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정리해 본 한국의 주류 시장
이번 글은 술 트렌드 글을 총 정리한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내용과 다소 겹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주류 시장의 트렌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외식 시장에서 홈술 시장으로 주류 소비 패러다임이 변한 것이다. 특히 홈술은 더 이상 단순히 집에서 술을 마신다는 개념을 넘어 술 자체를 즐기는 방향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다양한 술잔들이 인기를 끌고 술잔을 진열하는 거치대나 와인을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와인 셀러, 와인용 디캔터 등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최근에는 홈술의 인기와 더불어 홈술을 즐기기 위한 ‘홈바’가 유행하면서 최근 신축 아파트들의 경우 대부분 홈바 형태의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술이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홈 인테리어 및 주거 공간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홈술 트렌드 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주종이 와인과 위스키다. 두 품목 모두 고급 주류를 지향하는 술이다. 그런데 방향은 극과 극이다. 와인은 지난 10년 간 꾸준한 성장을 이어온데 반해 위스키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 1> 증가하는 와인 수입량. 출처 관세청. 단위 ton
<그림 2> 수입량 이상으로 증가하는 와인 수입 금액. 전체적으로 고급 와인 수요가 늘고 있다.
단위 USD 1,000달러. 출처 관세청
코로나19 시대 와인 시장의 성장 이유
와인은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수입 금액으로는 211% <그림 2> 이상 출고량으로도 174% <그림 1> 이상 성장했다. 출고량이 174% 증가한 것에 비해 수입금액이 200% 이상 증가한 것은 고급 와인의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년 당시 1L당 평균 수입 원가는 5.96 달러. 현재는 USD 7.2달러가 넘는다 <그림 3>.
소득 수준의 증가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만큼 면세점 및 해외에서 고급 와인을 구매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고급 와인의 수요가 수요가 국내 시장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주세법 개정으로 탄생한 스마트 오더
여기에 박차를 가한 것이 2020년 주세법 개정이다. 인터넷으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안되지만 스마트 오더 앱을 통해 주문하고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주류를 수령할 수 있도록 개정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편의점의 고급 와인 판매를 촉진했다. 매장 내 판매라면 고급 와인과 편의점의 콘셉트가 안 맞을 수 있지만, 엡상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이전에는 인터넷으로 와인은 공식적으로 주문할 수 없었다.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는 인터넷 판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 오더를 통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 내 배송이 가능해졌다. 편의점들은 매대에 전시하기 애매한 초고가 와인도 엡상에서는 얼마든지 전시 및 판매했고, 소비자는 엡으로만 주문하면 귀가 길에 와인을 픽업만 하면 되는 구조가 되었다. 굳이 먼 백화점, 주류 전문 소매점을 가지 않더라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덕분에 명절 등에는 1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와인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주류 인터넷 판매 허용이 된 것이다.
고가에서 저가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진 와인
고가 와인의 인기와 함께 와인 시장에서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최근 1~2년 사이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5000 원 미만의 초저가 와인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림 4> 대표적으로 이마트의 도스코파스, 롯데마트의 레알 푸엔테, 홈플러스의 카퍼릿지 등이 있다. 이 같은 초저가 와인의 등장은 진입장벽을 낮춰 초심자도 부담 없이 와인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대형 마트 등에서 초저가 와인을 판매하는 이유는 와인을 통한 단순 수익보다는 부가적인 매출 증대에 있다. 와인은 음식과 함께 즐기는 대표적인 주류다. 따라서 소비자는 마트에 가서 와인만 사 오지 않는다. 함께 먹을 수 있는 관련 식료품도 함께 구매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특징은 과거 레드 와인 중심의 와인 시장에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 포트 와인 등 다양성 면에서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도 최근 성장세가 빠른 와인은 화이트 와인 <그림 5>과 고가 정책으로 진행되는 스파클링 와인 <그림 6>이다.
외식을 대체하는 대표 술이 된 와인
와인이 뜨게 된 이유는 또 하나 부띠끄 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렇다 보니 와인 한 병이면 홈술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소주, 맥주는 음용 방식이 비교적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와인은 맛과 향, 색, 포도 품종, 국가, 빈티지(생산연도), 생산국가 및 와이너리, 그리고 역사로도 이어지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여기에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도 고민해야 한다. 음식도 자연스럽게 고급 음식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외식에서의 옵션이 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와인의 이러한 모습은 단순히 마시고 취하는 것이 아닌 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업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마시고 나면 다른 술에 비해 다른 소비를 했다는 만족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와인이 많이 팔릴수록 매출이 올라간 것이 또 소고기다. 소고기를 구워 먹으면 나름 잘 먹었다, 또는 외식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집에서 소고기냐, 밖에서 외식이냐를 자주 고민한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강해질수록 와인과 소고기 매출이 올라간다. 둘 다 심리적으로 외식을 대체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의 대명사 '와인'
와인은 타주류에 비해 과음이라는 이미지가 적다. 그렇다 보니 가족끼리 즐기기 좋다. 무엇보다 가족에게는 언제나 좋은 것을 주고 싶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택된 술이 와인이 된 것이다. 여기에 와인의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 덕으로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도 있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그 누구보다 건강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것과 반대되는 주류가 소맥이다. 소맥은 대표적인 회식의 술. 부어라, 마셔라라는 과음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집에서 부모님, 또는 자녀와 홈술을 즐기는 경우, 소맥을 즐기기에는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다. 회식에서 마시던 술은 회식에서 끝내고 싶어진다. 적어도 집에서는 회사를 잊고 싶은 경향이 있다.
풍부한 애프터 마켓 시장. 취미의 영역으로 확대
일반적으로 수입차를 고를 때 독일 3사 제품, 벤츠, BMW, 아우디를 선택하라고 많은 조언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리 및 정비, 그리고 관련 부품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프터 마켓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쉽게 튜닝이 가능하고, 차량 인테리어 역시 관련 굿즈가 즐비하다. 구매해 놓으면 가지고 놀 것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림 6>
이렇게 애프터 마켓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주류가 바로 와인이다. 와인 글라스만 수백 가지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며, 여기에 고급 오프너, 거치대, 디캔터, 와인 셀러까지 와인 하나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굿즈는 취미생활로 이어지며 마니아와 팬층을 양산한다. 즉 음용을 위한 술에서 취미로써의 확장성이 넓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와인 셀러 등을 구매했다면 그 안을 비워놓을 수가 없다. 꾸준히 구매해서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다.
위스키 시장이 축소된 이유
그런가 하면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주종은 위스키라고 할 수 있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9,836톤에서 2021년(추정) 9,414톤으로 반토막 이하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와인과 같이 고급 주류에 속하는 위스키는 왜 이렇게 시장이 축소가 될 수밖에 없었을까?
코로나19로 인한 접대 문화의 변화
먼저 접대 문화의 변화다. 예전에는 위스키를 주문해서 과음을 일삼는 것이 하나의 접대 문화였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업들이 접대비를 줄이기 시작했고, 2016년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 법률 시행과 2018년 52시간제 도입으로 회식 자체가 사라져 가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가 한국의 유흥시장을 덮쳤다. 한국 위스키 소비는 90%가 유흥 시장에서 이루어졌다. 즉 가정 내보다는 철저히 외식 시장에서 소비하던 시장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코로나로 유흥시장을 기피함으로 위스키 소비는 철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늘 새벽까지 운영하던 유흥시장의 경우 밤 9시까지 운영하라는 것은 거의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절치부심으로 매장 앞에 붕어빵까지 팔기 시작한 바(Bar)도 생겨났다. 버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시장의 하락을 이끈 것은 국산 위스키
그렇다면 어떤 위스키가 가장 하락을 이끌었을까? 대표적으로 윈저, 임페리얼 등의 국산 위스키다. 이러한 위스키는 대부분 스코틀랜드에서 원액을 대량으로 수입한 후에 한국에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블랜딩 한 제품이다. 그리고 유흥 시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흥 시장의 축소에 따라 2011년 1,954kl 였던 국산 위스키 출고량이 2020년에는 56kl로 무려 95% 이상의 시장이 축소되었다. 거의 사장 위기라고 할 수 있을 상황이다. 이러한 위스키는 홈술시장으로의 확장도 쉽지 않았다. 적어도 집에는 유흥의 상징인 국산 위스키를 마시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다양성으로 성장하는 위스키
위스키 시장이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된 위스키도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버번위스키’를 들 수 있다. 국내 버번위스키 수입량은 2020년에는 물류 대란으로 전년대비 하락했지만 2014년 대비 50% 이상 성장 중이다. [장 4] <그림 7>
버번위스키는 오직 미국에서만 만들며 맥아를 중심으로 만든 스카치위스키에 비해 옥수수가 주원료다. 옥수수 함량이 51% 이상이여만 버번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특유의 바닐라향으로 유명하고 메이커스 마크, 와일드 터키 등이 대표 브랜드다. 버번이라는 용어는 프랑스어로 부르봉. 루이 14세 등으로 유명한 부르봉 왕조의 영어식 발음이다. 참고로 미국의 독립전쟁을 부르봉 왕조가 도와줘서 붙여졌다는 주장과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뉴올리언스의 버번 스트릿에서 왔다는 설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일본 위스키, 대만 위스키, 캐네디언 위스키 등 스카치위스키의 일관된 시장에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소용량 위스키도 한 몫하고 있다. 200ml 이하의 다양한 위스키가 등장하면서 과음이 아닌 딱 한 잔 용 위스키가 이미 대형 마트에는 다 구비가 되어 있다. 이러한 소용량 위스키는 홈술용으로도 많이 활용되었지만 실제로 캠핑, 차박, 국내 여행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용량이 큰 위스키는 짐을 많이 무겁게 하기 때문이다.
위스키의 또 다른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하이볼이다. 탄산수와 얼음, 레몬 등을 넣어 마시는 위스키 칵테일이라고 볼 수 있다. 알코올 도수가 6~8도 정도 내외다 보니 위스키 비기너들이 접근하기 좋은 형태다. 무엇보다 마시는 형태가 딱 생맥주와 유사하다. 누가 따라주거나 접대용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이미 칵테일로 된 하이볼이 제공되다 보니 내 취향대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경우 위스키 하이볼이 대두되면서 생맥주 시장을 점유율을 상당히 뺐어갔다. 위스키가 생맥주 스타일처럼 변화하면서 맥주와 위스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무엇보다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위스키 시장에도 양극화 심화
흥미로운 점은 위스키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들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장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싱글 몰트 위스키들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위스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블렌디드 위스키와 싱글 몰트 위스키가 그것이다. 블랜디드 위스키는 말 그대로 블랜딩, 즉 섞었다는 의미로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배합해 만든 제품이다. 이에 반해 싱글몰트 위스키는 100% 보리(맥아)만을 증류해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 보니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맛과 향을 음미하며 즐기는 소비층이 많다.
이러한 싱글 몰트 위스키 중 가장 가격이 높은 제품은 맥켈란 파인엔레어 1926 60년 숙성 제품으로 무려 150만 파운드, 한화로 22억 6000만 원에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이 되었다. 일본의 야마자키 위스키 55년도 작년 홍콩 경매에서 무려 79만 5000달러(약 9억 원)에 낙찰됐다. 제품 자체가 귀하다 보니 빈병마저도 200만 원이 넘게 거래된다.
<그림 8 참고 이미지>
일본 전당포에서는 대출까지 해주는 일본 위스키
일본의 경우 전당포에서 관련 제품을 맡기면 대출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위스키 진품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위스키 감별사라는 직업도 생기게 됐다. 다이코쿠야라는 전문 매입회사는 매달 위스키 매입가격을 올려놓는다. 마치 금이나 주식 시장과 같은 모습이다<그림 8>.
한국에서도 이렇게 싱글 몰트 위스키를 수집하는 마니아층이 있다. 그래서 각 유명 바(Bar)들은 희귀 위스키를 구매하는데 여념이 없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더라도 꼭 사놓는다. 한 잔에 수백만 원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글로벌 부동산 회사 나이트프랭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럭셔리 제품 중에서는 희귀 위스키 상승률 483%로 1위다.
최근에도 위스키의 아시아 시장 수요가 늘면서 10년 간 장기 숙성된 희귀 위스키의 가치는 5배나 올랐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병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닌 오크통채로 구입한다는 것. 위스키는 병입 후 숙성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위스키를 대체투자재로 활용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는 어렵다. 주류에 있어서는 개인 간의 거래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 : 착한 술 소비와 재테크에 대한 기대감
결국 와인이 코로나 시대에 대세가 된 것은 부띠끄 하다는 이미지, 비교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 과음에 대한 인식이 적고, 고르는 재미가 있는 다양성으로 확장되었다. 여기에 풍부한 애프터 마켓이 이러한 것을 받쳐준다. 그리고 이러한 재미는 외식을 대체하는 대표 술로 만들어 줬다고 볼 수 있다.
위스키는 이러한 것과 반대적인 입장이었으나 이제 체질개선을 통해 하이볼 등 저도수로도 즐길 수 있는 시장이 확장되고 있으며, 스카치위스키 하나만 찾은 것이 아닌 다양한 국가의 위스키를 즐기는 취향을 찾아가는 시장으로 시프트 되는 과정이다. 결국은 과음과 폭음에서 벗어난 착한 술 소비가 시장을 이끈다는 것. 여기에 재테크에 대한 기대감까지 합류한 상황이 현재 와인과 위스키의 현황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이 ESG경영을 통한 쇄신을 노리는 것도 결국은 착함을 보여주며 브랜딩과 마케팅 투자가를 더욱 유치하기 위함이라는 것. 술이 지금의 사회 트렌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