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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Jan 07. 2021

술 같지도 않은 술, 무알콜 맥주가 뜨는 이유

무알코올 술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

2020년 코로나 시대에 성장한 술이 와인과 전통주라고 하지만, 실은 숨겨진 술이 또 하나 있다. 술 아닌 술이라고 불리는 바로 '무알코올류' 맥주다. '무알코올류'라고 언급한 이유는 '무알코올' 맥주와 '논알코올' 맥주로 나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153억 원. 2014년 81억 원을 생각하면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2020년에는 아마 2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으며, 탄산음료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수년 내 수천억 원대 성장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현재 2019년 출고가 기준으로 맥주 시장은 3조 7천억 원. 만약 지속적인 성장을 한다면 맥주 시장의 최대  10% 정도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술 아닌 술, '무알코올류'맥주가 코로나 시대에 성장한 이유는 뭐였을까?


마트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무알코올류 맥주. 출처 이마트


무알코올, 논알코올 뭐가 다르지?

그렇다면 무알코올과 논알코올은 무슨 차이일까?


주류의 기준은 알코올 함유량 1% 이상인 제품. 즉 알코올 함유량 1% 미만이면 더 이상은 술이 아니다.  즉, 1% 미만의 알코올 함유량을 가진 맥주는 무알코올류 맥주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다면 1% 미만의 음료의 경우 절대 취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부족한 사람 및, 임신부 등은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러한 것을 구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무알코올과 논알코올이다. 무알코올은 알코올 함유량 0%를 나타내는 술이며, 논알코올은 1% 미만을 뜻한다.  무알코올은 영문 표기로 알코올 프리(alcohol-free), 논 알코올은 말 그대로 논 알코올(non-alcoholic )로 표기되며, 국문으로는 ’비알코올’로 쓴다. 2017년 표기법이 변경되었으며, 2020년부터 정식 의무 사항으로 적용되었다. 그래서 식품유형으로로 당연히 맥주가 아닌, 탄산음료, 기타 발효음료 등으로 기입해야 한다.


1% 미만의 알코올의 유해 여부에서는 전문가마다 조금씩 다르다. 맥주 전문가이자 일산병원 외과 전문의 배상준 원장은 1% 미만의 무알코올류 맥주가 위험하다는 말은 된장, 고추장 같은 발효식품, 잘 익은 과일에 들어 있는 알코올도 위험하다는 것과 같은 뜻이라며, 과음만 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하였다.

비대면으로 구입 가능,  맥주 대비 30% 이상 저렴

무알코올류 맥주는 한마디로 술이 아니다. 맥주 맛 음료다. 그래서 주류가 아니다. 이러한 부분이 코로나 시대에 주목을 받게 했다. 바로 온라인에서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격도 상당히 낮다. 주세의 적용이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  500ml 기준 맥주 주세는 417원. 자연스럽게 이 금액이 빠지다 보니 30% 이상 저렴해졌다.


쿠팡 등에서 판매하는 무알코올류 맥주


대형 마트의 경우 국산 제품(용량 355ml)은 1,000원 내외로 구매가 가능하며, 온라인의 경우는 더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지만, 한 캔 식이 아닌 세트로 구매해야 하는 부담은 있다. 수입제품은 국산 제품에 비해 조금 더 가격이 높다. 해외에서 오는 운임료도 포함되지만, 무엇보다 관세 8%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수입 맥주의 관세율은 30%. 이것 역시 다른 제품이 비하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가 술에 대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는지 알고 싶다면 이 무알코올 맥주류와 일반 맥주를 비교해 보면 단번에 와 닿는다.


그만큼 우리는 술로 세금을 많이 낸다. 참고로 무알코올류라고 불리지만, 청소년은 구입하지 못한다. 모두 성인용이기 때문이다.

다양해진 무알코올류 맥주

한국의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제품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국산에서 머물지 않고, 외국 제품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칭타오 논 알코올(TSINGTAO Non Alcoholic)은 라거 특유의 시원한 맛을 잘 살렸으며, 크롬바흐 논 알코홀릭 바이젠 (Krombacher Non-Alcoholic Weizen)은 밀 맥주 특유의 과실향, 부드러운 거품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렇게 다양해 진 이유는 맥주의 종류도 있지만, 무알코올류 맥주 제조 방법에 있어서 다양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알코올류 제품을 제조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가 있다. 맥주를 만든 후, 진공상태로 증류하여 알코올만 제거하는 '증류법' ,  반투막이라는 필터를 통해 맥주의 알코올과 수분을 분해, 농축된 것에 수분을 더하는 '역침투법'. 원심력을 이용하여 맥주를 알코올과 풍미, 향을 나눈 후에 알코올을 가열하여 제거, 풍미와 향만 가지고 가는 '휘발설 물질 회수법'이다. 동시에 알코올 생성이 적은 효모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직접 구매해서 마셔본 무알코올류 맥주. 알코올이 다소 있는 논알코올(비알코올)이 더 맛이 좋은 경우가 많으며, 칼로리가 높을수록 다양한 맛이 난다.


맥주 대비 칼로리도 30~50% 수준

코로나 이후 바뀐 식품 문화 중 하나가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쭉 성장했다는 것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해당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6.6% 성장한 4조 9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무알코올류 시장은 이러한 흐름도 타서 더욱 성장하게 되었다. 바로 몸에 부담을 느끼는 알코올 섭취보다는 건강을 생각해 기분만 낸다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무알코올류 맥주는 일반 맥주에 비해 칼로리도 낮다는 것이 작용했다. 일반적인 맥주(350ml)가 150 kal 전후인 것에 비해 무알코올 맥주류는 30~ 90 kal 전후로 상당히 낮다. 맥주 마시는 느낌이지만 다이어트 걱정은 맥주보다 덜 하게 된다.


각 제품의 알코올 함유량 및 칼로리.


일본에서 등장한 0칼로리 무알코올 맥주

무알코올류 주류가 비약적으로 크고 있는 곳이 바로 일본 시장이다. 10년 전 대비 대비 4배나 성장했기 때문. 초기에는 음주운전 예방 및 골프장 등에서 많이 음용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무알코올 관련 신조어가 생기면서 시장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휴간비(休肝日)'. 쉴 휴(休), 간장 간(肝), 날 일(日)하여 간이 쉬는 날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술을 안 마시는 날이라는 의미다. 매일 찌든 생활 속에 하루라도 알코올을 피하는 날을 만들자는 것. 또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면서 활동량과 운동 부족으로 인해 술 섭취도 줄이자는데 있다. 그렇다 보니 건강을 추구하는 무알코올류 맥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산토리의 올 프리(All Free)는 알코올 함유량 0%는 물론, 칼로리도 0 kal, 당분도 0%라는 콘셉트로 진행하고 있다. 아사히 맥주도 드라이 제로(Dry Zero)라고 출시, 역시 0 kal를 표방한다. 여기에 통풍의 원인이 되는 퓨린체의 함유량도 일반 맥주에 비해 크게 낮게 만들거나, 일부 제품은 아예 퓨린체를 0%로 만들었다. 기린맥주는 지난해 체지방 감소 효과를 내세운 무알코올 맥주 ‘카라다 프리’를 출시했으며, 올 2월엔 향료·설탕 등을 넣지 않은 ‘그린스 프리’도 출시하며, 무알코올류 맥주 시장 확대에 나셨다. 무알코올 맥주가 건강성 음료를 추구하는 모습 그대로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유사하게 건강을 생각하는 술로 바뀌고 있다.


무알코올 맥주와 논알코올 맥주는 맛이 다를까?

그렇다면 알코올이 없는 무알코올 맥주와 1% 미만이지만 소량을 가지고 있는 논알코올 맥주는 맛이 다를까?

여러 제품을 비교 시음해 봤지만, 인간의 미각으로 이 둘의 구분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작게나마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는 논알코올 맥주가 그나마 풍미가 좀 더 있는 느낌이 들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로 칼로리가 높을수록 맛과 향이 풍부해지는 경향은 있다.


무알코올 소주, 무알코올 와인도 속속 등장

이렇다 보니 전 세계에서는 무알코올 시장이 맥주에서 머물고 있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무알코올 와인 시장. 세계적인 와인 업체들은 와인 포도 품종을 이용, 와인스러우면서도 알코올이 1% 미만의 제품을 속속들이 출시하고 있다. 카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쇼비뇽 블랑 등 대표 와인 품종으로 만든 무알코올류 와인이다. 여기에 무알코올 소주도 등장했다. 세상의 모든 술이 무알코올로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판매하는 무알코올 와인. 메를로 및 샤르도네 등 무알코올 품종을 사용했다.출처 item.rakuten.co.jp/regalo-gift/vinte/


세계 무알코올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다. 무알코올인만큼 할랄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실제로 26일 코트라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이란의 연간 1인당 무알코올 맥주 소비량은 10리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시장 조사 연구 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는 세계적으로 무알콜 시장의 규모가 2017년 160억 달러에서 2024년까지 연평균 7.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은 무알코올 주류 시장도 다양성이 지배하는 시대. 산업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취향에 맞는 여러 제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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