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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Feb 03. 2020

와인과 전통주의 공통점은?

알고보면 비슷한 서양 와인과 우리 전통주

와인과 전통주의 공통점은?


얼마 전 소소한 와인 모임에 갈 일이 있었다. 와인 애호가들이 모이는 그 자리에는 각각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을 가져오는 자리. 그 취향을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며, 갖은 음식과 페어링 하며 교류하는 자리다. 흔히 와인 모임이라고 하면 고가의 제품을 자랑하며 위세를 떠는 듯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마트에서 파는 5,000원짜리 와인부터 가볍게 즐기는 1, 2만 원 원대의 와인도 충분히 환영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지고 온 와인을 잘 소개해야 하는 것. 미사여구를 제외한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와인이다란 것도 좋은 이유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를 하면 대화의 폭이 넓어지기도 한다. 


와인용 포도 메를로. 

자세하다는 부분은 생산지, 포도 품종, 숙성 기간 및 방식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 아마도 와인용 포도 품종일 것이다. 이유는 품종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지고, 그것에 맞게 음식도 주문해야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레드 와인용 포도 품종으로는 카베르네 쇼비뇽. 검붉은 짙은 색을 가진 품종은 각도 잡힌 맛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단맛, 신맛, 타닌감, 후미까지 잘 아우르는 편인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와인용 포도 품종이다. 반대로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는 포도 품종으로는 피노누아와 메를로가 있다. 메를로는 살짝 선이 있는 부드러움을 연출한다면, 피노누아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부드러운 우아함이 느껴지는 품종이다. 각각 포도 껍질의 색과 두께, 그리고 씨앗의 맛과 향까지 천차만별의 맛을 내는 것이 와인 품종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전통주에도 이러한 와인의 품종과 같은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쌀의 품종 및 재배방법보다는 어떻게 가공하여 술을 빚느냐에서 큰 차이가 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같은 쌀이라도 죽, 떡(범벅), 밥이냐에 따라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과실 향이 다양하게 나는 것은 바로 죽. 발효도 진행이 빠른 만큼 맑은 술로 만들면 살구, 사과, 바나나향이 물씬 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식감이 부드럽다. 와인 품종으로 비유한다면 마치 피노누아 품종과 같은 우아함이 있다. 증기로 밥을 쪄낸 고두밥의 경우는 높은 알코올 도수가 높게 발효가 되며, 발효가 잘 된 만큼 비교적 단맛이 적은 살짝 날카로운 맛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양조장이 효율이 좋아 이 방식으로 만드는데, 와인 품종과 비교한다면 카베르네 쇼비뇽과 비슷한 느낌이다. 떡으로 빚는 경우는 뭉근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는데, 진하지 않은 과실 향에 살짝 샤프한 맛이 카베르네 쇼비뇽과 메를로 품종을 브랜딩 한 질감이 떠오른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 더 많은 술을 경험한 사람은 충분히 또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 


백설기로 술을 빚는 풍정사계. 덕분에 뭉근한 맛이 난다.

전통주는 다양한 문헌에 그 레시피가 기록되어 있는데, 양반댁 규슈들이 자신의 딸, 또는 며느리에게 남겨주기 위한 음식 조리서, 또 농업에 필요한 다양한 방식이 기술되어 있는 실학 서적 등에 많은 기록이 남아있다. 특히 규제가 없고, 계절적 요소가 담긴 다양성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전통주는 맛과 향이 술 빚는 사람의 성격과 성향을 나타내기도 하며, 그 맛과 향으로 자연스럽게 빚는 이와 소통이 되는 매력도 있다. 


안동장씨가 기록한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 디미방. 다양한 술에 대한 레시피가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술인 전통주에 대해 모르고 있다. 나 스스로도 죽, 떡, 고두밥 등의 전통주의 제법을 와인용 포도 품종에 비유를 했다. 언젠가 외국의 와인을 소개할 때, 우리 전통주에 빗대어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부드럽고 우아한 이 와인의 맛은 마치 좋은 우리 햅쌀로 죽을 쑤어 숙성한 우리의 전통주 맛과 비슷하다고 말이다. 기준은 어디까지나 우리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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