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 소주이야기2

음식점 소주 값이 4,000원으로 오른 이유는?

by 해원

대부분의 음식점에서는 반주로 마시는 소주를 병당 4,000원씩 받는다. 3∼4년 전의 3,000원에 비해 1,000원 올랐고, 2004년 때보다는 무려 4배나 비싸졌다. 2020년의 소비자물가가 2004년 대비 38.1% 상승했는데 왜 음식점의 소주값은 그 보다 7∼8배나 많이 올랐을까?


한-EU 주세율 협정으로 소주 주세율이 2배 이상 높아졌다

2004년부터 소주에 부과하는 주세율을 올린 것이 소주가격 인상을 촉발했다. 그 이전에는 소주에 대한 주세가 35%였으나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과 주세율 협정을 체결한 후 소주 주세를 72%로 2배 이상 인상했다. 국민주인 소주에 세금을 대폭 높인 것은 미국과 EU의 요구 때문이었다.

미국과 EU는 위스키에 부과하는 세율이 100%인데 반해 소주는 35%로 불공평하다고 주장하면서 동일한 주세율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양자가 다 같이 독주(毒酒; hard liquor)로서 경쟁관계에 있는 대체재(substitute)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당시 소주 도수가 21∼22도로 위스키의 40도에는 못 미치나 도수 기준으로 보면 독주의 범주에 들어가긴 했다. 서양에서 독주란 알코올 도수가 높아 칵테일 형태로 음용하는 주류인데 진, 보드카, 럼, 위스키, 테킬라, 브랜디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들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요구를 거절하자 EU는 불공정무역을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이에 WTO는 1999년에 내린 판결에서 위스키와 소주에 각기 다른 주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기본 이념인 ‘내국민대우(nation treatment)원칙’에 위배된다고 하면서 EU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로써 한국과 EU는 주세율 협정을 체결하여 2004년부터 소주 주세율은 높이고 위스키는 내려 72%의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왜 EU와 미국은 위스키 주세의 인하를 요구했을까?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을 거듭하면서 1990년대 중반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섰고 경제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하게 됐다. 소득이 많아지면 비싼 고급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게 상례다. 위스키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사치재로 볼 수 있다. 프리미엄급 이상 고급 위스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사치재란 소득 증가분보다 소비 증가분의 비율이 큰, 즉 소득에 대한 소비의 탄력성이 1을 상회하는 재화를 말한다. 당시 미국과 EU의 위스키 메이커들은 고도성장하는 한국 시장에 크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스키의 상대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위스키 주세율 인하에 나서지 않았나 사료된다.


위스키는 소주의 대체재가 아니라고 판명됐다

미국과 EU의 주장처럼 소주와 위스키는 과연 대체재일까? 주세율 논란이 한창이던 시점에서 고려대학교 양승룡 교수 외 3인이 양자 간 대체 관계에 대한 실증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가 경제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인 한국경제학회 발행의 「경제학연구」 2000년 3월호에 실려 있다. 이들의 논문에 의하면 소주와 위스키 간에는 상대가격(relative price) 변화에 따른 교차탄력성(cross elasticity of demand)이 유의미하지 않아 대체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소주 가격이 상승하면 위스키 소비가 증가하고, 위스키 가격이 하락하면 소주 소비가 감소하는 대체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소주와 위스키는 대체재라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주류 수입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2004년부터 주세 인하로 위스키 상대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스키 수입액이 2003년 2억5,040만달러에서 2020년에는 1억3,155만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소주와 위스키가 대체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통계로 방증한다고 하겠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인 한-칠레 FTA가 체결되어 2004년 발효됐다. 양국 간 FTA의 효과로 우리나라의 대(對)칠레 공산품 수출이 배증되고, 칠레산 와인 수입은 거의 3배나 증가했다. 그 이유는 관세 인하로 가격이 낮아져 프랑스산 등 와인에 대비한 경쟁력이 높아진데다(대체효과), 우리나라의 소득이 증대됨에 따라 와인 수요가 커졌기(소득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칠레산 와인과 프랑스산 와인은 대체재임에 틀림이 없다.


맥주 세율의 인하 요구는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위스키 소비가 감소하게 된 데는 와인이나 막걸리 등 저(低)도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등 그동안 주류에 대한 소비패턴(기호(嗜好); preference)이 변화하고, 안동소주, 화요 등 국내산 증류주와의 대체 효과 등에 기인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2010년 전후에 붐을 이루었던 막걸리 수요와 저도주 선호 현상 등에서와 같이 술은 기호식품으로서 기호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럽과 미국은 위스키 뿐 아니라 맥주 강국이기도 하다. 그런데 맥주에 대한 주세율 인하는 요구하지 않았다. 당시 우리나라의 맥주 주세율은 130%로 위스키 주세율보다 높았는데도 말이다. 맥주는 가격에 비해 부피가 크기 때문에 운송비가 많이 들어 완제품을 수입할 경우 경쟁력이 낮아진다. 사이다, 콜라 등 청량음료와 마찬가지로 맥주도 소비지에서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입지이론(location theory)은 설명한다. 이후 맥주 주세율은 낮아져 위스키와 동일한 수준인 72%를 유지하다가 2020년부터 막걸리와 함께 종량제로 전환됐다. 종량제 주세에 관해서는 ‘제3화 - 막걸리이야기 : 귀한 쌀 막걸리가 한때 푸대접받았다’ 편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소주에 부과되는 최종 세율은 103%다

2004년 주세율이 35%에서 72%로 37% 포인트 높아졌는데 세금을 포함한 360㎖ 들이 소주 한 병의 출고가격은 370원에 640원으로 70% 이상 대폭 인상됐다. 소주 주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가 부가세로 부과되고, 여기에다 10%의 부가가치세가 더해져 최종적으로 적용되는 세율은 103%가 되기 때문이다.

이후 소주 출고가격은 주정가격과 인건비 등의 원가가 상승함에 따라 인상됐다.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참이슬’의 경우 출고가가 주세율이 인상된 2004년부터 11년이 지난 2015년에는 1,015.7원으로 1,000원을 넘어섰고, 2019년 5월에는 1,081.2원으로 다시 65.5원 인상됐다. 그동안 일부 인상 요인은 저도주로의 도수 조절을 통해 흡수해 왔는데도 2004년 이전 대비로는 3배 정도 비싸졌다.

공병보증금의 인상도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데 한몫 거들었다. 빈용기보증금이라고도 불리는 공병보증금은 공병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1985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병입(甁入)된 주류 등을 구입할 때 보증금을 예치(지불)하고 사용 후 빈병을 반환하면 예치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현재 병의 용량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하여 보증금 액수를 차등 적용하고 있는데 2017년 1월 1일 부로 보증금을 전면적으로 대폭 인상했다.

두 번째 단계인 190∼400㎖에 해당하는 소주병의 보증금은 종전 40원에서 100원으로 인상됐고, 400∼ 1,000㎖ 구간에 속해 있는 가정용 맥주병의 경우는 50원에서 130원으로 올랐다. 공병보증금과 함께 소주 제조업체들은 업체 간 공동 노력으로 빈병 재사용률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2010년 ‘소주병 공용화 협약’을 체결했다. 메이커마다 달랐던 병의 디자인과 규격, 색깔 등을 통일하여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음식점의 주류 가격은 구입가의 2∼3배 수준이다

주점이나 음식점에서는 주류를 구입가(출고가격 또는 수입가격에 중간상의 유통마진을 더한 금액)의 2∼3배 정도에 판매한다. 술 구입가에 부대비용을 더하고 이윤을 붙여 매긴 금액이다. 비싼 술의 경우는 통상 2배 정도이나, 소주처럼 저렴한 주류는 원가의 3배 내외를 받는다. 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2004년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소주 한 병에 출고가의 3배 수준인 1,000원을 받았다. 한-EU 주세협정의 결과로 소주 출고가격이 2배 가까이 인상되자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됐다. 그래서 잠시 동안 1,500원으로 올랐다가 점차 2,000원이 보편화됐다. 이후 소주 출고가와 인건비 등이 상승함에 따라 음식점에서 받는 소주값은 3,000원으로 올랐다. 그러다가 2017년에 들어 공병보증금이 100원으로 인상되자 슬금슬금 4,000원을 받기 시작했다. 보증금이 60원 인상됐는데 소주가격은 1,000원이나 비싸졌다. 50원이나 100원 정도 원가가 더 들어가면 판매가격은 500원, 1,000원 단위로 올려 받는 것이 음식점의 일반적인 관행이 아닌가 여겨진다.

소주 출고가격이나 구입원가가 인상되면 음식점에서는 고객들에게 그 수준보다 더 올려서 팔기 때문에 한-EU 주세협정은 결국 음식점 주인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 셈이다. 구입가가 올라갈수록 음식점 입장에서는 술 판매로 창출되는 수익이 음식 판매에서 얻어지는 이익보다 많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식사하면서 주류를 주문하지 않을 경우 어쩌면 음식점 주인으로부터 눈총 받게 될지도 모른다.

소주와 관련된 낙수 한마디를 추가한다. 삼겹살은 소주에 곁들어 먹는 대표적인 안주다. 또한 삼겹살을 먹을 때는 소주가 생각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겹살과 소주는 보완재(complements)로서 삼겹살 소비가 늘어나면 소주 판매량도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 남성의 주요 칼로리 섭취원은 주류와 돼지고기, 그리고 밥이라는 보건 분야 전문가의 분석이 있는 만큼 건강을 생각하여 지나친 음주는 삼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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