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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Oct 08. 2020

막걸리는 고급화로, 와인은 대중화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가는 막걸리와 와인


얼마 전 전통주 업계에는 신선한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바로 소비자 가격 15만 원의 막걸리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해당 막걸리의 주인공은 해남 해창 주조장의 해창 롤스로이스. 해남의 유기농 찹쌀을 사용, 무감미료로 만든 막걸리로 4번에 걸쳐 발효와 숙성을 진행, 이후 2달 이상을 숙성한 제품이다. 무엇보다 일반 막걸리보다 도수가 3배나 높은 알코올 도수 18도를 자랑한다. 어떻게 막걸리가 10만 원을 넘을 수 있냐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이번 추석 때 해당 제품은 보기 좋게 완판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가치소비를 중시한다는 트렌드를 반영한 모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통주를 비롯한 막걸리 자체가 핫하다. 주류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제품군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막걸리의 질적 성장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창 막걸리 18도. 해창 롤스로이스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고가 제품 산업은 막걸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니치 마켓(niche market)이라고 불리는 틈새시장에서 활약하는 모습이다. 기존의 니치 시장과 다른 것은 단순히 틈새만 있는 것이 아닌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이끌고 있다는 부분이다. 프랑스 보르도 및 부르고뉴의 고급 와인, 스코틀랜드의 싱글 몰트 위스키, 그리고 특수한 소비층을 위한 니치 향수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즉, 양보다 질, 대중성보다는 희소성을 추구하는 제품군의 성장이다.


막걸리의 이러한 성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 간 절치부심하며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한때 대일본 수출 시장이 작아지면서 완전히 잊힌 주종이었다. 2013년에는 50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수출했지만, 금세 1000만 달러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막걸리의 다양성을 알리지 못한 채, 그저 인공감미료를 두배로 넣은 저가의 막걸리로 수출하기 급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출금액은 떨어졌지만, 질적으로는 오히려 더 성장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제품의 카테고리가 넓어졌고, 무엇보다 소비층이 다양해졌다. 바로 M세대가 프리미엄 막걸리의 주요 소비층을 떠올랐기 때문이다.


막걸리의 다양화가 고급화 이끌어

지금 막걸리의 트렌드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고급화다.  이미 10년 전부터 1만 원이 넘는 제품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는 등 예열을 충분하 마친 상태다. 고급 막걸리의 선구자를 뽑는다면 울산의 복순도가와 자희향이다. 복순도가는 최초의 샴페인 막걸리라는 별명으로 소비자 가격 1만 2천 원으로 시작을 했으며, 2014년 삼성 회장단 건배주로 선정된 자희향은 '향이 너무 좋아 마시기 아쉽다'는 의미의 석탄주(惜呑酒) 방식을 복원, 역시 1만 원이 넘는 가격에 등장하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마니아 층은 새로운 양조 전문가를 탄생시켰고,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고 느낀 막걸리에 젊은 감각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제품이 한강 주조의 나루 생막걸리, 단양의 도깨비 술, 시향가, 술아 핸드메이드, 산정호수 막걸리, 추연당, 삼양춘 등이다. 여기서 추진한 막걸리의 고급화는 단순히 가격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다보니 가격이 올라갔고, 그 가치를 소비자가 인정하는 된 형태다. 즉, 고급화를 위한 다양화가 아닌, 다양화를 추진, 자연스럽게 고급화가 따라가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와인, 수제 맥주, 그리고 위스키 애호가까지도 막걸리 및 전통주에 눈을 돌리게 된다. 즉 기존에 없던 새로운 소비 시장이 창출된 것이다.


원료, 제조방식, 숙성 등 다방면에서 진행된 고급화

제품의 다양화는 원료, 제조방식 숙성 등 다방면에서 진행되었다.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아스파탐 등의 인공감미료로 단 맛을 냈던 기존의 제품에 고급 제품들은 오직 쌀의 맛으로 맛을 내는 곳들이 많아졌고, 일률적인 맛을 내는 인공배양 효모가 아닌, 천연효모를 사용, 맛과 향에서 다채로움을 추구했다. 여기에 발효에서 출고까지 1~2주면 나오는 일반 제품과 달리, 30~ 150일까지 숙성하는 시간의 맛까지 추구한 것이다. 알코올 도수 역시 1도~19도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여기에 양조장 특성을 살린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 막걸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시선을 시장에 던진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프리미엄급 제품은 90% 이상이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어진다. 대규모 시설을 갖춘 곳에서는 하나하나 수제로 만들기에는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렇게 작은 양조장에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하다. 지역 특산주 면허만 있으면 언제든지 비대면으로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 있고,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비해주는 M세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뜨고 있는 것이 이 분야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해 성장한 전통주 온라인 시장

코로나는 오히려 프리미엄 막걸리 및 전통주의 온라인 시장을 크게 확산시켰다. 바로 주류 부분에서 유일하게 인터넷으로 판매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코로나 시대에 있어서의 혼술, 홈술 문화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외국 주류 기업이 한국에서 직접 마케팅을 하기가 어려운 것도 전통주 업계에게는 도움이 되었고, 일본 맥주, 사케, 소주 등이 빠진 부분을 메운 것도 전통주의 역할도 있었다. 그래서 주류 부분의 시장 점유율만 본다면 코로나는 전통주 업계에게 찬스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막걸리와 반대의 길을 가는 와인

막걸리가 다양성을 통한 고급화를 추진했다면, 반대의 길을 가는 술도 있다. 바로 와인이다. 와인은 커피값보다 저렴한 와인이라는 타이틀로 5,000원 이하, 4,000원 이하의 초저가 와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칠레 와인 도스코파스(4900원), 롯데 마트의 스페인 와인 '레알 푸엔테(3900원)이다. 모두 100만 병, 40만 병 등의 대규모 수량 계약을 통해 가격을 최대한으로 내렸다. 이미 도스코파스는 연간 판매량 200만 병을 넘어섰고, 롯데 마트의 와인 역시 초기에 주문한 40만 병이 한 달 만에 소진된 상황이다. 와인 업계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렇게 가격을 내린 것은 단순히 가성비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다. 기존의 맥주, 소주, 막걸리의 고객층을 와인으로도 유도한 것이다. 와인 역시 가격 저항선으로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소비층에게 적극 어필을 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고급 와인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코로나와 관련이 깊다. 원래 이맘때쯤이면 공항은 해외 여행객으로 굉장히 붐빈다. 그러면서 대부분 면세점에서 뭔가를 하나 고르는 상황. 그중에서도 주류는 화장품, 패션, 담배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효자 품목이었다. 주세와 부가세를 내지 않는 만큼, 국내 구입가와 가격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고급 주류를 면세로 구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레스토랑 등에서 즐기기도 꺼려지는 상태. 즉 소매점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사던 고급 와인은 국내 주류 소매점으로 구매처가 옮겨간 것이다.   2019년 전반기 대비 9.9% 증가한 23,063톤을, 수입금액은 11.0% 증가한 1억 3,480만 달러(한화 약 1,626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질적으로 와인 소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구입하는 장소만 해외 또는 면세점에서 국내 소매점으로 바뀐 것뿐, 결과적인 소비량은 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막걸리, 와인의 변신. 그 중심에는 다양화

결국 저가의 막걸리 시장은 고급화로 트렌드를 이끌고 있으며, 와인 역시 기존의 고급 이미지에서 탈피, 대중화를 추진 중이다. 반대의 길을 걷는 듯 하지만, 이 둘의 공통점은 있다. 바로 다양화라는 포인트다. 막걸리는 기존의 저가 시장에 와인, 및 맥주, 위스키 애호가들이 눈을 돌릴만한 제품으로 변신하고 있으며, 와인 역시 가격을 낮춤으로써 와인에 투자를 머뭇거리던 소비층에 어필한 셈이다. 즉, 소비자의 선택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 더불어 이러한 구성의 다양화는 고정관념 탈피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해창 주조장에서 차로 5분거리의 고척암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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