함께 일할 수 있는 기업이나 사람들을 가미야마에 불러오기 위해 "체험 거점"을 만드는데요.

그것이 2015년 7월에 오픈한 「WEEK 가미야마」입니다.


WEEK 가미야마는 플랫이즈 뿐 아니라 가미야마 거주자와 마을, 단체 등도 함께 출자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택을 이용해 프런트 식당동과 숙박동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숙박동(전 8실, 최대 24명, 7500엔~)의 경우 가미야아정의 경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아마 경관을 보고 위성 오피스를 가미야마에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듬뿍 담긴 것이겠지요?


그 외에도 가미야마 밸리라는 중요한 거점이 있습니다. 이곳은 2013년에 구 봉제공장을 리모델링해 IT 스타트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코워킹 공간이자 인큐베이션 시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면적 619㎡에 다목적 코워킹 공간과 화상회의가 가능한 회의실, 전용 협의 공간, 공동 주방 및 샤워실 등이 갖춰져 있는데요. 이들은 해당 공간에서 일을 해보고 위성 오피스를 가미야마에 설치할 것인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둘은 이미 어느 정도 회사들이 들어와 있고, 서로 협업이 가능한 상황에서 스타트업 유치라는 목적과 소비자가 뚜렷한 코워킹 스페이스였습니다. 지금은 가미야마 정의 성공신화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도 이용하고 있지만요.


그렇게 이전한 기업들이 가미야마 정에서 일할 사람들을 모집하면서 젊은 인구들이 가미야마 정에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일거리,콘텐츠로 사람을 부릅니다.


가미야마는 개인의 이주를 독려할 때도 일거리를 사용합니다. 빈집의 단순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빵집이 필요한데, 빈집이 있다. 빵집을 운영해 줄 제빵사를 모집하며, 우리는 빈집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라는 일 위주의 홍보인데요.


이주를 결심하는 사람들에게 공간이 있냐 없냐보다 그곳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홍보방법들이 흥하는 거겠지요?


가미야마정의 성공은 일본의 정책이 되었습니다. 일본은 현재 위성오피스 설립 등을 지방창생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40여 곳에서 위성오피스를 유치해 지역 재생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공간이 아니라 일거리를 가진 사람이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중요한 것이 스페이스가 아닌 워킹(일거리)을 가진 사람인데 그들을 불러 올 운영계획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공간을 만든다고 사람이 오는 것이 아닌데 말이죠.


불특정 다수의 창조적 인재가 모이는 대도시나 특정 지역이 아니라면 운영계획 없이 코워킹스페이스를 조성하는 것보다는 가미야마정처럼 일거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의 위성오피스를 유치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기업들이 MZ세대의 퇴직을 막기위한 다양한 복지정책들을 고민하고 있고, 자연환경 등이 복지로 작용하고 있으니까요.


행안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사용처에 큰 제한이 없어서 코워킹스페이스가 무분별하게 증가하지 않을까 걱정인데요.  


코워킹스페이스를 계획하실 때 운영계획을 꼭 고민해주시길 바랍니다.


일거리를 가진 수요층이 모일까요?

일거리 정보가 모이는 공간으로 운영하실 건가요?

지역의 일자리 정책 등과 연결되는 공간인가요?

운영계획은 현실적이고, 타당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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