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신화로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됐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등장한 지 150여년. 자동차는 오늘날 인류의 주종 수송수단이 됐다. 매년 1억대 가까이 생산되고, 지구상에는 15억대의 자동차가 운행 중이다. 증기자동차에서 시작해서 내연기관과 전기자동차를 거쳐 이제는 자율주행 자동차로 발전하는 단계다.
자동차는 바디(body; 차체)와 섀시(chassis; 차대)로 구성된다. 바디는 승객과 엔진, 화물 등을 수용하기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유닛(unit)과 프레임(frame) 부분이다. 섀시는 바디와 그 부품을 제외한 부분으로서 동력발생장치(내연기관, 전기모터), 동력전달장치(클러치, 변속기, 추진축, 감속장치, 차동장치), 현가장치(휠현가, 현가스프링), 조향장치, 제동장치, 바퀴, 전기장치(발전기, 전기부하, 축전지)로 구성된다.
자동차 부품 수는 약 3만개다. 완성차 조립업체는 부품 생산업체(vender)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자동차를 제작하는데 부품 생산업체 역시 1차, 2차, 3차, 4차 협력업체 등으로 수직계열화 되어 있다. 관련 산업 또한 광범위하다.
자동차 역사는 1769년 프랑스의 니꼴라 퀴뇨가 증기자동차를 제작한데서 시작됐다. 1886년 독일의 다임러와 벤츠가 각각 가솔린 4륜차와 3륜차를 개발했으며, 1892년에는 독일의 루돌프 디젤이 디젤엔진을 발명했다. 미국에서는 1893년 헨리 포드가 시작(始作)자동차를 제작했고, 1908년 GM이 설립됐다. 포드의 T모델 자동차가 생산되는 시점부터 세계 자동차 산업은 유럽과 미국으로 양분됐다.
포드는 T모델 자동차를 개발하면서 생산 과정에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사양과 색상 등을 통일함으로써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이로써 생산비를 현저하게 낮출 수 있어 당시 고급 차량의 1/7∼1/10 수준인 300달러 정도에 판매가 가능했고, 그 결과 자동차 대중화시대가 열렸다.
포드자동차는 모델명을 A부터 알파벳순으로 붙이기 시작했는데 T모델은 스무 번째로 개발된 모델로서 1927년까지 19년 동안 1,500만대 이상 생산・판매됐다. 이는 자동차 역사상 도요타 코롤라(1966년∼현재까지 4,500만대 판매), 폭스바겐 비틀(독일 국민차로 1938∼2019년 기간 중 2,100만대), 라다 쥐굴리(동구권에도 광범위하게 보급된 러시아자동차로 1970∼2012년 기간 중 1,775만대)에 이은 4위의 단일 차종 판매기록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는 1903년 도입된 고종 황제의 어차(御車) 캐딜락이다. 자동차 생산은 1944년 설립된 경성정공이 해방 후 미군이 불하한 트럭과 지프 등을 재생하고 조립하는 자동차 수리 겸용으로 시작됐다. 차종이 명명된 최초의 국산 자동차는 1955년 국제차량제작에서 만든 시발(始發)자동차다.
이 자동차는 광복 10주년 산업박람회에 출품된 이후 1962년까지 2,235대 생산됐다. 출품 시에는 대당 가격이 9만환이었으나 이후 물가 상승에 따라 30만환으로 크게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제작된 자동차란 의미에서 시발자동차로 명명했으며, 택시로 많이 사용되어 시발택시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국제차량제작은 사명을 아예 시발자동차로 변경했다. 또한 1955년에는 신진공업사와 버스 재생업체인 하동환자동차제작소도 설립됐다.
1962년에는 닛산과 기술 제휴한 새나라자동차가 인천 부평에 설립되어 닛산의 1,200cc급 블루버드(Bluebird)를 반제품 형태로 도입한 후 완제품으로 조립하는 SKD(semi knok down) 방식으로 생산했다. 2년간 2,373대가 생산됐으나 설립자인 재일교포 박노정이 일본으로 돌아간 후 생산 중단과 함께 신진자동차에 흡수됐다.
또한 경성정공은 기아자동차로 상호를 변경하고 일본의 동양공업(현 마쯔다)과 기술제휴를 통해 3륜차인 K-360과 T-600을 생산했다. 1965년과 1967년에는 각각 아시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가 설립됐다. 현대자동차는 유럽포드와 제휴하여 1968년부터 코티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974년 현대자동차는 고유 모델인 '포니(Pony)'를 개발하여 토리노모토쇼에 출품했고, 1976년에는 에콰도르에 포니 6대를 최초로 수출했다. 이로써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본격적으로 출범하게 된 것이다.
1980년대 들어 현대자동차는 포니Ⅱ와 스텔라 모델을 개발하여 내수와 수출에 주력했고, 이후 보다 개량된 모델인 쏘나타를 출시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해외공장을 설립하여 현지 판매와 인근 지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인도 첸나이공장을 1998년에 완공한 이래 현재 중국, 미국, 터키, 체코, 러시아, 브라질 등 7개국에 해외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아 역시 2002년 중국공장을 시작으로 슬로바키아와 미국에 현지공장을 가동 중에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의 재편 과정은 다음과 같다. 현대자동차는 1999년 현대정공 자동차부문과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다. 기아자동차는 경성정공이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한 후 기아산업으로 사명이 변경됐으나 또 다시 기아자동차가 된 메이커다. 신진공업사는 새나라자동차를 인수한 후 신진자동차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이후 새한자동차와 대우자동차를 거쳐 현재 한국지엠이 됐다. 오늘날의 쌍용자동차는 하동환자동차제작소로부터 시작하여 동아자동차에 이어 변경된 사명이다. 삼성자동차는 르노에 인수된 후 르노삼성자동차가 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자본이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회사다. 세계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르노-닛산, 피아트-크라이슬러, 푸조-시트로엥 등 이합집산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2021년 1월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엥이 스탈란티스란 사명으로 통합되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수입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와 중국에 이어 미국에 현지 자동차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37개 주(州)가 유치 신청을 했으나 최종적으로 앨라배마주와 켄터키주가 경쟁을 벌였다.
앨라배마주는 716만m2(216만평)에 달하는 공장 부지를 무상과 다름없는 1달러에(무상제공은 법적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에) 제공해 주는 외에도 5,000만달러의 현금을 지원하고, 진입로를 4차로로 확장한 후 ‘Hyundai Boulevard(현대대로)’로 명명하는 것을 인센티브로 제시했다. 켄터키주도 비슷한 조건을 제시했으나 노사협력에 주정부가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점을 앨라배마주는 추가로 포함시켰다.
2002년 현대자동차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입지하기로 결정하고, 건설에 착수한 후 2005년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쏘나타와 아반떼를 연간 30만대 생산하는 규모로 초기 고용인원은 2,000명 수준이었다. 현재는 3,100명이 고용돼 있다. 주정부가 지원한 현금은 교육훈련시설 건설과 운영비로 사용했다. 현대자동차와 함께 11개 1차 협력업체가 동반 진출함에 따라 8,000명의 고용기회가 추가로 창출됐다. 현재는 협력업체 수가 27개사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호텔, 음식점, 심지어 노래방까지 서비스업 부문에서 10,000명 정도의 일자리가 생겨남으로써 현대자동차공장의 입지로 신규 고용은 총 2만명에 달했다. 그 결과 당시 인구 규모가 4만명에 불과했던 몽고메리시는 앨라배마주 제2의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는 진정한 투자유치 전략이 무엇이며 그 효과가 어떠한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2017년 9,875만대를 기록한 후 2018년 9,850만대(전년비 0.3% 감소), 2019년 9,264만대(5.6% 감소), 2020년 7,829만대(15.5% 감소)로 3년 연속 감소했다. 2020년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역시 전년의 9,375만대 대비 13.7% 감소한 8,091만대에 그쳤다.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은 2020년 2,523만대를 생산한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 또한 2017년 2,902만대를 기록한 후 생산량이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량(국내에서 생산된 수량)도 456만대였던 2015년 이래 5년 연속 감소하여 2020년에는 351만대에 그쳤다. 그러나 세계에서의 순위는 2019년의 7위에서 종전 수준인 5위로 회복됐다.
국별 자동차 생산 순위
2019년 자동차 메이커별 판매량은 ① 폭스바겐 1,033만대, ② 도요타 970만대, ③ 르노-닛산 922만대, ④ GM 774만대, ⑤ 현대-기아 720만대, ⑥ 포드 490만대, ⑦ 혼다 482만대, ⑧ 피아트-크라이슬러 436만대, ⑨ 푸조-시트로엥 318만대, ⑩ 다임러 262만대 순이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해외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포함한 수치다.
2019년 현재 세계 자동차 보유대수는 14억9천만대로 10년 전인 2009년의 9억8천만대 대비 52% 증가했다. 인구 천명당 자동차 대수는 같은 기간 중 155대에서 211대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량은 1985년에 100만대를 돌파한 후 1992년 500만대, 1997년 1,000만대, 2005년 1,500만대, 2014년 2,000만대에 도달했고, 2020년 말 현재 2,437만대가 등록돼 있다. 차종별로는 승용차가 1,986만대, 승합차(버스) 78.3만대, 화물차 361.5만대, 특수차 10.7만대다. 2020년 중 신규 등록 수는 2019년 대비 6.2% 증가한 190.6만대로 사상 처음 190만대를 돌파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시장 중 유일하게 2020년의 판매량이 전년보다 증가한 국가였으며, 신규 등록차 중 수입차는 30만대로 15.9%를 차지했다.
차량 보유대수가 증가함에 따라 차량번호판 형태도 변모해 왔다. 2006년에는 자가용 승용차의 경우 등록된 광역자치단체명을 삭제하고 전국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번호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는 앞자리 숫자가 3자리인 번호판으로 발급하고 있다.
자동차 번호판 변천 추이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자동차에는 약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이 중 하나라도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자동차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현상들이 발생되고 있는데 2개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와이어링 하네스 : 2020년 2월 초 현대차를 비롯한 다수의 국내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가동 중단 또는 감산에 들어갔다.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라는 부품이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부품은 자동차 내 각종 기기들을 연결해 주는 전선다발로 거의 전량을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었다. 전선다발을 수작업으로 엮어 만들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소요되어 가까운 중국에서 생산한 후 대략 1주일 단위로 소요물량을 납품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중국의 현지공장의 조업이 중단되자 부품이 공급되지 않았고 이로써 전체 생산라인이 정지하게 됐다.
#2 차량용 반도체 : 2021년 들어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이 부족해져 완성차업체와 전장(電裝)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들은 반도체 확보에 혈안이 됐다. 대만 등 해외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업체들을 찾아 나서고, 현물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구입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차량에는 대당 200∼400개 정도의 차량용으로 제작된 반도체가 들어간다. 2020년 상반기에 세계적으로 자동차 생산량이 현저하게 감소함에 따라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축소했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수요가 다소 회복됨으로써 세계 전체의 자동차 생산 감소율이 당초 예상된 20% 내외에서 15% 대로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의 부족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더욱이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주에서 한파로 정전이 발생함에 따라 반도체 공장 가동이 멈췄고, 3월 중순에는 세계 3위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업인 일본 르네사스사의 이바라키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생산이 중단됐다. 또한 7월에 들어서는 동남아 국가들이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따라 이동을 금지하는 록다운(lockdown)에 들어가자 전 세계 자동차용 반도체의 13%를 조립하는 말레이시아를 필두로 이 지역 소재 모든 공장들이 문을 닫게 되었다.
반도체 공장에서 용도별로 생산라인을 교체하는 데는 수개월 이상 소요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공장에서는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는다. 다른 반도체 제품에 비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CEO는 2021년 9월 초 세계 최대 모빌리티 전시회인 ‘IAA 모빌리티’ 개막식 간담회에서 2023년에 가서야 차량용 반도체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완성차업체는 부품 조달을 다변화(multi-sourcing)하고 적정 수준의 재고량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토요타는 TPS (Toyota production system)에 의한 JIT(just in time; 無재고 시스템)를 추진해 왔다. 원가절감을 지나치게 추구할 경우 단 1개의 부품만 없어도 모든 공정이 중단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또한 JIT 배송에 따라 운송 효율성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품질관리에 문제로 2000년대 중후반 토요타자동차의 대규모 리콜사태가 발생한 것도 TPS에 원인이 있지 않았을까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