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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도시연구자 Jul 14. 2022

거점공간을 줄이는 것도 전략이다.

도쿠시마현 미마시 코야다이라지구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지역 거점시설의 이용자들이 줄어든다는 것인데요.

인구가 감소하니 더 크게 지어서 외지 사람이 찾아오게 해야 한다라는 맥락인지 재미있게도 지방도시에 대형 거점시설들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규모도 점점 커집니다.


늘어난 공공시설의 운영비용은 당연히 지자체, 시민의 부담이 됩니다. 어떤 지역은 운영비가 부담된 나머지 국비로 거점시설을 건설하자마자 문을 닫아 둡니다. 주민참여라는 명목을 들어 주민들에게 강제로 운영하라고 부담을 떠넘기기도 하죠.


이러한 현상에 불을 붙인 것은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방 소멸 대응기금,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등등의 100억 규모의 국비사업들입니다. 이 많은 돈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역시 건설사업이 제일 좋으니까요.


음.. 이 지점에서 의문이 듭니다. 국비를 안 받고, 안 지으면 안 되는 걸까요?

특히나 격한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지역들의 경우 현재 있는 시설들도 유지가 어려울 텐데요.


#거점시설의 축소도 하나의 방법이다

오늘 저는 거점시설의 축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거점시설을 줄이자"는 저의 말이 언제 실현될지, 들어줄 지자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한번 적어봅니다.


인구의 감소로 농어촌에서는 상가, 은행, 병원 등의 폐업, 학교 폐교 등이 고질적으로 진행되다보니 빈건물이 즐비해있습니다. 지자체는 빈건물을 재생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거점시설 짓기도 그 일환이 많습니다. 그렇치만 성공한 사례들을 정말 손에 뽑을 정도이죠. 저희끼리는 우스갯소리로 “돈들여 빈집만든다”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사례지인 미마시 코야다이라촌은 동네에 산재하고 있는 혹은 없어진 생활서비스 기능들을 중학교 건물 1개 동에 모아 집적시키고, 인근의 노후 공공건축물들은 철거해 공원으로 활용한 사례입니다. ( 그림을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미마시 코야다이라촌은 1950년대에 6,000여 명을 기점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여, 1970년대 3,700여 명, 1980년대 2,900여 명, 2000년대에 1,900여 명으로 감소한 산간마을입니다. 2015년만 해도 인구 1,000여 명을 유지했으나 현재는  2020년에는 인구 443명, 세대수 205가구만이 코야다이라촌에 남았습니다. 그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50% 이상입니다.



코야다이라촌은 우리나라로 치면 산에 있는 "면"지역으로, 주민들이 코야다이라촌 전역에 걸쳐 거주하고 있습니다. 상점, 이발소, 행정서비스 등을 이용하기 위해 코야다이라 종합지소 (면사무소) 인근을 방문하고는 하셨는데요.

3,000명~6,000명의 인구가 유지하고 있었던 상권, 생활서비스 등이 인구가 급감하면서 붕괴하기 시작됩니다. 상점이 문을 닫고, 중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합니다. 행정서비스나 대중교통도 당연히 운영하기 어려워졌죠. 이곳은 "쇼핑난민(쇼핑난민에 관한 글 참고https://brunch.co.kr/@sookyoungjung/23) "이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지입니다.


이들의 대응은  "주민이 필요한 시설을 소규모로, 경제적으로, 집약해서 운영한다"와 "유지할 수 없는 노후 공공건축물의 철수한다"였습니다.

철거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정부의 정책인데요. 일본 정부가 2014년에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철거를 원하는 공공시설"을 조사했고 그 결과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는데, 놀랍게도 전국의 공공건축물 중 40% 이상이 철거 희망 건축물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인프라 정비계획을 재 수립해 철거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민이 필요한 시설을 소규모로, 경제적으로, 집약해서 운영한다"

지역 주민들은 2014년에 중학교를 초등학교로 이전시켜 교사를 통합한 후 중학교 교사를 복합시설로 개·보수하여 생활서비스의 거점시설을 정비하고, 헬기의 랜딩포인드를 확보하여 지역의 구급상황에 대응하는 계획, 커뮤니티 버스 운영 등의 계획을 수립합니다.


복합시설의 기능은 병원, 쇼핑센터, 지역 주민과 사업자, 진료소, 약국, JA, 상공회 등으로 복합시설 검토위원회를 설치해 시설의 규모와 배치, 이용 동선 등에 대한 지역의 합의 형성을 통해 결정되었습니다. 진료소, 우체국, 쇼핑지원센터, 시 종합 지소 등이 입주하였는데 모두 주민들이 필요한 시설입니다. 이들은 2017년에 개소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1층(970.45m²) : 진료소, 약국, 우체국, 상공회, 농협쇼핑지원센터

2층(618.35m²) : 치과진료소, 시종 합지 소, 일직실, 회의실

3층(618.34m²) : 조리실습실, 도서실, 일실, 회의실, NPO사무소

운동장 : 헬기장

커뮤니티 버스의 운영은 NPO코야다이라가 주가 되어 유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주로 마을과 복합시설, 미마시 중심부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 커뮤니티 버스를 통해 고령자 등의 이동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안부 확인, 생활 상담, 농림 작업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가는 브런치에서 이미 언급한 적이 있는 볼런터리 체인, 전 일본 식품 주식회사(JA) 함께 상공회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2층에 있는 시 종합지소에는 행정뿐만 아니라 소방, 경찰 등의 지소도 함께 배치되어 있습니다.



"유지할 수 없는 노후 공공건축물의 철수한다"


폐교를 활용해 복합시설을 만든 사례들은 우리나라에도 많은데요. 이 사례를 소개하는 포인트는 "철거"입니다.

코야다이라 복합시설에 들어오는 "기능"들은 대부분 점재 되어 있던 시설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전으로 빈 건물들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코야다이라촌에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유지할 수 없는 노후 공공 건축물은 모두 철거하여 공원, 주차장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안전 상의 문제도 있지만 유지, 관리, 보수할 인력과 예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3,000명~6,000명의 인구가 유지하고 있었던 상권, 생활서비스 등을 유지하려 하지 않고 감소하는 지역에 맞춰 시설을 줄였습니다. 운영비용 등도 매우 효율적이게 되었죠


여러분은 이 사례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으셨나요? 저는 이 철거계획 또한 어떤 지역들에게는 매우 필요한 정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도 전략적 철거를 정책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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