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 막걸리이야기

귀한 쌀 막걸리가 한때 푸대접 받았다

by 해원

2020년 방영된 가요경연 프로그램인 ‘미스터 트롯’에서 가수 영탁이 부른 ‘막걸리 한잔’이 정겨운 가사와 구수한 가락으로 막걸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막걸리는 쌀이나 밀에 누룩을 첨가하여 발효한 후 청주를 걸러내고 남은 술지게미를 채에 걸러 만든 술이다. 색이 탁하다 하여 탁주라고도 한다. 지금은 청주 수요가 적어 청주를 거르지 않고 바로 물을 섞어 막걸리를 전용으로 생산한다.


막걸리 주원료가 쌀에서 밀을 거쳐 다시 쌀로 변경됐다

막걸리는 고래로부터 이어온 우리나라의 전통주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부모인 해모수와 유화부인의 이야기에도 술이 등장하는데 그 술도 막걸리였을 가능성이 크다. 막걸리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술 소비의 80%를 점하는 주종 주류였으나, 오늘날에는 소주와 맥주에 그 자리를 물려주었다.

주 원료가 종래에는 쌀이었지만 1965년 정부가 소주와 함께 쌀로 막걸리를 주조하는 것을 금지함에 따라 미국 원조물자인 밀가루를 원료로 생산했다. 밀 막걸리는 쌀 막걸리에 비해 색깔이 탁하며 단맛이 적고 신맛이 강하나 구수하고 묵직한 풍미를 지닌다.

그러다가 단위 면적당 소출이 많은 통일벼의 보급이 확대된 데다 1977년 대풍으로 쌀 생산량이 급증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쌀 막걸리 생산이 허용됐다. 12년 만에 쌀 막걸리가 다시 등장하자 밀 막걸리에 익숙해진 주당들은 “쌀 막걸리는 맛이 밋밋하여 막걸리가 아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1977년은 100억달러 수출과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전환점을 이룬 해다. 쌀 막걸리 제조와 함께 최초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자 쇠고기와 과자, 바나나 등의 수입이 일시적으로 허용되기도 했다.

이후 쌀 수급의 불안정으로 다시 쌀 막걸리 생산이 금지됐다가 1990년 통일벼 재고량이 증가함으로써 제조가 재개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도 밀 막걸리는 생산되며, 쌀과 밀을 혼합해서 빚은 막걸리도 출시되고 있다.


2010년 전후는 막걸리 르네상스 시기였다

막걸리 출고량은 1976년의 경우 185만㎘에 달했으나 주종 술이 소주로 전환됨에 따라 1990년에는 종전의 3분의 1에 불과한 60만3천㎘로 감소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연간 출고량이 1970년대 대비 10%에도 못 미치는 16만∼17만㎘에 그쳤다. 그러나 2008년 말부터 막걸리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9년 출하량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26만1천㎘로 증가했고 2011년에는 45만8천㎘에 달했다.

수출도 한류 열풍과 힘입어 급증 추세를 보였다. 2007년까지만 해도 한해 300만달러에 불과했던 막걸리 수출이 2009년에는 628만달러로 배증했다. 2010년과 2011년의 막걸리 수출액은 각각 1,910만달러 및 5,274만달러로 매년 3배 정도씩 급증했다. 주 수출시장은 총수출의 90%를 점한 일본과 홍콩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주점은 물론 슈퍼마켓 등 마트 매대에도 진열돼 있을 정도로 막걸리 소비가 일반화되었다. 이에 따라 탁주 생산업체들은 설비 증설에 나섰으며, 막걸리의 품질 제고에 힘쓰고 캔 등 새로운 용기 개발과 포장기술 향상에도 주력했다.

그러나 국내 막걸리 수요와 해외 수출 붐은 3∼4년을 지속하지 못했다. 출고량은 2012년부터 40만㎘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정체됐으며, 2019년에는 37.5만㎘에 그쳤다. 이 해에 신고된 막걸리 출고액은 4,430억원이었다. 수출 또한 독도 영유권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 관계의 갈등과 일본 내에서의 혐한 시위로 양국 간 긴장모드가 조성됨에 따라 격감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1,200만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막걸리 수출이 홍삼막걸리, 과일막걸리 등 신제품 개발에 힘입어 2019년에는 2,078만달러로 증가했다. 대일 수출비중은 30% 남짓에 그쳤고, 미국과 동남아 등으로 수출시장이 다변화됐다.

자료 : 국세청, 「국세통계연보」, 관세청


막걸리 시장은 지역 단위로 형성된다

발효제품인 막걸리에는 균이 살아 있기 때문에 유통기간이 10일 정도로 짧다. 과거에는 냉장시설이 보편화되지 않았고 물류시스템도 미흡했기에 막걸리 변질을 방지하자면 판매지역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산과 판매 지역이 소규모인 읍・면 단위로 형성됐다. 읍・면소재지에 자리한 술도가, 즉 양조장은 정미소와 함께 지역 경제의 주축을 담당했으며, 그 소유주들은 지역의 유지(有志)였다. 지금도 전국에는 600여 양조장이 산재해 있다.

대도시에서는 지역별로 연합하여 단일브랜드로 막걸리를 제조・공급하고 있다. 서울탁주제조협회의 ‘장수막걸리’, 부산합동양조의 ‘생탁’, 인천탁주의 ‘소성주’, 대구탁주합동의 ‘불로막걸리’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탁주제조협회는 영등포, 구로, 강동, 서부, 도봉, 성동, 태릉 등 7개 탁주 제조장이 연합하여 만든 생산조직이고, 인천탁주의 공동브랜드인 ‘소성주’는 소속된 11개 양조장에서 공동으로 생산되고 있다. 막걸리 시장이 지역별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인구 규모에 따라 브랜드별 생산량 순위가 결정되는 경향이다. 생산량 1위는 ‘장수막걸리’고, 부산의 ‘생탁’과 ‘금정산성막걸리’, 대구의 ‘불로막걸리’, 인천의 ‘소성주’ 등이 상위 순위를 점하고 있다.

전국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추진하여 브랜드의 명성을 구축한 소도시나 면지역 소재의 양조장도 있다. ‘지평막걸리’는 당초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소재한 양조장에서 생산되어 온 막걸리인데 신제품 개발과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과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함으로써 유수의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지금은 수요 증가에 따라 춘천시에 양조장을 추가로 설치・가동 중에 있다.


수입쌀로 제조된 막걸리가 70%를 차지한다

막걸리는 주 재료별로 쌀 막걸리와 밀 막걸리, 그리고 병입 후 발효의 차단 여부에 따라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로 구분된다. 새로운 용기가 개발되고 효모의 활성화를 제어하는 기술이 발전되어 제품의 유통기간이 다소 늘어나긴 했으나 생막걸리는 제조한 지 10일 이상 경과하면 맛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병입한 후에도 발효가 계속 진행됨으로써 후발효로 인한 변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살균막걸리의 경우는 섭씨 65도에서 저온 살균한 것이기에 6개월 이상 지나도 괜찮다. 그러나 탄산가스 생성이 중지됨으로써 청량감이 저하될 수 있어 인공적으로 탄산가스를 주입하기도 한다.

시판되는 쌀 막걸리의 70% 정도는 수입쌀로 빚어진다. 수입쌀 가격이 국산쌀의 1/3∼1/6 수준으로 저렴하기도 하고, 막걸리 제조는 우리나라가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40만9천톤의 쌀을 소비할 용처로서 제격인 까닭이다. 전체 수입쌀의 15% 정도가 막걸리용으로 소비된다. 2018년의 경우 수입된 쌀 중 18만8천톤은 주정용으로, 17만2천톤은 떡을 만드는데, 그리고 도시락용으로 14만7천톤 소비됐다. 막걸리 제조에는 6만1천톤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매년 40만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여기서 쌀 수입과 관련한 역사를 잠시 살펴보자.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최종 협상 시 우리나라는 농산물 협정에서 쌀시장 개방 방식으로 관세화법과 최소시장접근법(MMA; minimum market access) 중 후자를 선택했다. 수입쌀에 대해 국내외 가격차만큼 관세를 부과하는 형태 대신에 매년 의무적으로 일정량씩 수입하는 방식을 수용했던 것이다.

이로써 1995년 우리나라 전체 쌀 수요량의 1%에 해당하는 5만1천톤으로부터 시작하여 매년 수입량을 늘이면서 10년이 지난 2004년에는 수요량의 5%인 21만5천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만 했다. 2004년 1차 쌀 수입 유예기간이 만료되고, 추후 10년간 적용할 방식을 협의할 때도 마찬가지로 최소시장접근법을 선택했다. 2005년부터는 매년 2만톤 정도씩 수입량을 늘여야 해서 2014년의 의무수입량은 40만9천톤이 됐다.

2차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2015년부터는 관세화로 전환했다. 관세화 전환 이전 연도의 의무수입량인 40만9천톤의 쌀을 매년 수입하면서 추가적으로 수입할 경우에는 513%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구조다. 쌀이 남아돌았기에 현재까지 추가 수입물량은 전무했다. 그래서 일찍 관세화법으로 전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의무수입물량 40만9천톤에 대해서는 5%의 저율 관세가 부과된다. 이를 저율관세할당물량(TRQ; tariff rate quota)이라 하는데 수입대상국별로 물량이 배정돼 있다. 2021년 이후 적용되는 국별 할당량을 보면 중국 15.7만톤, 미국 13.2만톤, 베트남 5.5만톤, 태국 2.8만톤, 호주 1.6만톤 등으로 되어 있다.


국산쌀과 수입쌀 막걸리는 포장이 다르다

수입쌀로 빚은 막걸리와 국산쌀로 제조한 막걸리는 포장을 달리하여 판매된다. ‘장수막걸리’의 경우 수입쌀 막걸리와 국산쌀 막걸리는 병모양이 다를 뿐 아니라 마개 색갈이 수입쌀은 녹색, 국산쌀은 흰색이다. 부산 막걸리 ‘생탁’은 녹색병이 수입쌀로 빚은 것이고, 흰색 병은 국산쌀로 만든 막걸리다. 국산쌀 막걸리는 비싼 원료로 제조되기 때문에 수입산에 비해 20∼40% 정도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근년에 들어와 일부 양조장을 중심으로 막걸리의 고급화가 추진되고 있다. 전남 해남에 소재한 해창주조장은 쌀과 찹쌀을 섞어 빚은 9도와 12도의 프리미엄 막걸리를 출시했다. 이어 해창주조장 대표는 “100달러 짜리의 막걸리도 있어야 한다”면서 18도의 ‘롤스로이스’를 개발하여 900㎖ 들이 1병을 1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수제막걸리인 ‘느린마을’을 프랜차이즈 가맹점별로 제조해 판매한다.


막걸리에 부과되는 세금은 종량세다

종전에는 막걸리에 5% 세율의 종가세가 부과됐으나 2020년부터는 종량세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생산원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전에 적용됐던 종가세율 5% 수준에 맞추었다. 막걸리는 부가세인 교육세 부과 대상이 아니어서 타 주류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부가가치세를 더한 합산세율이 15.5% 정도로 소주의 103%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에 그러하다.

종량세란 용량에 따라 일정금액(세액)을 세금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종가세는 가격의 일정비율(세율)을 세금으로 징수하는 형태다. 주세의 경우 2020년 이전까지는 주정을 제외하고는 전체 주류에 대해 종가세를 적용해 왔다. 2019년 말 「주세법」 개정을 통해 맥주와 탁주에는 종량제로 전환하고, 소주 등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종가세로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2020년에 적용된 종량세 세액은 ㎘당 맥주가 830,300원(500㎖(병)당 415.2원), 탁주는 41,700원(750㎖(PET병)당 31.3원)이었다. 종가세액은 소비자물가상승률 만큼 매년 인상하도록 「주세법」에 규정돼 있다. 2021년의 경우 2020년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5%여서 세금이 리터당 맥주는 4.1원, 탁주는 0.2원씩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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