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반영한 2002년 첫 술
일생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할 듯하던 코로나가 창궐한 지 벌써 세 번째 맞는 설이다. 코로나는 주류 시장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외식 시장에서 가정 시장, 일명 홈술 시장으로 헤게모니가 시프트 한 것이다. 홈술 시장은 외식 시장과 소비패턴이 완전히 다르다. 선택권이 적은 외식 시장에 비해, 홈술 시장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옵션이 있다. 내 취향대로 마실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이를 통해 와인, 싱글 몰트&버번위스키, 수제 맥주, 그리고 비대면으로 주문 가능한 개성 넘치는 전통주 등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양이 아닌 가치로 승부하는 술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는 함께 먹고, 자는 운명공동체와 같은 가족 시장의 성장을 선도했다. 그런 의미로 이번 설에 가족끼리 즐길만한 술 4종을 소개해 본다.
부모님과 즐기는 진짜 복분자주 '술아원 복단지'
한국의 대표 과실주라고 한다면 아마 복분자주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90년 대부터 꾸준히 등장한 복분자주는 2005년 APEC정상 건배주가 되면서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 하지만 복분자는 당도가 워낙 낮아 알코올 발효에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발효보다는 주로 주정에 복분자즙을 첨가하여 만드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인공향과 색소도 많이 넣어야 가격을 맞출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인공감미료, 무착색의 복분자주가 등장했다. 경기도 여주의 술아원 복단지로 이 술은 신주단지 모시듯 경기미와 국내산 복분자를 함께 발효하여 만든 제품이다. 실례로 우리 문헌에서 과실주를 만들 때는 쌀과 과실을 같이 발효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서도 등장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맛은 쌀에서 오는 진득함과 맑고 청량한 느낌이 든다. 마시고 난 이후에 목에서 올라오는 천연 복분자 느낌이 좋다. 쌀에서 추출된 단 맛으로 충분히 스위트한 느낌도 즐길 수 있다. 전통의 복분자주 맛이 궁금한 사람은 꼭 마셔보기를 추천한다. 어울리는 음식은 복분자의 신맛을 잘 잡아줄 담백한 잡채요리 등을 권한다. 가격은 350ml 20,000원 전후
알코올 도수 14%
색 : ●●●○○
단맛 : ●●●○○
신맛 : ●●○○○
알코올 맛 : ●○○○○
후미 : ●●●○○
와인을 어려워하시는 부모님과 즐기고 싶은 국산 와인 '마주앙'
코로나 창궐 이후에 가장 히트 친 주류라면 와인을 들 수 있다. 부띠크 하며 건강을 생각한다는 이미지가 외식 시장을 대체하는 대표적인 술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운 외국어 표기로 불편해하는 소비자도 있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르신 들 중에는 이러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 80, 90년대 추억이 물씬한 국산 와인 마주앙을 추천해 보면 좋다. 마주앙은 '마주 앉는다'는 순우리말로 70년 대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벼농사가 어려운 척박한 산지에 포도를 심어 와인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술이다. 수입 와인이 대세인 시대에 이제는 7080의 추억의 와인이 된 셈이다. 마주앙도 종류가 다양한데 설날의 갈비찜과 잘 어울리는 음식을 본다면 레드와인인 '마주앙 메도크'가 좋을 듯하다. 프랑스 보르도 메도크 지방에서 가져온 원액을 한국 사정에 맞게 병입 한 제품이다. 부드러운 맛을 추구하는 멜롯 45%에 단단함을 자랑하는 카베르네 쇼비뇽 40%를 블랜딩 했다. 전체적으로 보르도 와인 특유의 견고함, 그리고 육류와 잘 어울리는 타닌 감, 여기에 무난한 부드러움도 있다. 갈비찜외에 불고기, 육전 등과도 잘 어울린다. 700ml 20,000 원 전후
알코올 도수 13%
색 : ●●●○○
단맛 : ●●○○○
신맛 : ●●○○○
알코올 맛 : ●●○○○
후미 : ●●●○○
위스키의 문턱을 낮춰줄 1만 원 이하 ' 초저가 위스키'
10년 동안 처절하게 축소되던 위스키 시장은 2021년 드디어 반등했다. 흥미로운 것은 시장의 체질이 확 바뀌었다는 것. 유흥시장에서 소비하며 폭음과 과음으로 즐기는 술에서 맛과 향, 그리고 분위기를 음미하는 미식 시장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영국의 글로벌 부동산 기업인 나이트 프랭크(knightfrank)의 조사는 위스키 시장에 불을 붙였다. 최근 10년 간 가장 많이 오른 럭셔리 제품이 바로 희귀 위스키(Rare Whiskey)라는 것이다.
희귀 위스키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오랜 숙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제품. 즉, 만약 물량이 다 떨어지게 되면 구매하는데 수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최근 10년 간 483%나 오를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가 위스키가 한국에 수입되는 대로 바로바로 팔린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미식 시장을 넘어 소장 시장으로의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도 등장했다. 바로 초저가 위스키다. 소용량 제품(200ml)은 5000원 이하, 일반 700ml라도 1만 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등이다. 대표적인 것이 글렌스텍. 700ml에 마트가격 9,900 원 정도다. 스카치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인 만큼 3년 오크통 숙성은 기본적으로 했으며, 다양한 곡물로 배합하여 만든 블렌디드 위스키다. 숙성기간이 기존 위스키에 비해 짧아 다소 물 맛이 느껴지지만 위스키의 기본적인 맛을 즐기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얼음과 레몬, 탄산수를 넣어 하이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 제품 외에도 1만 원 전후의 위스키가 마트에는 즐비하다. 같이 모여 초저가 위스키로 비교 시음해 보면서 자신의 취향을 찾는 일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런 의미로 작년에 초고가 위스키가 화두를 이끌었다면 올해는 위스키 비기너를 위한 초저가 위스키가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울리는 음식은 높은 알코올 도수를 보호해 줄 전류, 또는 풍부한 국물의 탕류가 좋다.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700ml 9,900원 전후
알코올 도수 : 40%
색 : ●●○○○
오크향 : ●●●○○
부드러움 : ●●○○○
알코올 맛 : ●●●○○
후미 : ●●○○○
술을 못 마시는 분과 함께 마시는 술 '칭따오 논알코올릭'
코로나 전후로 주목을 받은 것이 무알코올 맥주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주세가 없는 저렴한 가격, 여기에 술이 아니니 인터넷으로 집 앞까지 배송되는 편리함 등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무알코올 맥주도 밀맥주, 흑맥주가 나올 정도로 종류도 다양해졌다. 또 예전에는 알코올 발효 전에 제품을 완성, 보리 주스와 같은 형태가 무알코올 맥주였다면, 이제는 완전히 맥주로 만든 다음에 알코올을 제거하는 형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 역시 주세가 없으니 저렴할 수밖에 없다. OB의 카스제로, 칭타오 논알코올릭, 하이네켄0.0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맛과 풍미는 기존의 맥주와 거의 유사하다. 청량감과 풍부한 거품은 그대로 살아있다. 다만, 알코올이 거의 없는 만큼 칼로리가 낮고, 그래서 후미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은 약하다.
칭따오 논알코올릭의 알코올 도수는 0.05%로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정도는 여름에 먹는 과일 주스, 동치미, 김치 등에서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생활 속의 알코올 함유량이다. 이렇게 주세법에서는 미량이라도 있는 술을 '비알코올', 완벽하게 없는 경우를 '무알코올'이라고 부른다. 혹자는 술도 없는 술을 어떻게 즐기냐고 따질 수 있지만 신기하게 이 시장은 존재한다. 마치 우리가 먹지도 않는 먹방을 즐기는 것처럼 술 아닌 술을 마시면서 술을 마신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상상력이라는 인간만이 가진 유일한 특징을 살린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알코올 도수 0.05%
맥주색 : ●●●●●
맥주향: ●●●●●
단맛 : ●●○○○
신맛 : ●●○○○
알코올 맛 : ○○○○○
후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