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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Feb 18. 2020

스페인에는 셰리와인, 그렇다면 한국에는?

전쟁으로 생겨난 셰리 와인과 김천 과하주

세계에서 포도밭이 가장 넓은 나라가 있다. 한때 무적함대와 아메리가 대륙으로 세계를 호령했으며, 설탕과 감자를 들여와 디저트 문화와 유럽의 식문화를 바꾼 나라, 바로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와인용 포도밭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한데, 피레네 산맥을 넘기까지 마치 사막과 같은 광활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로마제국에게는 와인을 공급했다는 나라가 스페인이라고 말할 정도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대서양 오비에도까지 가는 고속도로 풍경. 사막과 같은 풍경부터 초원 등 매마른 땅의 모습을 그대로 보인다.


이러한 스페인의 대표적인 와인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셰리 와인(Sherry Wine)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와인에 알코올을 추가로 넣어 저장성을 좋게 하여 산폐를 막은 와인으로 스페인의 헤레즈(Jerez)에서 영국으로 수출했던 와인이고, 이 헤레즈란 단어가 향후 영어권에서는 셰리 와인으로 변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셰리 와인의 발달은 바로 이웃 나라 전쟁과 연결된다는 것. 프랑스와 영국의 100년 전쟁의 주요 전장터 중 하나가 바로 프랑스 와인의 산지 보르도였던 것이다. 와이너리가 모인 곳이 전장터가 되다보니 더 이상 보르도에서 와인 수출을 잘 못하게 되었고, 그 사이에 찾아낸 와인이 바로 스페인의 셰리 와인이었다. 한마디로 전쟁으로 얽히고 얽혀 발전한 와인이 셰리 와인이다.


셰리와인. 와인 색을 보면 캐러멜과 같은 갈색을 띈 경우가 많다. 출처 위키미디아


한국에도 이렇게 전쟁과 관련된 술이 하나 있다. 바로 임진왜란. 조선을 돕기 위해 명나라에서 파송된 이여송 장군은 지금의 김천에 머물면서 물을 맛보았는데, 너무 물 맛이 자신의 고향과 같다고 하면서 강의 이름은 과하천이라고 지었다. 이후에 이 물로 빚는 술은 김천 과하주로 발전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과하주 역시 셰리 와인처럼 알코올을 추가하여 저장성을 좋게 한 술이라는 것. 발효주에 알코올을 넣어 20도가 넘게 하면 기본적으로는 거의 산폐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도 지날 과(過), 여름 하(夏). 술주(酒)로, 맛이 산폐되기 쉬운 여름을 극복하는 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현재 김천 과하주는 경북 무형문화재이자 식품명인인 송강호 명인이 빚고 있다. 기생충의 주연배우 송강호와 동명이인이다. 찹쌀로 빚은 약주 16 도와 맵쌀로 빚은 증류주 23도 두 종류를 빚는데, 결국 23도짜리는 약주에 증류식 소주를 넣은 술로 기존의 저장성을 좋게 했다는 일반적 과하주와 제조법이 비슷하다.


김천 과하주


흥미롭게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과하주가 등장한다.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을 독려하기 위해 술을 많이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난중일기에 등장하는 과하주에 대하여 맛 등에 대한 평가는 없다. 동시에 김천 과하주와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알고 보면 이러한 셰리 와인 및 과화주와 비슷한 술이 다른 나라에도 꽤나 있다. 대표적으로는 포르투갈의 포트와인, 그리고 가까운 일본의 하시라쇼츄다. 모두 알코올을 천연 방부제와 같이 사용한 것이다.


한편, 스페인의 셰리와인 덕분에 헤레즈란 지역은 일명 유명해졌다.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함께 한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한국은 이러한 지역이 아직 드물다는 것. 스토리가 없는 것이 아닌, 대부분의 소비자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데 있다. 앞으로 외국의 술 문화에 대한 관심만큼 우리 술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으면 좋겠다. 어차피 한국의 술은 고향, 동네, 그리고 터전인 곳에서 탄생하고 자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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