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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Nov 26. 2018

무알코올 막걸리와 우리 밀 막걸리

다양해지는 막걸리 세계

[무알코올 막걸리, 100% 우리 밀 막걸리, 다양해지는 막걸리 시장]


작년 7월 이후로 전통주에 대한 인터넷 판매 규제가 풀리면서 다양한 막걸리가 출시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수입 쌀에 감미료를 넣은 저가의 막걸리보다는 지역의 농산물과 무감미료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이 속속들이 등장 중이다. 특이한 것은 제조 수량도 대기업처럼 많지 않다는 것. 한정 생산을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제품이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미식 시장으로 막걸리 및 전통주가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한국의 술은 늘 저렴하고 취하기 위한 것이다면, 이제는 단순한 맛을 떠나 지역의 문화와 소통하기 위한 것도 있다. 그래서 식당 및 마트가 최대 판매처였다면 이제는 찾아서 마실 수 있는 인터넷 시장이 이 전통주 미식 시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인터넷 상에서 이슈가 된 독특한 막걸리 2종을 소개해 본다. 

향수. 제품명이 향수인 이유는 충북 옥천이 시인 정지용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그 기억을 담아 향수라고 지었다.


100% 우리 밀 무첨가 막걸리 ‘향수’ 
막걸리 시장에서는 드물게 100% 우리 밀 막걸리가 등장을 했다. 밀 막걸리 하면 모두 옛 맛을 떠올린다. 70, 80년대에 주를 이뤘던 막걸리가 밀 막걸리였기 때문이다. 밀 막걸리 탄생에는 아픈 과거가 있는데, 해방 이후 한국에서는 곡식이 부족, 궁여지책으로 1965년도부터 국산 곡물로는 술을 못 빚게 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수입 밀로 만든 밀 막걸리였다. 이 문화는 안타깝게 지금도 이어져 지금도 대부분의 밀 막걸리는 수입 밀가루를 사용한다. 국산 밀 가격이 수입 밀보다 4배나 더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밀 시장은 99%가 수입이다. 

여기에 반기를 들고 우리 밀로 막걸리를 만든 곳이 바로 <이원 양조장>이다. 충북 옥천의 9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원 양조장>은 여전히 지하의 우물물로 술을 빚고 있으며, 충남 아산과 옥천의 밀로 막걸리를 빚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감미료는 전혀 넣지 않고 있으며, 알코올 도수 9도의 묵직한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밀 막걸리 제품명은 <향수>. 이원 양조장이 있는 충북 옥천이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향에 대한 향수와 밀 막걸리라는 옛 추억을 담고자 <향수>라는 제품명이 되었다. 


 <이동원, 박인수 씨가 부른 향수. 정지용 시인이 고향인 옥천을 그리며 지은 시 '향수'를 노래로 표현했다. 우리 밀 막걸리 향수는 바로 이 옥천에서 빚어진다>

참고로 우리 밀은 수입 밀보다 글루텐 함량이 적어 막걸리 입장에서는 덜 뭉치는 편이고, 소화에도 부담이 덜 된다. 이원 양조장의 강영철 대표는 묵직한 맛인 만큼, 얼음이나 생수를 타서 먹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말하였다. 이원 양조장은 2017년 농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다양한 체험도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내년 초여름의 밀 수확 시기에는 직접 밀 체험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논 알코올 막걸리 수블수블. 수블은 술의 어원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무알코올 막걸리 수블수블 

무알코올 맥주, 무알코올 와인은 있지만 유독 막걸리 부분에만 무알코올 제품이 없었다. 2011년 일본에서 출시한 적은 있지만, 실험적 요소가 강했다. 이에 농업회사법인 <수블수블>은 <무알코올 막걸리> 전용 누룩을 개발하고, 농촌진흥청 정성태 박사에게 천연 탄산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 최초로 무알코올 막걸리를 출시하게 되었다. 막걸리 맛을 살리기 위해 알코올 도수 17도까지 만들고, 이후 막걸리에서 알코올을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덕분에 알코올이 분리된 막걸리에는 생막걸리 특유의 탄산감은 물론, 다양한 막걸리의 향미가 남게 된다. 생막걸리 특유의 청량감을 살리기 위해 살균 처리도 전혀 하지 않았다. 찹쌀과 멥쌀, 연잎, 생강, 레몬, 통밀가루 등 국산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요구르트와 같은 상큼한 신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참고로 <수블수블>은 술에서 탄산이 나오는 의태어로 술의 어원이 되었다고도 알려져 있다. 무알코올 막걸리 <수불수블>은 해당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막걸리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시장을 기대하며 
막걸리는 늘 저렴하고 서민 곁에 있는 술이었다. 덕분에 늘 농주와 같은 개념이 있었으며, 애환도 함께 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프레임이 오히려 고부가가치 막걸리 문화 산업을 막고 있는 모습도 있다. 막걸리가 가진 편견, 그저 저렴하고, 서민적이어야 하며, 파전이나 김치 정도나 잘 맞는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진짜 막걸리가 가진 모습은 겨우 이 정도가 아니다. 진한 원료의 풍미도 가지고 있으며, 오랜 숙성의 제품은 독특한 아로마를 가지고 있다.  

현대는 다양성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수십만 가지의 커피만 보아도 그 다양성의 세계를 알 수 있다. 덕분에 커피 산업은 지금도 계속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 질리지 않게 끊임없는 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무알코올 맥주가 있듯이 이제는 무알코올 막걸리도 나와야 하는 시대이며, 우리 밀로 만든 고부가가치 막걸리도 등장해야 할 시기다. 이렇게 다양성이 존재해야 문화와 산업이 발전을 한다. 이렇게 안되면 늘 한국의 술은 저렴하다는 인식 속에만 빠지며 스스로 자부심도 못 느끼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다양한 막걸리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막걸리는 그 누구 것도 아닌 우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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