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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Dec 17. 2018

막걸리가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는?

10년 전의 막걸리 붐, 왜 실패로 끝났나

막걸리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2010년 막걸리 붐이 분 이후 대 일본 수출 감소 및 주류 소비 저하, 다양한 수입 맥주의 대두 등 내외부 요인에 의해 출렁이던 시장이 점차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특히 작년 7월에 허용된 통신판매는 차별화된 막걸리 시장을 이끌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10년 전의 막걸리 붐은 왜 붐으로 끝났고, 지금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보이는 것일까?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알 수 있을 것인가?


[10년 전의 막걸리 붐이 실패한 이유]
2008년부터 대 일본 수출 막걸리가 늘면서 막걸리는 쌀 소비의 최고 효자이자, 앞으로 한국의 문화를 이끌 상품으로 보였고 이에 미디어는 앞다퉈 막걸리의 장점을 부각하였다. 유산균이 많고, 항암효과가 있고 피부 비용에 좋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러한 막걸리의 기능성에 대한 내용은 중장년층에게 어필을 하면서 순간적인 소비가 좋아지는 모습은 있었다. 하지만, 2030이라는 신규 고객을 기능성으로 잡기에는 부족하고, 항암효과가 있다는 등의 기능성적인 부분은 증명이 불가능했다. 또 프랑스의 와인이나 일본의 사케와는 달리 막걸리는 우리 농산물로 빚기보다는 그저 가격에 맞추기 위해 수입 쌀이나 정부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막걸리 산업을 바꾸기 위해서는 양조장이 바꿔야 한다고 말을 했지만, 결국 양조장은 시장에 맞는 제품을 팔지 않으면 자본의 순환이 불가능했고, 유통업체도 여전히 저렴한 제품만 요구하는 등, 막걸리에 대한 차별화와 고부가가치가 거의 인정이 되지 않던 시대였다. 그렇다 보니 결국 소비자는 고를 수 있는 제품이 한정적이었고, 그렇게 막걸리는 미디어에서 잊혀 가는 듯했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라]
결국 유통업체 및 양조장을 바꾸기에는 시장이 너무 견고했다. 막걸리 하면 모두 저가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대형 유통이 이 부분이 가장 심했다. 당시 마트에 온 소비자가 좋은 막걸리를 고르려고 오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이때 뜻있는 업체들은 이 시장을 바꾸려고 했다. 바로 막걸리바, 펍 등과 같은 요식업 업체들이었다. 이들이 추구한 것은 유통업체 또는 마트 등이 아닌 소비자에게 직접 지역의 막걸리의 맛과 멋, 그리고 가치를 알리며 마리아주와 같은 매칭이 되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문화에 목말랐던 트랜디 세터들이 열광을 했고, 이 시장이 성장하고 나니,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기 위해 양조장에서 직영 레스토랑을 만들기도 한다. 그것도 지방 소도시가 아닌 대도시, 그리고 강남 및 홍대 등의 젊은 층의 핫 플레이스였다. 결과적으로 이 플랜은 대성공, 배상면주가의 느린 마을, 신평 양조장의 강남역 셰막 등은 지금도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로 특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결국, 대형 유통을 통하지 않고, 2030이라는 새로운 소비층을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지역의 무첨가 막걸리, 장기 숙성 막걸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들이 한 것은 딱 하나였다. 바로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막걸리의 인식을 개선한 것이다.

월향의 명동 막걸리. 음식점에서 직접 만드는 하우스 막걸리로 다양해지는 막걸리 시장을 보여준다.

[제조업자가 바뀌기 위해서는?]

하지만 여전히 고부가가치 제품은 전체 막걸리 시장에 비하면 너무 미비한 숫자였다. 결국 큰 기업들이 움직여야 산업이 성장하고 작은 기업이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큰 기업들은 예전 방식에 기댄 나머지 R&D 부분에 대한 투자는 다른 산업에 비해 지극히 적었다. 설사 있더라도 새로운 시각에서의 막걸리보다는 제품 안정화 등 산업적인 요소가 강했다. 결국 2030을 매료시킬만한 제품은 지극히 적었던 것은 사실이다. 알고 보면 한국의 양조장은 지극히 폐쇄적이다. 소비자에 대한 직판보다는 주로 대리점을 통해 판매를 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일도 지극히 적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13년도부터 전통주의 6차 산업인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하면서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단순한 매출에 대한 부분이 아니었다. 양조장에 손님이 찾아온다는 생각에 더욱 위생에 신경을 썼으며,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지역의 농산물을 더욱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역적 가치를 살려서 제품을 판매했을 때, 소비자가 구입해 주는 패턴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현재 바꿔가는 트랜디를 알 수 있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전에는 그저 대리점이나 유통을 통해서 듣게 된 정보가 이제는 다수의 소비자로부터 들려온 것이다. 결국 제조업자의 생각이 바뀌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소비자의 소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양조장을 개방하거나 또는 소통할 수 있는 시음, 체험장 등의 공간이 구비되어야 한다. 이를 더욱 장려할 수 있는 <찾아가는 양조장>이상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양한 전통주.디자인 뿐만이 아닌 재료, 빚는 방법, 숙성 등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

[신제품 출시 독려가 필요하다]
일본의 지역 술 장려 방법 중 하나인 것이 전국신주감평회(全国新酒鑑評会)라는 술 품평회다. 1911년에 시작한 가장 유서 깊은 일본의 술 품평회로 수많은 명주를 탄생시켰다. 우리로 따지면 우리술 품평회와 가장 유사하다. 이 대회에 있어서 우리가 참고할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신주라는 부분이다. 바로 신제품이다. 기존의 제품은 이 대회에 나가지 못한다. 새롭게 나온 제품들만 이 대회에서 경쟁할 수 있고, 또 수상할 수 있다. 이렇게 신제품만 출전시키는 이유는 바로 새로운 이슈를 신제품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을 숙성시킨 청주부터 붉은 쌀로 만들어 색이 붉은 청주, 발포성을 넣은 스파클링 제품 등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 갔다. 결국 소비자는 새로운 맛을 찾아 이러한 술을 마셔보고, 그리고 그 뒤를 미디어가 뒤쫓아 간다. 자연스럽게 정보의 선순환의 구조가 되는 것이다. 참고로 전국신주감평회는 아니지만 이러한 신제품을 독려하기 위해 일본은 다양한 디자인 관련 상을 수여한다. 디자인이야말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첫 번째 창구기 때문이다.

[주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지난 16일,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이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쌀로 만든 맥주와 증류주에 대한 주세를 감면하는 내용을 담은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매년 5000억 원이나 관리비가 들어가는 쌀 소비에 있어서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역시 최근에 맥주에 대한 기준인 맥아 비율을 66.7%에서 50%로 낮추면서 쌀, 옥수수 전분 등 다양한 곡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만 이러한 감세가 맥주 및 증류주에 한정이 되어 있는 부분은 아쉽다. 기존에 쌀을 사용해서 쌀 소비에 기여하고 있는 막걸리, 약주, 청주 등에 대한 주세 감면도 같이 이뤄지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막걸리의 가치를 이끌기 위한 키워드 ‘다양성’]
막걸리를 알리기 위해서는 SNS, 유튜브, 카드 뉴스, 포스트 등 다양한 매체에 콘텐츠를 올려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충분히 맞는 말이다. 단순히 기존의 언론 및 미디어로는 신규 고객을 뚫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알릴 수 있는 채널이 다채널이 되더라도, 콘텐츠 자체가 빈약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치 2010년에 막걸리 붐이 불면서 기능성으로만 치부되던 막걸리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이 된다. 막걸리의 가치는 다양하다. 이제 막 걸렀다는 뜻의 신선함을 내포하고 있으며, 전국에 1000종류가 넘는다. 지역성을 가지고 있으며, 떠먹는 막걸리부터 무알코올 막걸리, 장기 숙성 막걸리와 시뻘건 막걸리까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 다양성을 잘 살려야 한다. 크래프트 맥주도 결국은 천편일률적인 라거맥주 시장에 다양성을 가지고 접근, 그로 인해 소비자에게 인정받은 시장이다. 한국의 막걸리는 세상의 어느 술보다도 크래프트와 같은 창의적인 모습이 있다. 이러한 것을 콘텐츠 화하여 막걸리에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기 채널이 아닌, 앞서 말한 새로운 채널로 알린다면, 새로운 소비층 확보는 물론, 문화로써 접근된 장기적인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해당 글은 사단법인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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