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2-탈린의 문, 다채롭고 아름다운

에스토니아 탈린2. 느리고 달콤한 맛.

by 홍정수


탈린 올드시티 항구

여행지에 혼자 갈 때라면 더더욱 테마를 정하는 게 도움이 된다.

작고 예쁜 도시 탈린은, 올드타운만 돌아다니기에는 조금 허전한 동네다.


나는 조금 더 목적성을 갖고 돌아다니고 싶었다.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누구나 다 가는 곳에서 누구나 찍는 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았다. 뭔가 조금 더 '내가 갔던 탈린'의 기억을 만들고 싶었다.

올드타운에서 예상치 못하게 찾게 된 초점은 '문'이었다.



탈린의 문 컬렉션

inCollage_20180830_000344798.jpg 수십 장 중 몇 가지를 덜어내고 조합해본 탈린의 문 컬렉션

나중에서야 깨달았지만, 탈린 올드타운의 문들은 이미 굉장한 명물이었다. 기념품점에 가면 탈린의 문들을 모아놓은 대형 포스터를 팔고 있기도 하다. 이곳의 화려한 문들은 다소 묵직한 구도심의 거리에 생기를 담당하는 역할이다.


낡은 문은 낡은 대로, 새로 칠한 문들은 새로운대로 특유의 맛이 있다. 나무 고유의 색과 질감을 그대로 살린 두껍고 투박한 문, 행인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 세련된 색감을 가득 채운 문, 다채로운 형태와 색깔이 곳곳에서 카메라 셔터를 유혹한다. 양쪽으로 밀고 당겨서 여는 두 개의 문짝에, 상단에는 유리창으로 장식해놓은 형태는 거의 무한한 조합으로 거리를 장식한다.


문화재로 지정된 아주 오래되고 의미 있는 건물부터 주택가에 있는 평범한 집들도 대문에 굉장한 애정을 쏟는 것이 느껴진다. 탈린의 모든 거리를 걷는 동안, 나는 '문 수집가'가 된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을 들뜬 기분으로 걸었다. 걷는 구경을 하기 시작한 뒤 머지않아, 목적지까지 가는 최단 거리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풍경을 수집하는 일은 멋진 일이다. 물론 이곳의 문들은 인물 사진의 배경으로는 더더욱 멋지다. 이곳에 있는 문들을 먼저 구경하고 싶거나, 가장 예쁜 문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위치를 점찍고 싶다면 이 곳으로.

https://www.visittallinn.ee/eng/visitor/discover/blog/doors-of-tallinn





여행객을 위한 카페와 음식점

외국에 갈 때마다 "이 곳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만 열심히 먹고 가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에스토니아는 조금 심심한 나라일 수 있다. 핀란드에 비해 물가가 (상당히) 싸다는 장점이 있지만, 음식이 독특하고 맛있기로 유명한 나라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구도심과 신시가지를 드나들며, 특별히 마음속에 들어온 음식점과 카페들이 몇 개 있어 여기에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탈린 추천 맛집, 보다는 '여행객들의 심신이 쉬어가기 좋은 장소'.


#비건인스퍼레이션

vegan inspiration

시티바이크에 가는 길에 점심식사 차 들렀던 비건인스퍼레이션. 이름에서 보이다시피 비건 음식들을 파는 곳이다. 이 곳의 재미있었던 점은 '김치'가 들어간 메뉴가 두어 개 있었다는 것. 직원에게 혹시 김치를 넣은 이유가 있냐고 물으니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잘 어울리고 맛있어서"라고 답했다. (쿨한 사람...) 궁금해서 먹어보니 실제로 한국식 김치의 맛은 거의 안 나다시피 했지만,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리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 밖의 음식들도 대체로 다채롭고 풍부한 재료를 활용해 맛있다. https://goo.gl/maps/RAxojxPCUJT2


#수리쿠 카페

Sõõrikukohvik. '도넛 카페'라는 의미를 그대로 가게 이름에 담았다.

에스토니아의 눅눅한 단 빵, 레몬향 나는 시럽과 설탕을 대놓고 뒤집어쓴 그 단 맛들이 아주 사랑스럽다. 기름지고 못 생겼지만, 입안에서 푹신하고 말랑하게 퍼지는 탄수화물의 이완되는 맛. 탈린의 Sõõrikukohvik는 값싸고 맛있는 홈메이드 도넛을 선사하는 곳이다. 촌스러운 모양새, 커피를 부르는 새콤달콤하고 기름진 맛. 무엇이 특별하냐 되물을 수 있지만, 정작 찾으려면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맛. 들떠있지만 피곤한 배낭여행객들이 기력을 회복하게 만드는 수수한 빵들.

팬케이크와 샐러드, 수프 등도 인기 메뉴다. 아침식사를 하러 가기에도, 아이들을 데려가기에도 부담 없는 가게. https://goo.gl/maps/irQHUCMTvkE2


#에네르기아 카페

Energia Kohvik

구 소련 느낌이 물씬 풍기는, 타임캡슐 같았던 카페. 활력이 물씬 넘치는 이름과 달리, 이곳의 손님은 오직 노인들뿐이었다. 온통 붉은 장식, 늙은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에 폐를 끼치지 않는 가격, 광합성하며 행인들을 바라보기 좋은 널찍한 창. 무엇보다, 활기 없고 약간은 울적한 듯한 분위기.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독립한 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과거의 공기를 그대로 머금고 있는 곳. 물론 에스토니아의 역사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저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샌드위치와 샐러드, 수프, 디저트를 싼 값에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지난해에는 구글맵에 상호 등록이 되어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진 걸 보니 혹시 옮겼거나 문을 닫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든다. 로드뷰에서 왼쪽에 보이는 통유리창의 카페다. https://goo.gl/maps/xZguT3UPQ7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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