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샴페인을 나타내는 표현 중에서 유명한 말이 하나 있다. 바로 맛없는 프랑스 와인은 있어도 맛없는 샴페인은 없다란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가의 프랑스 와인 중에서는 원액을 해외에서 수입, 겉모양만 프랑스 와인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너무나도 많은 지역과 와이너리에서 만들다 보니 맛과 품질에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샴페인은 다르다. 바로 프랑스 북부인 샹파뉴- 아르덴 지역(Champagne-Ardenne)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로만 만들어야 하며, 기본적으로 2차 발효라는 병내 재발효를 통해 탄산을 생성시키는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복잡하고 제약이 많기에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도 아니며, 타 지역에서 만들 수도 없다. 그래서 맛없는 샴페인은 없다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배경이다.
샴페인의 주원료인 피노누아. 적포도이지만 화이트 와인 스타일의 샴페인의 주원료다. 사진 위키피디아
적포도 피노누아로 만드는 황금빛 와인 샴페인
게다가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과 달리 샴페인은 피노누아(Pinot Noir)라는 고급 적포도 품종을 많이 사용한다. 피노누아란 뜻은 피노(솔방울)에 누아는 어둡고 검은색을 의미한다. 여기서 연결된 것이 어둡고 짙은 누아르 영화다.(feat 말술남녀 문정훈 교수)
한마디로 검은색 열매가 달린 솔방울이라는 것. 즉 샴페인을 만드는 품종은 청포도가 아닌 적포도인 인 것이다. 이렇게 적도포로 만든 와인을 블랑드 누아(Blanc de noirs) 라고 부른다. 블랑은 화이트, 누아는 블랙. 즉 검은 포도에서 착즙 한 화이트 와인이라는 의미다. 반대로 청포도(일반적으로 샤르도네)만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Blanc de Blanc)이라고 불린다.
적포도로 만드는데 화이트 와인과 같은 골드빛을 가진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포도를 착즙 할 때 가볍게 진행하면 열매의 과즙만 나오기 때문이다. 예민한 작업이 동반되어 공정에는 까다로움이 발생되지만, 이러한 과정이 오히려 샴페인을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샴페인을 발명한 것은 돔 페리뇽?
샴페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으로 고르라면 아마 돔 페리뇽을 지칭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돔 페리뇽은 원래 피에르 페리뇽이라는 수도사의 이름이다. 1668년도에서 1715년도까지 샹퍄뉴 지역의 베네틱도회 오빌리에(Hautvillers) 수도원에서 일생을 샴페인 개발에 몰두한 사람이다. 샴페인 병 내 2차 발효를 통해서 탄산(Co2)을 용해시키는 방법을 그가 알아내 현대적 샴페인의 기틀을 다졌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에게 성스럽다는 다미누스(Dominus)을 넣어 돔 페리뇽이라는 호칭이 붙여지고, 후에 돔 페리뇽이라는 인물을 고급 샴페인 명칭으로 사용했다. 문제는 그가 샴페인을 처음으로 발명했다는 정확한 증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피노누아라는 적포도에서 화이트 와인과 같은 맑은 과즙을 얻는 방법 및, 산지가 다른 포도를 섞어 브랜딩 하는 오늘날의 아상블라주(assemblage)등의 방식을 만들어 냈다. 충분히 이 샴페인 개발에는 공헌을 한 것에는 틀림이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샴페인인 돔페리뇽과 샴페인의 기초를 다졌다는 돔 페리뇽의 동상. 돔 페리뇽의 돔은 성직자의 최고등급인 도미누스(Dominus)에서 왔다.
샴페인은 영국에서 만들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발포성 샴페인의 기록은 어디에서 왔을까? 돔 페리뇽이 수도사로 일하기 5년 전, 1663년에는 이미 영국에서 발포성 샴페인을 마시고 있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샤뮤엘 베틀러(Samuel Butler)의 풍자시를 보면, 발포성 샹퍄뉴라는 내용이 언급이 된다.
그렇다면 당시에도 지금의 화이트 와인과 같은 색이었을까? 기록을 보면 샴페인 역시 전통적으로는 레드 와인이었다. 다만, 북위 50도에 이르는 추운 지방의 샹파뉴는 최고 수준의 와인은 부루고뉴 및 보르도 지역과 비교한다면 기후 조건이 너무나도 나빴다. 즉, 레드 와인으로는 이 두 지역을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샹파뉴의 와인 제조자들은 다른 방식의 와인을 생각해 낸다. 바로 적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방식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적포도를 살짝만 착즙 하여 핑크빛의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으로 이야기하면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중간 형태인 로제 와인. 프랑스어로 뱅 그리(vin gris)인 이 와인은 영국에서 대히트를 치게 된다. 바로 유리병 속에 탄산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프랑스에서 원액을 받아다가 유리병에 병입해서 판매하게 되는 과정에서 탄산이 나오게 된 것이다.
오크통에 넣어 수출하던 17세기 와인 산업. 효모는 동면한 상태
이유는 이러했다. 영국 입장에서는 추운 샹파뉴에서 오크통 채로 와인을 받다 보니, 발효가 미처 다 끝나지 못하고 효모가 동면해 있었다. 한마디로 추워서 알코올 발효가 멈춰진 상태. 하지만 영국에서 도착한 와인은 하나하나 유리병으로 옮겨지게 되고, 이러한 상태에서 봄을 맞이하면서 동면하던 효모가 다시 깨어나게 되었다. 효모는 못다 한 당분을 먹으면서 알코올을 만들게 되고 여기서 탄산이 다시 나오게 된다. 그러면서 탄산가스가 와인 속에 용해되기 시작한다. 바로 샴페인의 탄생인 것이고. 이렇게 만든 계기는 영국에서 시작했다고 하는 것이다.
프랑스가 영국보다 발포성 샴페인이 늦었다고 말하는 이유가 또 있다. 1728년 까지 와인은 유리 병입이 허영 되지 않았기 때문. 당시는 오크통에 들어간 와인에만 세금을 적용하다 보니 유리병 와인은 금지되거나 또는 궁정에서나 마실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샴페인 기업들을 보면 모두 1730년 이후에 생긴 곳들이 많다. 모두 이러한 규제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샴페인의 당도를 나타내는 브뤼(Brut)
샴페인 라벨을 보면 브뤼(Brut)란 단어를 자주 볼 수 있다. 브뤼는 바로 당도를 나타내는 말로 단 맛이 적은 드라이함을 나타낸다. 18~19세기의 샴페인은 맛이 매우 달콤했다. 당시로는 설탕이 귀했기 때문에 이러한 단맛은 최고 수준의 디저트 술을 나타내는 증표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이 샹퍄뉴 지역의 와이너리에 단맛이 적은 이른바 드라이한 와인을 주문을 한다. 이에 와이너리는 영국인이 주문한 단 맛적은 와인이라는 의미로 브뤼(Brut)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초로 사용한 와이너리는 유명 샴페인 제조사인 마담 뽀므리(pommery)가 만든 뽀므리 샴페인이다. 드라이한 샴페인은 바로 영국이 만든 것이다. (어떤 블로거 분들의 포스팅을 보니 Brut의 어원이 British라고 하는데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못했습니다)
모에 샹동에 표기되어 있는 브뤼(Brut). 달지 않은 샴페인이라는 의미로 첫 주문은 영국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또 샴페인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이 프랑스 샹파뉴 지역 외에 또 있다는 것이다. 바로 스위스의 샹파뉴 지역이다. 이곳 역시 1974년 세계 무역기구로부터 예전부터 와인이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유일하게 샹퍄뉴(Champagne)는 라벨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탄산이 없는 일반 와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종주국이란 것을 따진다. 그 나라의 종속된 문화, 그 나라만의 유일한 것을 찾지만 실상 깊숙이 들어가면 그 나라 것만은 없다. 스카치위스키도 이슬람의 연금술이 기원이며, 맥주 역시 수메르인의 음료였다. 결국, 샴페인은 단순한 프랑스의 술이 아니라는 것. 알고 보면 인류의 산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