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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Aug 16. 2020

추사 김정희가 난을 꺾어 그린 이유는?

고전 예술에서 보는 작가의 세계와 우리 술

다방면에 뛰어났던 천재적 인물들

인류의 역사를 보면, 다방면에 뛰어난 인물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철학과 과학에 능통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근거한 수학을 이끌어 낸 피타고라스, 과학자이며 미술가, 동시에 의사이기도 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합리주의 철학을 집대성하면서 방정식이란 수학적 발견까지 한 데카르트까지 수많은 인물을 접해 왔다.

우리의 역사에서 이러한 인물을 본다면 대표적인 사례가 세종대왕. 한글을 창제할 정도의 언어학적인 통찰력, 장영실을 통한 측우기, 물시계의 발명할 정도의 과학적 사고, 박연을 통해 국악까지 재정립한 음악가와 예술가의 재능까지 가진 엄청난 인물이었다.

조선 말기에 등장한 천재적 학자이자 미술가 추사 김정희
그리고 또 한 명 조선 후기에 또 천재적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추사 김정희. 파격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 추사체라는 서체로 당대 최고의 칭송까지 얻은 그는  사실에 근거하여 진리를 탐구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제창한 경제학자였으며, 문화 예술, 그리고 불학(佛學)이라는 종교학까지 섭렵했던 인물이다. 무엇보다 그는 금석학의 대가였다. 금석학은 간단히 말해 비석 등의 쓰인 옛 글을 분석하는 학문으로 지금으로 보면 고고학적인 학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추사는 이러한 금석학에 대한 지식을 마음껏 뽐내며,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을 도운 무학대사의 것인 줄 알았던 북한산 순수비가 신라의 전성기를 이끈 진흥왕의 것임을 밝혀낸다.

추사는 당대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특히 증조부는 영조의 둘째 딸 화순옹주(和順翁主)와 혼인한 경주 김 씨 김한신이라는 인물로, 앞길 탄탄한 왕의 내척이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 자체는 그리 순탄하지는 못했다. 그가 활약하던 시대가 안동 김 씨라는 세도정치가 판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병조판서까지 올라갔지만, 그의 능력을 시기하던 안동 김 씨는 제주도에서 9년을, 함경도에서 2년을 귀양살이를 시킨다. 하지만, 추사는 유배 생활과 이어진 과천에서의 은둔생활에서도 그의 철학과 생각을 그대로 살렸는데 불세출의 작품인 ‘세한도(歲寒圖)’와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의 고향이자 충남 사과 산지 1위, 예산군의 '예산 사과 와이너리'의 '추사 애플 브랜디'의 라벨로도 활용되고 있다. 천재적 학자이며 문예에 능했던 추사 김정희. 오늘은 이 제품 라벨을 통해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세한도의 모습. 추운 겨울에도 굳건한 잣나무와 소나무, 쓸쓸해 보이는 집이 그려져 있다. 출처 문화재청


진실한 믿음과 신뢰는 역경이 있을 때 보이는 법. 세한도(歲寒圖)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지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나온 작품이다. 그의 유배 시절은 고통과 인내의 세월이었다. 단순한 유배지 생활을 뛰어넘은 위리안치(圍籬安置)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위리안치란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 등으로 주변을 둘러싸 밖에서 보이지 않고, 안에서 밖을 볼 수도 없는 유배지 내에서 가택연금까지 당하는 생활이다. 보통 역적의 친인척이나 쫓겨난 왕들에게 내린 형벌로 광해군 및 연산군 등이 이런 생활을 했다. 추사는 이러한 험한 귀양살이에도 학문과 서도를 완성하는 수련의 세월로 삼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작품이 바로 '추운 시기의 그림'이라는 뜻의 세한도(歲寒圖)이다.

세한도가 그려진 추사 애플 브랜디 45

이 작품은 그가 제주도에 유배된 지 5년째, 그의 나이 59세 때인 1844년(헌종 10)에 그려진 것으로, 지위와 권력을 잃어버렸는데도 늘 그를 찾아오며 중국의 서적을 전달해준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여 그렸다. 이러한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이 '세한도'에 쓰여있는 발문이다.


바로 “날씨가 추워진 이후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역경을 겪어보아야 지조를 알 수 있다.”라는 부분이다. 날씨가 추워졌다는 것인 추사 자신이 힘든 상황에 처했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도 푸른 모습을 가지고 사제 간의 의리를 지킨 '이상적'의 인품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다.

참고로 이 그림은 간결하게 그려진 한 채의 집과 소나무와 잣나무가 전부이다. 인기척이나 주변 자연환경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 속에 추사의 강건함과 기품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동시에 사랑하는 제자를 두고 먼 제주도에 있는 추사의 외로운 모습도 느껴진다.

추사 애플 브랜디 45도는 예산의 부사를 사용, 3년 이상의 숙성으로 만들어진다. 500ml 한 병에 7kg 이상의 부사가 들어간다. 감미료나 설탕을 전혀 넣지 않았는데도, 진한 사과향이 단맛을 느끼게 해 줄 정도다. 알코올 도수가 45도인 만큼 얼음을 넣어 온더록스 등으로 음용하는 것은 추천하지만, 레몬이나 단맛이 있는 탄산수는 원액의 맛을 희석시키는 만큼 권장하고 싶지 않다. 이 브랜디를 만드는 추사애플 와이너리를 방문하면 알코올 도수 55도 전후의 원액을 마셔볼 수도 있다.

변함없는 친구와 함께 마시고 싶은 술
이 술은 추운 한겨울에 마셔보고 싶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내가 역경 속에 있을 때 나를 도와줬던 친구. 추사가 세한도에서 그린 소나무와 잣나무 같은 변함없는 푸른 친구다. 믿는 친구와 마시는 술 한잔만큼 든든하게 하는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다만 현재 해당 제품은 판매되고 있지 않다)


불이선란도. 많은 인장이 있는 것은 소유자가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다.

꺾이지 않는 그의 의지, 내 비록 침묵하지만…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추사는 제주도와 함경도의 유배까지 끝내고 과천에서 은둔하게 되는데, 그때 그린 그림이 바로 이   부작란도(不作蘭圖), 또는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이름이 여러 개인 이유는 특별히 이 작품에 대해 세한도처럼 정확하게 기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문에 있는 내용으로 후대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특징은 난 그림 최초로 직선적이며 강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잎이 유연하고 부드러운 곡선미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거친 붓질로 인해 난이 구부러지고 꺾이는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라고 평한다. 추사는 그림과 서예의 필법은 동일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추사 40. 김정희의 불이선란도가 그려져 있다. 난이 꺾인 것이 특징.


흥미로운 것은 추사 김정희가 이 불이선란도에 대해 설명을 거부했다는 것. 발문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억지로 설명하라 한다면 나는 유마거사의 침묵으로 거절하리라” (若有人强要爲口實 又當以毘耶無言謝之).” 여기서 유마거사는 석가모니와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로 침묵으로 존재의 실상을 설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학자들에 따라 해석은 다르나 결국 작품의 뜻을 설명하지 않겠다는 것은, 지금은 힘을 잃어 무언(無言)으로 있지만, 왕권 강화라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고 해석한다. 꺾여있는 난은 자신을 뜻하는 것이며, 난의 꽃은 안동 김 씨의 세찬 바람에도 조선왕조 왕실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흥미로운 것은 추사는 이하응, 즉 흥선 대원군과 친분이 두터웠다는 것. 추사 사후의 일이긴 하지만, 그가 바란대로 흥선대원군은 세도정치의 대명사였던 안동 김 씨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추사의 제자들을 신임, 개혁 바람을 일으키게 된다. 추사가 꿈꾸던 왕실 강화를 짧은 세월이긴 했지만, 제자들이 이뤄낸 것이다.

추사 애플 브랜디 40도는 일반 위스키 및 브랜디와 알코올 도수를 맞춘 제품이다. 45도의 맛이 너무 강하다는 소비자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45도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만큼 스트레이트로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목표를 달성한 날 마셔보고 싶은 
불이선란도는 결국 힘든 역경 속에서 지조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면, 결국은 이긴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그런 의미로 이 술은 작은 것이라도 목표를 이뤄냈을 때 마셔보고 싶다. 힘들었던 나날은 있지만, 결국은 목표를 이뤄낸 자신을 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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