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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Dec 29. 2020

꼬레아 술 트렌드 2021

한 해를 뒤 돌아보며


술 트렌드 Q&A 2020&2021

이번에 코로나 시대의 주류 시장에 있어서 일간지로부터 질문지가 들어와서 제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코로나 이후에 홈술이 대세라는데 이 트렌드는 계속될 듯 한가?

계속 이어지고 더욱 성장할 듯하다. 단순히 양으로 성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양한 술을 마시는 질적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홈술이 성장하는 이유는 단순히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늘 사회생활에 찌든 라이프 스타일에 자유로움을 주는 것이 홈술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늘 다른 것을 마실 수 있는 다양한 주종이라는 인프라가 확충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홈술 시장 확대는 한국만의 추세가 아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홈술의 장점을  '자신의 취향대로 마실 수 있다'로 발표했다.  


즉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어차피 커질 시장이었다. 다만, 코로나가 더 앞당겼을 뿐이다. 


2. 와인이 홈술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와인 수입은 전년 대비 25%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식을 대신할만한 술이 와인이 대표적이기 때문이다. 소주, 맥주 등은 외식이라기보다는 회식의 술에 가깝다. 많은 양을 마셔야 직성이 풀리고, 마시는 패턴도 늘 비슷하다. 새로움이 지극히 적다. 하지만 와인은 좀 더 부띠끄한 모습으로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과음이라는 이미지에서 다소 멀리 있는 이미지가 있다. 여기에 종류가 워낙 많아서 고르는 맛까지 있다. 또 홈술로 즐길 수 있는 인프라도 충분하다. 웬만한 가정은 모두 와인잔이라는 액세서리도 갖추고 있으며, 식탁, 키친 모든 인프라가 서구화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편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와인이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형 마트에서는 커피값보다 저렴하다는 4000원대 와인을 속속들이 선보였다. 여기에 해외에 나가기 어려운 만큼, 고급 제품을 국내 주류 매장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어서 고급 제품 매출도 늘 수밖에 없었다. 다만, 요식업에서의 와인 판매는 상당히 줄었다. 집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3. 홈술이 코로나 시대에 있어서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었는가?

얼마 전 인테리어 전시회에 다녀온 적이 있다. 거기서 보고 느낀 것은 새롭게 들어갈 아파트의 인테리어에는 홈바가 대부분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즉, 홈술은 단순히 집에서 술을 마신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홈바, 홈아트, 홈 인테리어로 이어지며, 여기에 자연스럽게 홈 코노미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홈술은 인테리어 시장 변화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전통주가 온라인 판매로 많이 상승했다고 하는데, 어디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는가?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전통주(무형문화재, 식품명인 제품, 지역 특산주 한정)는 2019년에도 출고량 9,160kl, 출고금액 410억 원 정도로 각각 32.6%, 22%씩 #이미 #상승 중이었다. 2020년 통계자료가 내년 하반기에 나오는 만큼 아직 정확한 데이터는 없으나, 전통주가 올해 가장 이슈가 된 것은 유일하게 비대면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일본의 사케가 고급스럽다고 느끼지만 실은 80%는 저가, 고가는 20%밖에 되지 않는다. 이 20%가 80%의 이미지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전통주는 현재 1% 내외의 점유율로 이 정도의 존재감을 어필했다면, 앞으로 3, 4%만 된다고 해도 다양성을 무기로 한국의 술 트렌드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즉, 올해 전통주가 잘한 것은 보이는 수치보다는 존재감을 이끌어 낸 것. 그로 인해 앞으로 한국 술 트렌드의 헤게모니는 전통주가 쥐고 갈 가능성이 생겼다. 


5. 전통주의 존재감, 한 순간의 유행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아니다. 한순간의 유행이라고 하기에는 전통주가 품은 주종이 너무 다양하다. 탁주, 약주, 청주부터 최근에 이슈가 되는 증류식 소주, 와인, 브렌디, 진, 보드카, 시드르까지도 실은 전통주(엄밀히 말하면 지역 특산 주)의 범위 안에 들 수 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주류 제조 면허는 총 2,443개. 단순히 2종 씩만 만든다고 해도 이미 5000종 가까이 된다. 지역 특산주 면허만 해도 1,108개가 넘는다. 콘텐츠로써 충분한 수치라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단순히 막걸리 붐, 약주 붐 등으로 끝날 소지의 영역이 아니다. 여기에 전통주 교육 기관 및 대학교에서 전문지식을 마친 MZ세대가 속속들이 창업으로 뛰어들고 있어서 꾸준한 판매처 확보 및 5000 종류의 한국 술 콘텐츠가 뒷받침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거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오히려 튼실한 인프라를 통해 바닥을 다지고 올라가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6. 홈술이 대세라면 주류 관련 요식업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집안의 홈바, 홈 레스토랑이 대체할 수 있는 주류 요식업이라면 힘든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본다. 주류는 굳이 음식점에 가지 않더라고 같은 제품을 집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홈술에서 해결 못하는 부분이 있다. 좋은 음식과 분위기, 그리고 전문가이다. 즉, 코로나 시대에 있어서 홈술, 홈밥으로로 대체가 안 되는 전문성을 가진다면, 여전히 시장은 살아있다고 본다. 


어차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만큼,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 혼자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요식업 시장에 전문성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본다. 


7. 위스키 시장이 어렵다고 한다. 돌파구는 있는가?

위스키 시장이 어려운 것은 이른바 국산 위스키, 또는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불리는 90~2000년대를 풍미한 제품 영역이다. 유흥 시장이 주요 타깃인 제품이었으나 해당 시장이 급격히 사라지며 이미 10년 전부터 사양길에 접어든 부분이기도 하다. 부어라, 마셔라를 메인으로 했던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만, 비교적 맛과 멋을 즐기는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 및 위스키 칵테일인 하이볼, 그리고 소용량 위스키(200ml) 및 미니어처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이것은 위스키를 단순히 과음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각도에서 즐기는 시장은 아직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제품을 단순히 파는 것이 아닌, 어떻게 즐기는 가를 알려준다면, 오히려 다양하고 성숙한 위스키 시장으로 가는 찬스가 될 수 있다. 


8. 한국의 소주, 맥주 시장은 어떻게 보는가?

한국의 소주, 맥주 시장의 60%는 요식업 시장이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회식의 술이다. 52시간 근무제, 워라벨 문화 확산 등으로 코로나 이전부터 회식 시장은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었다. 


홈술로 전환해야 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다. 이미 초록색 병 소주와 갈색병 맥주에는 회식의 이미지가 강해 다른 술에 비해 집에서 굳이 즐기고 싶은 술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예년에 비해 홈술로 제품은 많이 판매되었겠지만, 그 점유율은 낮아진 상태다. 


다만, 이러한 상황을 기업들도 알고 있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이트 진로가 운영했던 '두껍 상회'가 대표적이다. 이 곳에서는 술을 팔지 않았다는 것. 술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수만 명이 다녀간 핫 스폿이 되었다. 이러한 것은 술을 마시기 않고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며, 술에 다양성이 확장되어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소주, 맥주 기업은 기존의 회식의 술에서 홈술로 진입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포인트는 권위와 과음에서 탈피해야 홈술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앞으로 소주 맥주가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이기도 하다. 


9. 수제 맥주 시장이 호황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제 맥주 시장은 양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가진 약 10%의 수제 맥주 업체들은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프로모션을 진행, 매출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90%의 수제 맥주 업체들은 이태원, 경리단 길의 상권 침체로 훨씬 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수제라고 하지만 아직 주요 원료인 맥아 조차 대부분 수입산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수제 맥주도 콜라보 형태의 맥주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는 이내 곧 지루해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맥아의 국산화가 돼야 진정한 다양화가 이뤄지는 것이며, 그로 인해 농업의 가치도 살리며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 이렇게 국산화를 추진하기 위해 국산 맥아를 사용하는 업체는 인터넷 판매 등 활로를 정부가 열어줘야 한다. 


10. 코로나로 인해 해외 주류 시장에서 특이사항은 있었는가?

코로나로 인해 유동성 있는 자산 가치는 반등했다. 부동산이나 주가 등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주류 역시 동참한 곳이 있는데 바로 중국의 마오타이酒다. 현재 중국 주식시장에서 최고의 시가 총액을 가진 회사로 삼성전자에 육박하는 380조 원의 기업이다. 이렇게 주가가 오른 이유는 바로 마오타이가 소장 및 재테크의 수단으로 사용되었기 때문. 꾸준히 매년 오르는 가격으로 매출 규모는 삼성전자의 6% 내외지만, 기업가치는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앞으로 주류 업계가 추구해야 할 시장 중에 하나가 이러한 #소장 시장이다. 


일본에서는 맥주 선두가 바꿨다. 아사히가 내려가고 기린이 올라섰다. 아사히의 주력 상품은 수퍼 드라이. 여기에 요식업 시장이 주요 타깃이었다.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을 진행했던 셈. 하지만 변수가 많은 코로나 시대에 수퍼 드라이 매출은 떨어지고, 요식업 시장은 더욱 최악을 달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맥주 구독 서비스, 공장별 다른 맥주 기획, 의학계까지 진출하는 등 다채널 전략을 추진한 기린 맥주가 다시 1위로 올라섰다. 변수가 많은 코로나 시대에 선택과 집중은 리스크가 더욱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11. 코로나 시대에 주류 시장 최고의 위너는 누구인가?

편의점이다. 슬세권이라는 말이 있다. 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는 주거 지역이라는 의미로 집 가까이 있는 로컬 시장을 의미한다. 코로나 시대에는 대형 상권은 약해지고, 이러한 슬세권에 찬스가 왔다. 그리고 이러한 슬세권에서 가장 존재감을 드러낸 곳이 편의점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해질수록 편의점의 주류 매출과 음식 매출은 늘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각종 엡을 사용하여 주류에 있어서 고가의 레어템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대면으로 완벽한 구입은 안되지만, 주문해서 편의점에서 받아오는 것은 가능해진 것이다. 귀갓길에 가볍게 들릴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술을 구입하면 안주류도 몇 가지 꼭 구입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편의점 매출이 올라가는 구조가 된 것이다. 


12. 코로나 시대에 소고기가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한다. 술과 관계가 있다고 보는가?

외식시장을 대체하는 가장 대표적인 메뉴가 소고기다. 다른 요리와 달리 셰프의 손길이 적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쉽게 요리할 수 있으며, 나름 고급스러움도 느낄 수 있다. 와인 역시 외식을 대체하는 가장 대표적인 술이다. 즉, 외식을 대체하는 대표하는 술과 음식이 잘 팔렸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레드 와인과 소고기 요리와의 조합도 한몫을 했으며, 이러한 시장을 파악한 일부 마트에서는 정육 매대 옆에 바로 와인을 판매하곤 했다. 


13. 한국 술의 가장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여전히 콘텐츠와 아이템이 부족한 것이 한국 술이다. 소맥이 헤게모니를 잡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주류에 대한 획일적인 인식이 바꿔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주류의 아이템도 다양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물론 사진 찍기 좋은 전용잔, 캐릭터, 관련 액세서리 등도 중요한 품목이다. 


와인은 이러한 시장을 잘 갖춰놨기 때문에 홈술의 위너가 될 수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 홈술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기획하는 것이 맞다. 단순히 알코올로 취하기 위해 마시는 시장은 계속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14. 앞으로 한국 술이 추구해야 할 시장은 무엇인가?

앞서 설명했지만 '술이 없어도 술을 즐길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술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다양한 캐릭터와 인스타그래머블한 이미지로 즐길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조직 및 회사에 맹목적인 충성을 위한 회식 문화가 사라지고, 가정 내 홈술이 증가하고 있다면, 이 홈술 역시 더욱 성숙하게 즐길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 최근에 요식업 시장에서 회식 문화는 사라졌어도 그래도 가족끼리는 밥을 먹으러 오는 빈도가 높아졌다. 즉, 조직보다 가족에 더욱 우선순위를 둔 시장이 성장 중이다. 주류도 같은 노선을 타고 있다. 


결국 농업적 가치를 둔 술이 나와야 하며, 이러한 것을 기반으로 가족 시장을 잡아야 성장할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벗고 함께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운명공동체인 가족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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