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 원소주, 백종원 백걸리, 김보성 의리소주
셀럽들이 전통주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
바야흐로 셀럽 전통주 시대다. 박재범의 원소주, 백종원의 백걸리, 김보성의 의리 소주, 그리고 곧 출시될 임창정 소주 등이다. 셀럽들은 왜 이렇게 전통주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전에는 왜 없었을까?
이렇게 셀럽들이 직접 뛰어든 이유에는 주류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에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이전에 한국의 술은 늘 다매박리였다. 최대한 싸게 팔고, 원재료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저렴한 원료에 단 맛이 나는 인공감미료로 맛을 낸 술이 많았다. 그저 편하고 싸게 마실 수 있으면 그것이 최고였다.
술에도 꼼꼼해진 소비자의 시대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소비자가 꼼꼼하게 맛과 향, 그리고 원재료까지 보는 시장이다. 단순히 쌀로 만든 막걸리가 아닌, 어느 지역의 쌀로 만들었는지, 얼마나 오랜 발효와 숙성을 거쳤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렇게 까다로운 소비층이 커지다 보니 제품 폭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즉 다매박리를 위한 저렴한 술에서 나만의 취향으로 즐기는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그 폭을 넓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내 취향에 맞는 술을 찾는 순간 소비자는 지갑을 연다. 취향존중이 가치소비의 시장으로 확장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에 착안한 것이 셀럽들의 전통주 사업 진출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의 영역에서 취미의 영역으로
주류 자체가 소비재의 영역에서 취미의 영역으로 발전하는 상황도 전통주의 시장을 확장시켰다. 취미라는 것은 매번 할 때마다 새로움이 었어야 하고, 이러한 새로움으로 내 실력이 늘어난다는 기쁨이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낚시와 골프다. 늘 다른 물고기가 잡히고, 그때마다 달리 대응해야 하는 낚시, 공을 칠 때마다 한 번도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 골프는 언제나 새로움을 통해 실력을 자극한다.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은 전통주
전통주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막걸리에서 시작하는 전통주는 이후 무감미료 막걸리, 크래프트 막걸리 나의 도전을 기다리는 제품이 수두룩이다. 약주 역시 기성품과는 다른 살균처리를 하지 않은 생(生)약주가 많다. 전통 소주 역시 원재료의 차별화와 오랜 숙성 등을 통해 소주 역시 맛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한국 와인, 진, 보드카 등도 지역특산주라는 이름으로 전통주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 즉 소비자는 전통주라는 이름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정말 많으며, 이러한 옵션을 통해 취미의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뺄셈의 미학을 가진 술들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쌀과 물과 누룩만으로 다양한 풍미를 만들어 내는 깊이가 있는 제품이 꾸준히 등장하는 것이다.
판매처가 확실해진 전통주
전통주 인증을 받은 제품은 주류 중에서 유일하게 인터넷으로 팔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전통주가 활성화가 되지 못했던 이유는 어디서 사야 할지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다양한 전통주 플랫폼들이 많이 등장했다. 술마켓, 술팜, 백종원 씨가 운영하는 백술닷컴 등이 대표적이다. 접속만 하면 수백 종의 전통주 콘텐츠를 보는 재미가 생긴다. 전통주 시음을 도와주는 곳도 많다. 군자동의 술마켓, 북촌의 전통주 갤러리 등이 인기다. 특히 매번 달라지는 시음주는 취미로 즐기는 전통주를 즐기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한다.
한국 술이 이제야 발전하는 이유
한국의 술은 이제까지 억압과 편견으로 둘러 쌓여 살아왔다. 1990년도까지 쌀로 술을 빚었으면 안 됐으며, 1995년도까지 집에서 술 빚는 것조차도 불법이고 탈세로 인식되어 왔다. 이렇게 한국의 술은 오직 싸게 잘 취하기만 하면 최고로 치부되어 왔고, 늘 획일적인 방식을 강요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의 음주문화는 과음과 폭음 등의 늘 어두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랬던 시장이 이제 변모를 하고 있다. 음주 문화 역시 술을 강요하지 않는 맛과 향을 즐기며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 결국 개인에 대한 존중이 전통주 산업의 발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민주주의가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