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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라이 Jan 12. 2024

게임하는 아이들 세 번째 이야기

소소한 일상, 작은 행복의 기록 14 -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게임'이라고 검색하니 관련 도서가 즐비했다. 게임 관련 책이 이렇게나 많았어? 하며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300권이 넘는 책 중에 게임의 효용과 비효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 개발집과 직업 도서, 동화책이었다. 게임 회사들은 빠르게 새로운 게임들을 쏟아내는데 연구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 책의 생산량도 차이가 나는 듯했다. 게임의 연구 속도가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현시대에 걸맞은 게임의 장단점을 체계적으로 비교해 보고 싶었는데, 아쉽고 안타까웠다.



도움이 될 만한 책목록을 작성해 도서관에 가서 모두 빌려왔다. 식탁 위에 쌓아 놓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엄마, 이게 뭐야?"

세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내 곁에 와 섰다. 막내는 이내 내 무릎 위에 올라와 앉았다.

"엄마가 생각해 보니 게임에 대해 아는 게 없더라고. 그래서 공부할 거야."

나는 내 무릎 위에 앉아 머루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막내를 끌어안으며, 비장하고 즐겁게 말했다.



마음처럼 책이 술술 잘 읽히면 좋으련만, 책은 예상외로 너무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내게는 '책 읽는 뇌'가 없었다. 2022년 4월 전까지 완독한 책이 겨우 5권 정도. 독서라는 것은 '문화적 발명'이기 때문에 뇌에 읽기 공간을 마련해 두지 않으면, 술술 읽는 것은 불가능했다. 예컨대, 능숙한 요리사와 초보 요리사의 차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배테랑 요리사 같은 경우 집에 조리 시설과 도구, 조리 기술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향신료와 식재료가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하려고 하는 요리에 걸맞은 재료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요리 입문자의 경우는 도구와 주방용품, 필수적인 향신료와 식재료, 간단한 레시피의 경험조차 없기 때문에 요리에 요구되는 것들을 준비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몇 배로 든다. 나는 왕초보 독서가. 거의 모든 책이 낯설고 힘겨웠고, 읽으면서 '뇌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체감되었다.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없는 만큼, 머릿속에 잘 마련된 '공간'이 없는 만큼 피로도는 쉽게 쌓였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좋지 않은 건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을 오가며, 더욱 절박하고 간절해졌다. 그러나 절실한 마음과 달리 책이 읽히지 않아 자주 머리를 흔들었고, 꾸벅꾸벅 졸며 책 앞에 오래 앉아 있었다. 박력 있는 강인함을 갖춘 엄마라든지 촘촘한 지식으로 무장한 엄마라든지 하면 결단력 있게 움직였을 텐데, 나는 느리고 느린 엄마라 늘 한 템포 뒤쳐졌다.

"엄마, 들어가서 자."

첫째가 식탁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나를 바라봤다.

"엄마가 약속했거든. 2주 동안 여기 있는 책 다 읽고 둘째랑 얘기할 거야."

첫째는 내 옆으로 온 둘째를 가볍게 째려봤다. 둘째는 2주 뒤에 있을 기념비적인 날을 고대하는 듯한 미소를 담고 활짝 얼굴을 밝혔다.



가장 큰 두려움은 때로 가장 큰 동기로 작용한다. 한 번 가지치기를 하면 다시 복구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 '가차 없는 뇌'에 대한 공포가 가장 컸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데, 회복불능이라니. 상상하는 것조차 너무나 섬뜩하고 걱정스러웠다. 나는 돌이킬 수 없음으로 후회가 가장 클 뇌에 대한 공부를 제일 먼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우리가 게임을 하지 말았으면 하고 바라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독'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중독이 되면 뇌 건강,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일상에 치명적이다. 중독하면 떠오르는 것도 무시무시한 마약 중독, 담배 중독의 이미지다. 이것만은 아니길 바라는 최저선인 것이다. 한 연구에서 게임 중인 사람의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의 농도 변화를 영상으로 촬영했다. 이때 게임에 몰입하는 동안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알게 되었다(1998년 <네이처>). 그런데 이 도파민은 게임을 하는 동안에만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목표를 설정할 때, 목표를 달성했을 때, 감사할 때,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데이트할 때 분비되는 아주 유용하고 소중한 행복 물질이다. 그렇다면 도파민 수치는 어떨까? 게임할 때 도파민이 분비되는 수치가 중독될 수준으로 높게 나올까? 천만다행으로 그렇지는 않았다. 일상에서 행복감을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할 때 나오는 수치와 비슷했다.



이제 우리 아이가 중독인지 아닌지 알아봐야 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생각이 아니라 객관적인 결과가 필요했다. 그것이 하나의 큰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열고 이알리미(온라인 가정통신문)에 들어가 게임 중독 상담을 하는 센터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게임중독 자가진단 스마트쉼센터 www.iapc.or.kr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www.cyber1388.kr


인터넷중독 상담 스마트쉼센터 www.iapc.or.kr

                       전화상담 1599-0075


청소년 상담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www.kyci.or.kr


부모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웹심리검사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www.cyber1388.kr  

전화상담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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