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 중동지역 술이야기

중동에서는 음주를 왜 금지할까?

by 해원

중동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의 고역 중 하나는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점이다. 음주가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기에 술 생각이 더 절실해 질 때도 있고, 따라서 술과 관련된 일화도 많다.


금주 규제의 강도는 국별로 상이하다

중동 국가들은 금주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규제 수준은 국별로 처한 상황과 여건에 따라 상이할 뿐 아니라 내국인과 외국인, 이슬람교도와 비이슬람교도 등을 구분하여 규제 범위와 내용을 달리 적용하기도 한다. 중동에서도 규제 강도가 높은 지역은 걸프협력기구(GCC)에 속한 국가들이다. 그러나 GGC 국가들 간에서도 규제 정도는 다르다.

음주 규제가 가장 엄격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이 나라는 술을 마약과 동급으로 취급한다. 쿠웨이트에서는 여행자가 기내에서 마시던 술, 즉 마개가 열려 있는 술병의 반입은 허용된다. 두바이의 경우 호텔에서는 음주가 가능하다. 일반음식점 등 호텔이 아닌 곳에서도 술을 마실 수 있는데 이들은 호텔에 속해 있는 서류상의 지점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에 바레인에서는 상당히 자유롭게 술을 즐길 수 있다. GCC 국가는 아니나 요르단에서는 ‘아락(Arak)’이라는 높은 도수의 증류주가 생산되며, 공항 면세점에 이 술이 판매용으로 진열돼 있다.

나라마다 음주에 대한 규제 수준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산유국들은 대체로 술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 바레인이나 요르단 같은 비산유국은 관광, 금융 등 서비스업이 국가 수입의 원천이어서 외국인의 음주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다. 터키나 이집트,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국가, 그리고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에서도 음주는 가능하나 대다수의 그 나라 국민들은 술을 즐기지 않는다.

꾸란에 금주 규정이 있다

술을 왜 못 마시게 할까? 이슬람교 경전인 꾸란(코란)에는 음주를 금지하는 내용이 있다. ‘믿는 자들이여 술과 도박과 우상숭배와 점술은 사탄이 행하는 불결한 것이거늘 그것들을 피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번성하리라’[꾸란 5:90]가 그것이다. 또한 음식이나 식품 중에서 먹어도 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이 구분돼 있다. 육류의 경우 이슬람 절차에 따라 잡은 고기만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되는데 이를 할랄(halal)이라 한다. 반면에 술이나 돼지고기 등은 금기시되는 하람(haram) 대상이다.

한편으로는 기후적 요인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중동은 대부분이 사막 지형이고 기온도 매우 높다. 그래서 중동 국가들을 열사(熱砂)의 나라라 부른다. 더울 때 술을 마시면 쉽게 깨지 않는다. 특히 과음하고 사막에서 잠들게 되면 목숨을 잃기 십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주를 종교적 계명이나 사회 규범으로 규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국 기독교에서 술을 금하는 이유와 규제 방식도 이슬람의 경우와 유사하다고 하겠다. 19세기 중후반 기독교가 전래될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술과 담배의 폐해가 심각한 상태였기에 기독교인에게는 금주와 금연을 추가적으로 지켜야할 교리와 지침으로 설정했지 않았나 추측된다. 물론 미국의 남침례교(Southern Baptist) 등 금욕을 강조하는 종파의 신자들은 금주와 금연을 실천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중국에서도 동북3성 등 북부 사람들과는 달리 장강(양쯔강) 이남의 더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체로 음주하지 않는다. 동남아나 인도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북방에 사는 사람들은 술을 즐기는 편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1인당 알코올 소비량 기준 세계 10대 음주 국가로 벨로루시, 몰도바, 리투아니아, 러시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안도라,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를 꼽았다. 대부분 추운 지역에 있는 나라들이다.


중동의 독특한 관습들은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됐다

이슬람에서 돼지고기를 불결하다며 또 하나의 하람 대상으로 금기시하는 것도 환경적 요인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돼지고기는 부패 속도가 소고기나 양고기에 비해 빠른데다가 방목으로 사육하지 않고 사료를 먹여 키워야 한다. 유목에 적합하지 아닌 가축이기에 중동에서는 사육비가 많이 든다. 물론 꾸란에도 ‘믿는 자들이여, 신께서 너희에게 부여한 양식 중 좋은 것을 먹되 신께 감사하고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규정이 있다.

중동에서 양고기가 대표적인 육류인 이유는 양이 목초 뿌리까지 먹어치우는 먹성 좋은, 즉 가성비 높은 가축이고 상대적으로 다른 고기에 비해 보관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육류와 관련한 일화로는 1983년 뉴델리에서 개최된 7차 비동맹 정상회의 시 메뉴를 선정하는데 고심했던 사례를 들 수 있다. 주최국인 인도는 소를 숭상하는 힌두교를 국교처럼 믿는 나라여서 소고기를 메뉴에서 배제했다. 돼지고기는 이슬람 국가들을 감안하여 식단에서 빠졌다. 그리고 양고기는 친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외됐다. 결국 야채와 닭고기를 중심으로 식단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후일담으로 전해진다.


물은 철저한 공유재다

중동에서 물은 공유재로 철저하게 지켜진다. 남녀유별이 엄격한 사회지만 물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여성이 모르는 남성일지라도 물을 제공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물이 귀했기에 거의 유일한 급수원인 오아시스를 둘러싼 전쟁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물이 없으면 죽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오늘은 이 부족, 내일은 저 부족이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결과는 죽이고 죽이는 살상전 끝에 남자들은 죽고 여자들만 남게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인구 증대와 사회보장 차원에서 미망인 등 여성들을 부양하도록 일부다처제가 허용되지 않았나 추론해 본다. 소모적인 오아시스 쟁탈전의 교훈으로 오아시스를 순서대로 이용하는, 이른바 ‘first come, first serve’ 관행이 정착됐을 것이다.

상상의 날개를 이슬람의 기도에까지 펼쳐 본다. 이슬람교도들은 하루에 다섯 번 알라신에게 기도를 바친다. 일출 전, 남중시간과 일몰 후, 그리고 그 중간에 각각 한 번씩 약 세 시간 간격으로 기도 시간이 정해져 있다. 기도하기 전에는 물로 손과 발, 사타구니 등을 깨끗이 씻도록 돼 있다. 물이 없을 경우에는 뜨거운 모래로라도 씻어야 한다. 전적으로 사견(私見)이지만 일종의 위생수칙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돼지고기가 하람 대상이고, 물은 철저한 공유재며, 일부다처제와 기도 시 세수와 세족을 의무화하는 등의 풍습과 전통은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사료된다. 저마다의 처한 환경과 배경이 다른 만큼 타민족의 관습을 우리 문화와 다르다고 폄하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중동에서 술과 관련된 일화들

다시 중동의 술 이야기로 돌아와 술과 얽힌 몇 가지 일화를 전하고자 한다. 소개되는 내용은 필자가 중동에서 근무할 당시 들었던 이야기들로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개연성은 충분이 있다고 여겨진다.


# 사례 1 : 술 반입과 관련하여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영국대사관과 제다세관 간에 발생한 에피소드다. 1970년대 후반 주 사우디아라비아 영국대사관은 주류를 외교행낭(파우치) 편으로 수입했다. 외교행낭이라도 대형 화물의 경우는 내용물의 품명을 명시해야 한다. 영국대사관은 피아노라고 기재했다. 제다세관이 이 화물을 통관 처리하면서 영국대사관에 “귀 대사관에서 외교행낭 편으로 수입한 피아노가 깨져서 물이 새고 있으니 조속히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공문을 보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 주재한 대사관들은 홍해 연안의 도시인 제다에 소재했다. 외무성이 제다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성이 수도 리야드로 이전한 후 대사관들도 리야드로 옮겼다. 공문을 받은 영국대사관은 “우리 대사관은 외교행낭 편으로 피아노를 수입한 바 없으니 적의 처리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답신을 보내면서 한 컨테이너 규모의 술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은 전통적인 우방국이었다. 그런데 당시는 1970년대 후반 ‘공주의 죽음(The Death of Princess)’이 영국 TV에서 방영된 이후 외교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시기였다. ‘공주의 죽음’은 사우디아라비아 초대 국왕인 압둘 아지즈의 증손녀인 19세 미사알(Misha'al)이 연인 관계였던 레바논 평민 출신 알리 새르(Ali Shaer) 장군의 아들과 유럽으로 도피하려다 베이루트 공항에서 비밀경찰에 검거된 후 처형된 내용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상이다.

중동에서는 사촌 간 결혼이 원칙이다.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려면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물론 연애는 허용되지 않는다. 규율에 어긋난 애정행각이 발각되면 남자는 참수형에, 여자는 돌로 쳐 죽이는 형벌에 처해진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이슬람의 안식일인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도시 한복판에 있는 광장에서 집행된다. 한국인들은 그 장소를 할라스 광장이라고 부르는데 할라스는 아랍어로 ‘끝나다(finish)’란 의미다. 공주와 장군의 아들도 1977년 이른바 할라스 광장에서 처형됐다. 공주에게는 신분을 감안하여 돌로 쳐 죽이는 대신 총살형이 집행됐다.

한 영국 엔지니어가 처형 장면을 몰래 사진 찍어 영국 연합TV에 전달함으로써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졌고, 촬영된 사진을 기초로 미・영 합작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의 강력한 중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1980년 4월부터 다큐멘터리 영상이 영국 등 영연방 국가들에서 방영됨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가 5개월 간 영국과 국교를 단절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 사례 2 : 사우디아라비아에 근무했던 또 다른 영국 엔지니어의 음주 사건과 처벌 이야기다. 술을 마신 영국 엔지니어가 사우디아라비아 비밀경찰에 적발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술이 마약과 동일시되기에 음주에 대한 규제는 엄격하다. 음주 행위가 적발되면 외국인의 경우 곤장으로 볼기를 치는 장형(杖刑)에다 유치장에 구류 후 추방되는 형벌에 처해진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외교관이 아닌 사람들이 술을 구하는 방법은 암시장에서 구입하거나 자기 집에서 담그는 수밖에 없다.

이 영국인은 자가(自家)에서 제조한 포도주를 마신 후 적발됐다. 경찰이 술 출처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고, 영국인은 부인이 담근 것이라고 실토했다. 그래서 그의 부인도 술 제조자로 체포되어 남편과 함께 할라스 광장에서 처벌을 받았다. 모든 음식료품은 술의 원료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콜라로 술을 빚기도 한다. 중동 마트에서는 포도원액을 구입할 수 있다. 포도원액과 물을 1:1 비율로 섞고 이스트(특히 영국산 이스트)를 첨가한 후 3∼4주 정도 지나면 훌륭한 포도주로 숙성된다. 영국 엔지니어도 이 방법으로 포도주를 제조했을 것이다.

암시장의 술 가격은 원가와 운임을 포함한 수입가의 수 십배에 달한다. 위험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술은 현지인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술을 선물하는 것은 신뢰의 상징이기기는 하나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음주 후 술병처리도 골칫거리 중 하나다. 술병을 그대로 배출하는 것은 위험하다. 위스키 등 양주병은 단단해서 쉽게 깨어지지 않기에 파쇄도 용이하지 않다. 이래저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술 마시는 데는 코스트가 많이 든다.


# 사례 3 : 1970∼8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 중동을 오가기가 지금보다도 쉬웠다. 김포공항과 제다를 직항으로 연결하는 항공편이 있었고, 한때 국적기가 김포와 카이로를 운항하기도 했다. 그만큼 항공 수요가 많았던 까닭이다. 승객의 대부분은 중동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이었다. 1981년의 경우 중동에 있었던 우리 근로자 수는 무려 16만명에 달했다. 그 중 13만명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했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사관과 영사관의 일도 많았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공관원 수 기준으로 주일 및 주미대사관 다음으로 컸다.

근로자들은 1년 단위로 계약하여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그러나 통상 2∼3년 이상 연속 근무했다. 1년을 마치고 일시 귀국하지 않으면 임금과 함께 항공료 등에 해당하는 추가수당이 지급됐다. 그래서 귀국하지 않고 계속 일했던 근로자가 태반이었다. 건설현장에서 술이 빠질 수 없으나 중동,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음주가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몰래 담아 먹기도 하지만. 근로자들이 중동으로 갈 때 탑승한 항공기에서 마시는 술이 향후 몇 년 동안의 마지막 음주인 셈이어서 기내에서는 술 요구가 빗발쳤다.

술 공급도 문제지만 중동 현지에 도착할 때까지 술이 깨도록 하는 것은 더 큰 일이었다. 당시는 항공기 성능이 지금보다 뒤떨어졌기에 목적지까지 비행하는데 중간 급유가 필요했다. 서울-제다 구간의 경우 항공기에 승객을 태우지 않으면서 급유만 받는, 영어로 technical landing이라 하는 기술적 착륙이 방콕 공항에서 이루어졌다. 기내에서는 중간 기착지인 방콕까지만 술이 제공됐고, 비행기가 방콕 공항을 이륙한 이후에는 승무원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근로자들의 음주는 방콕까지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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