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맥주보다 저렴한 위스키
2022년에는 주목할 술 '초저가 위스키'
작년 12월에 오픈한 국내 최대의 주류 전문샵 보틀벙커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을 하나 볼 수 있었다. 바로 입구 앞에 구매자가 장사진을 이루며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들이 원하는 술은 바로 이른바 레어템이라고 불리는 고급 양주들. 특히 한국 시장에서 잘 볼 수 없는 고급 위스키, 발베니 40년, 글렌피딕 40년 등을 한정수량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급 위스키는 최근 10년간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희귀 위스키라고 불린 제품들은 무려 483%나 상승, 럭셔리 제품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 역시 위스키로 맥켈란 파인엔 레어 60년으로 우리 돈으로 21억 원이 넘는다. 일본의 산토리 야마자키 위스키 55년 역시 2020년 홍콩 경매에서 우리 돈 9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희귀 위스키 가격이 오르는 이유
이렇게 장기 숙성 위스키가 고가로 가는 이유는 일단 수량도 많지 않은 것은 물론, 만일에 제품이 모두 음용돼버리면 구매하는데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위스키의 경우 오래 숙성하면 할수록 향미가 증폭되는데, 이것을 제품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강하다. 즉 궁극의 완성도를 가진 위스키를 소유하고 싶고, 이렇게 궁금한 소비자가 많다 보니 외국의 경우 재테크로도 이어진다. 일반적인 식음료는 오래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위스키만큼은 그 반대의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초저가 위스키의 등장
흥미로운 것은 위스키 가격이 고공행진만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반대의 현상, 초저가 위스키도 마트에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터와인에서 출시한 스카치위스키 글렌 스택(Glen Stag)은 700ml에 9,900원이다. 페르노니카 코리아에서 출시한 101 PIPERS는 200ml 5,000원, 700ml 10,300원이다. 디아지오에서 출시한 블랙 엔 화이트(Black&White)는 하이볼 잔 포함 13,500원, 존 바(John Barr) 파이니스트 블렌드는 12,800원이다. 수십억을 호가하는 위스키에서 초저가 제품까지 위스키에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가격으로 본다면 소주보다 비싸보이지만 막상 소주와 별반 차이가 없다. 맥주보다는 오히려 더 싸다.
계산을 해보자면
소주의 알코올 도수 (17%)x(360ml)= 61.2ml의 알코올.
소주가격 1, 500원에 적용시키면 1ml당 가격은 24.5원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40%)x(700ml)= 280ml의 알코올.
이것을 9,900원으로 나누면 1ml당 가격은 35.3원
만약 소주의 알코올 도수(17%)로 위스키를 만든다면, 2,161원 정도의 위스키가 되는 셈이다.
맥주 500ml 한 캔 보다 저렴하다.
초저가 위스키의 특징
그렇다면 상기 위스키는 모두 어떤 특징들이 있을까? 모두 스카치위스키라고 표기되어 있다. 스카치위스키는 알코올 도수는 40% 이상에 오크통 숙성 3년 이상이다. 물론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기본. 그리고 딱 여기까지다. 정확한 원료나 제조공정의 차별점은 거의 드러나질 않는다. 최대한 효율을 맞추기 위해 숙성기간도 기준점인 3년 정도만 채운 제품이라고 보인다. 제품에 따라서는 식용색소를 넣는 경우도 많다.
직접 마셔본 초저가 위스키 맛
글렌 스택은 알코올 부즈가 좀 튀긴 했지만, 향과 맛 밸런스가 생각보다 좋았고, '100 PIPERS'는 나쁘진 않지만 물 맛이 많이 느껴졌으며, 블랙&화이트'는 괜한 스모키 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마치 일부러 이러한 맛을 낸 듯한 느낌. 스모키 한 맛은 시거와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맛과 향을 좋아하는 마니아층도 따로 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정리하자면 가격이 저렴한 순부터 마음에 들었다. 1번, 글렌 스택, 2번 100 PIPERS, 3번 블랙&화이트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스모키 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블랙&화이트, 다소 자극성 없는 맛은 100 PIPERS, 무난한 느낌이라면 글렌 스택을 언급할 수 있다.
위스키 비기너에게는 매력적인 초저가 위스키.
하지만 구매자가 위스키 비기너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탄산과 레몬, 그리고 얼음을 넣어 하이볼로 마시면 마법처럼 맛있어진다. 물론 니트(원액)로 마셔도 맛과 향을 어느 정도는 즐길 수 있다. 다만 알코올 도수를 맞추기 위해 물을 많이 넣어 물 맛이 많이 느껴지며, 위스키 특유의 바닐라, 아몬드, 초콜릿 향 등은 약하다.
다른 위스키와 같이 비교 시음하면 더욱 좋다. 물론 당연히 해봤다. 조니 워커 레드 라벨. 중저가 위스키다. 그리고 뼈저리게 깨달았다. 중저가 위스키가 얼마나 더 맛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