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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Aug 04. 2021

맥주 회사가 맥주를 마시지 말라고 하는 이유

하이네켄의 찐  마케팅 전략

Brew a Better World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으로 팬층을 키워가는 맥주 회사

유럽의 축구리그인 UEFA 챔피언스리그를 보면 떠오르는 맥주가 있다. 챔피온스 리그 주제가인 ‘Ligue Des Champions’가 나온 이후에 등장하는 맥주. 바로 네덜란드의 대표 맥주 하이네켄이다. 1873년 제라드 하이네켄(Gerard Heineken)이 맥주 공장을 인수한 후부터 시작되었다는 하이네켄은 당시 최초로 냉각설비를 개발, 사계절 내내 제조할 수 있는 맥주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이네켄하면 녹색병이 떠오르지만, 실은 의도된 전략은 아니었다. 1933년 금주법이 풀린 미국 시장에 맥주를 수출하게 되었는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갈색병 유리가 부족했던 것. 울며 겨자 먹기로 초록색 유리를 사용, 맥주를 수출했는데, 이것이 미국에서는 남들과 다른 맥주라고 소비자가 인식, 오히려 프리미엄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이렇게 녹색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든 하이네켄은 철저하게 이 공식을 따라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바로 스포츠 마케팅이다. 녹색의 공간에서 스포츠가 많이 이뤄진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1995년도에는 유럽 럭비대회인 '하이네켄 컵'을 창설했고, 2005년에는 유럽 축구 리그인 'UEFA챔피언스리그' 공식후원사로 지정됐다. 등장하는 하이네켄의 로고는 이제는 축구와 스포츠하면 하이네켄이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데 어마어마한 역할을 하며, 하이네켄을 유럽 맥주 브랜드 1위, 전세계 맥주 브랜드 3위, 판매량 4위, 맥주잔으로 환산하면 1년에 100억 잔을 판매하는 리딩 컴퍼니로 공고히 해 준다. 무엇보다 싸고 많이 마시는 술이 아닌 보다는 스포츠 문화를 선도한다는 브랜드 제고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붉은 별은 중세시대 양조장의 부적, 동그란 띠는 스포츠를 상징하는 트랙, 'e'는 살짝 즐거움을 준다는 하이네켄 로고.

이러한 하이네켄의 모습은 제품의 BI에서도 볼 수 있다. 트랙을 넣어 역동적인 이미지를 추가했으며, 하이네켄의 ‘e’는 살짝 웃는 모양을 넣어 늘 즐거움을 준다는 이미지를 준다. 특유의 붉은 별은 중세시대 맥주 양조장의 부적으로 5개의 꼭짓점은 각각 ‘불, 땅, 물, 공기, 마법’을 상징하는데, 역시 중세시대의 연금술의 모티브가 된 4원소설의 기본 개념이기도 하다.


즉, 현대적이지만, 과거의 전통도 살린 제품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하이네켄이 스포츠 마케팅에 이어 공들여 진행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사회적 이슈, 문제를 통한 소비자와의 소통 마케팅, 그리고 공익적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이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CSR, 나아가 CSV 활동까지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끔 마케팅 포인트를 녹여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2020년 발표한 evergreen. 환경적인 측면도 있지만, 하이네켄의 상징인 녹색병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하이네켄의 모토.'Brew a Better World'

하이네켄은 자사의 슬로건에 이러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바로 '더 나은 세계를 양조한다'(Brew a Better World)는 것. 맥주 기업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6개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

 

1)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하는 것

2) 수자원을 지키는 것

3) CO2 배출량을 삭감하는 것

4) 건강과 안전을 촉진하는 것

5) 지속 가능한 조달을 행하고

6) 책임 있는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다.


여기서 하이네켄이 소비자가 가장 많이 소통하는 부분은 바로 책임 있는 소비, 건강과 안전, 그리고 커뮤니티와 성장하는 부분이다.

 

 <하이네켄 매출 추이 단위 백만 유로. 출처 Statista 2021. 꾸준한 상승이 눈에 띈다>

 

 하이네켄의 매출은 2007년 12조 유로에서 2019년 28.5조 유로, 12년 사이에 200%가 넘는 성장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 유럽의 요식업 시장이 마비된 시기에도 24조 유로를 기록했다.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네켄은 지난 10년 간 자사의 슬로건에 맞춰 어떤 차별화된 마케팅을 진행했을까?

 


 

맥주를 마시지 말라는 맥주 회사 하이네켄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맥주 회사가 '맥주를 마시지 말라'라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2020년 12월 뉴질랜드. 음주운전으로 폐해가 많던 뉴질랜드에서 책임 있는 음주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진행한 내용으로 'don't drink this'라는 자사 제품을 내걸었다.


언뜻 보면 자사 제품을 마시지 말라고 보일 수 있으나, 살짝 재미를 넣었다. 바로 'When you drive'라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 운전 시에는 절대 운전 금지라는 내용을 역발상으로 알렸다. 해당 캠페인은 2021 년 1 월까지 한 달 동안 방송, 인쇄매체, 바 및 펍과 연합하여 진행했다. 만약 차를 가져온 사람이 그래도 바 및 펍에서 술을 마신다고 고집하면 무료로 무알코올 맥주를 증정하면서까지 진행을 했다.


 <책임 있는 음주를 권장하는 하이네켄의 광고. Moderate Drinkers Wanted>

 

과음을 경계하는 하이네켄의 광고

하이네켄은 과음 경계에 대한 광고도 흥미롭게 구성했다. 2016년에 등장한 이 광고는 남녀가 클럽 등에서 데이트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문제는 과음한 남성들의 모습이 나온다는 것. 함께 데이트를 즐기던 여성들은 데이트 파트너가 만취한 것을 보자 굉장히 실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책임 있는 음주를 하지 못하는 모습에 화가 난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여성들이 클럽을 빠져나오며 보니 타일러(Bonnie Tyler)의 영웅이 필요하다는 ' Holding Out For A Hero'를 부른다.


과음하지 않고 책임 있는 음주를 하는 모습이 만취하는 모습보다 훨씬 영웅적이란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에는 맥주를 거절하는 남성의 모습이 나오는데, 이 모습이 가장 멋있게 그려진다. 즉, 남성과 여성 관계없이 필요할 때는 술을 거절하는 모습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여 광고를 찍었지만, 본질은 젠더와 상관없이 책임 있는 음주를 지향하자는 의미로 귀결된다.

 

<맥주의 원료인 보리를 만드는 농부의 모습이 보이는 하이네켄  'Legendary 7' AR>

 

농업의 가치를 맥주를 통해 알려라.

하이네켄이 추구하는 것이 맥주의 산업의 근본을 농업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행한 것이 바로 맥주 원료인 보리를 재배하는 농부들을 소개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라벨에 각각의 얼굴을 넣기에는 참신하지 않았다. 그리고 라벨도 새로 바꿔야 하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하이네켄의 정체성이 바뀔 수 있었다.


결국 하이네켄이 선택한 방식은 바로 라벨에 스마트폰을 비추면 새로운 화면이 나타나는 증강현실(AR). 그것도 단순히 회사의 홍보 및 광고성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Legendary 7' AR이라고 불린 이 캠페인은 맥주의 원료를 만드는 농부들의 스토리가 콘텐츠로 책정된 것이다. 그것도 국적도 각기 프랑스,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 및 영국의 7 명의 농부가 주인공이다. 재미있는 삽화와 함께 그들의 얼굴 및 관련 작물에 대한 정보도 나온다. 마지막으로 수자원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 CO2 절감 노력, 지속적인 농업과의 연계 등 다양한 ESG 정보로도 이어진다.


<CNN에 소개된 혐오 문화에 대한 고찰 광고. 맥주 한 잔이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맥주 한 잔에 혐오 문화는 사라진다. 분열된 세계 : 실험(World apart:an experiment)

현재 지구촌은 혐오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종, 종교, 젠더, 세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 문화가 확산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네켄은 독특한 이벤트를 하나 준비했다. 2017년 4월에 공개된 '분열된 세계 : 실험'이라는 것. 여기에는 페미니즘과 트랜스젠더라는 젠더 문제와 기후 변화에 입장 차이가 있는 3개의 그룹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뉴라이트라는 남성주의자와 페미니스트, 두 번째는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사람과 철저하게 믿는 사람, 그리고 트랜스젠더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상대가 자신의 가치관과 전혀 다른지 모르고 입장한 두 사람은 10분 정도 자기소개를 하고, 서로의 공통점을 먼저 이야기한다.


이렇게 아이스 브레이킹이 끝나면, 함께 테이블을 만든다. 공통의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맥주를 그 위에 올려놓는다. 이후 사전에 녹화한 자기소개 동영상이 나오는데, 여기서 자신과 함께 일한 상대방이 자신과 반대의 입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안내 음성이 나오는데, 하나는 상대방과 안 맞으니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남아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라는 선택이 주어진다. 그러자 모두 전원이 남아 대화를 이어가며 맥주를 마시는 장면으로 등장,   'open your wold'라는 슬로건으로 마무리된다.


결국 인간은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그 이상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을 자사의 맥주가 연결한다는 코드를 내포한 것이다.


<Cheers to all 광고 모습. 남자는 칵테일, 여자는 맥주를 들고 있다>

 

하이네켄은 이러한 젠더 문제에 있어서도 다양한 입장을 보여왔다. 바에서 대화를 나누는 남녀 고객에게 남성에게는 맥주를 여성에게는 칵테일을 전달한 것. 하지만 맥주를 주문한 여성이고, 칵테일은 남성이 주문한 것이었다.


2020년에 등장한 이 광고는 모두와 건배(Cheers to all)이라는 캠페인으로 남성과 여성의 취향이 정해져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각자의 취향이 다른 모습을 위트 있게 그려주면서 MZ세대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하이네켄의 Back to the Bars.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이용하자라는 내용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Bar) 돌아가자(Back to the Bars)라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거리두기를 진행하자고 내용을 담은 메시지라는 . 맥주의 간격도 넓혔으며, 마스크를  고객들이 입장하는 모습 등이 나온다. 악수보다는 팔꿈치로 인사를 하며, 손을 한번  소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아직은 완벽한 거리두기가 아닐  있어도 유럽의 문화를 생각하면 이례적인 광고이기도 하다.

 


<heineken sustainability report 2016. 위트있는 표현으로 간단하게 볼 수 있는 내용과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는 옵션을 걸어놨다>

 

지속경영 리포트도 프렌들리하게

하이네켄은 이러한 활동도 투자가와 소비자에게 참신한 방법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2017년 등장한 하이테켄 지속가능 경영 리포트 2016이었다. 남들과 달랐던 것은 길고 긴 리포트를 읽기 불편해하는 사람을 위해 옵션을 준 것이었다. 옵션 역시 참신한 느낌을 담았다. 언제나 오렌지 선텐용 스프레이를 사용한다는 화면과 그대로 보고서를 읽겠다는 선택권을 준 것. 만약 오렌지 선텐용 스프레이 화면을 누르면 하이네켄의 CSR 활동이 SNS 메시지로 가볍게 나온다. '운전할 때는 마셔서는 안 된다', '음주운전 방지를 위한 활동' 등 일상에서 친구와 메시지 주고받듯 등장한다.

 

<하이네켄의 CSR 활동이 아주 간단하게 등장하는 화면>


 즉, CSR 활동을 아주 간결하게 표시했고, 그것도 네덜란드의 상징인 오렌지 색을 활용했다. 다 읽고 난 이후에는 너무 살을 태우지 말라는 메시지(?)와 더 자세한 사항을 읽을 수 있는 옵션을 제공했다. 하이네켄은 보고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읽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이 1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읽는다는 것은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주 간결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 이후에도 옵션을 제공, 좀 더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을 이끌고자 했다고 전했다. 하이네켄은 활동도 중요하지만 전달 방식에 있어서 늘 고민을 한다. 2015년도의 경우에는 아예 간단한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CSR 활동을 소통할 수 있게 진행했다.

 

여기에 하이네켄의 자회사인 싱가포르의 타이거 맥주는 싱가포르의 대표 맥주인 타이거 맥주는 호랑이 보호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바로 글로벌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의 일환으로 야생 호랑이를 살리기 위한 '#RareStripes'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고객의 이탈을 적게 하는 사회적 마케팅

하이네켄이 이렇게 공익적인 마케팅을 하는 배경에는 철저한 시장 조사가 있었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Canvas8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책임감 있는 음주가 즐겁다는 내용(responsible drinking is becoming the preferred means of enjoyment)이었다. 


Canvas8 5  국가에서 21 ~ 35 세의 다양하게 즐기는 프리미엄 맥주 소비층 5,000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설문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3 분의 1 이상 (36 %) 과음한 모습이 "사회적 수치심(social shamin) 을 느꼈다고 답하였으며, 응답자의 2/3 이상 (69 %) 과음을 하지 않는 주된 동기는 ‘통제력 상실(loss of control)’ 하기 않기 위해서라도고 답했다. 그리고 자사의 프리미엄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2016년부터 이러한 책임감 있는 음주 문화 확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고, 현재는 마케팅 비용의 10%를 이러한 공익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결국 하이네켄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접근을 진행, 소비자와 소통하며, 마케팅으로 그대로 녹여냈다. 경영정책인 'evergeen', 'Brew to the better world' 등 맥주 기업으로써의 정체성을 그대로 살렸다. 여기에 술을 마시지 말라는 반어법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남다른 전략을 펼쳐냈고, 젠더 등의 문제도 한편으로는 인간이 가진 공통점을 통해 맥주 한 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인류애적인 메시지도 전달한다. 여기에 보다 많은 사람이 보게 하기 위한 리포트의 접근 방식 또한 색달랐다. 결국 공익적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매개체로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  

 

이러한 활동은 눈앞의 수익에는 영향을 덜 미칠 수 있어도, 고객의 이탈을 적게 하며, 안티 세력을 줄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사회적 문제를 고객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공감대 형성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준다.

그것을 통해 지속가능한 팬층을 확고히 하며, 고객의 이탈을 줄이며, 보다 안정적인 경영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둔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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