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하는 번화가 강남에는 의외로 소박해 보이는 장소가 하나 있다. 바로 7호선 논현역 근처에 있는 영동시장이다. 영동이라는 이름은 당시 가장 번화가 중 한 곳인 영등포의 동쪽지역이라는 의미. 1970년대 초에 강남에 개발 붐이 불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강남의 또 다른 이름이며, 영동 시장은 이름그대로 강남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으로 시작하였다. 지금도 여전히 100여 곳의 상점에서는 생선, 고기, 죽, 과일, 쌀, 약재 등 재래시장 특유의 상품을 팔며 소박한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곳에 절대로 안 어울릴 듯 한 칵테일 바가 생겼다는 것. 이름조차도 남다른 장생 건강원. 최대한 멋진 외국식 이름이 즐비한 칵테일바의 이름이 이리도 클래식한 이름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칵테일을 팔고 있는 것일까?
<칵베일바 장생 건강원 입구>
장생 건강원이라는 칵테일바가 생긴 것은 겨우 1개월 전. 전통주 홍보대사 겸 메리어트 호텔 수석 바텐더였던 서정현 씨가 오픈 한 곳이다. 장생 건강원이라는 이름은 원래 이 터가 가지고 있던 상호. 바로 건강식 한약방을 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운영을 하는 부부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처분을 고민했다. 하지만 수십 년을 지켜온 곳이기에 그냥 남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여기에 서정현 바텐더가 기존 매장의 콘셉트를 살리는 방식의 운영을 제안했던 것. 그래서 이름도 그대로 살린 채 이곳에서 칵테일 바를 열게 되었다.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바와 테이블, 그리고 무엇보다 늘 바뀌는 멋진 BGM이 흘러나온다.
영동시장 리얼 로컬 칵테일바
기존의 칵테일바가 외국 것을 추구한다면 이곳은 완전히 다른 콘셉트이다. 바로 영동시장의 콘셉트를 그대로 담았다. 일단 이곳에서 제조하는 칵테일용 허브, 음식재료, 그 외 왠만한 도구를 영동시장에서 구입한다. 그리고 분위기까지 이곳의 톤앤메너까지 일치하는 콘셉트를 지향했다. 한마디로 영동시장 동네 칵테일바과 같은 모습이다, 특이한 것은 이곳에서 판매되는 칵테일. '당신의 칵테일을 진단한다'는 취지 아래 아예 이곳만에서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칵테일이 준비되어 있다.
장생 건강원의 시그니쳐 칵테일
함양의 담솔이라는 증류주와 유자를 이용한 청량감 있는 칵테일 '담토닉'부터, 마실 때마다 깻잎을 먹는 듯한 향긋함과 청량감이 있는 '깻잎 피즈'. 도라지를 이용한 특제 크림으로 뒤덮은 부드러운 테이스팅의 '발륜 플라워', 그리고 영동시장 상인들과 콜라보한 칵테일 '이거 죽이네'. 중의적인 이름을 가진 이 칵테일은 말 그대로 죽을 가지고 만든 칵테일로 장생 건강원 맞은편의 영동 죽집과 콜라보한 시그니쳐 칵테일이다. 호박죽을 베이스로 만든 칵테일로 디저트 칵테일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오후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일단 방문하면 바로 제공되는 시원한 헛개수부터 이곳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곳은 단순한 칵테일, 진, 보드카, 위스키 등만 판매하는 곳은 아니다. 배가 출출해지면 음식도 주문할 수 있다. 대표적인 메뉴는 보쌈 동파육과 오리 순대, 그리고 트러플 감자튀김. 이 메뉴 역시 영동시장에서 조달을 한다. 시장과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서정현 바텐더
현대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세지
이제까지 한국은 늘 바꾸라는 문화가 팽배했다. 조금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부수고, 세우고를 반복한 것이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50년 역사의 영동시장의 문화를 그대로 살린 장생 건강원. 어떻게 보면 서양을 지향해야 하는 칵테일 문화에 있어서 한국만의 독특한 칵테일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칵테일 전문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