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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Mar 26. 2023

왜 한국은 위스키가 비쌀까?

한국의 주세 제도를 고민해 보며


늘 해외에 나가면 면세점에서 한 병씩 사들고 들어온 술이 있다. 갈색의 영롱한 색을 자랑하며 병에는 큼지막한 숫자가 적혀있는 술 바로 위스키다. 잘 알려진 대로 위스키는 스코틀랜드를 종주국으로 가진 술. 아일랜드와 기원 논쟁을 하고 있지만 시장의 규모 및 다양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재료뿐만이 아닌 몰팅(맥아 제조) 및 증류, 그리고 위스키 원액을 숙성하는 오크통과 마지막에 병입 하는 방식까지도 보다 폭넓게 고를 수 있는 것이 스카치위스키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위스키는 시가 향이 듬뿍인 제품부터 매끄럽고 과실향이 풍부한 위스키까지 이제는 다양성을 품은 주류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년 전만 해도 단순히 브랜드 및 숙성 연도에 따라 고르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보다 세심하고 세밀하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고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고 그것을 리딩하는 것이 스카치위스키, 그중에서도 오직 맥아 하나로 한 곳의 증류소에서 만드는, 그래서 싱글 몰트 위스키라는 이름을 가진 위스키라고 볼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유명 싱글 몰트 위스키인 발베니. .(사진=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우리나라가 위스키가 비싼 이유 


문제는 국내 위스키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공항 세관에서 위스키에 부과되는 세금을 내 본 사람은 알 것ㅎ이다. 제품가에 관세(20%)가 일단 붙고 제품가에 관세가 부가된 상황에서 72%의 주세가 가산된다. 여기에 주세의 30%를 교육세로 내며 총합산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다보니 20만 원짜리 제품을 공항을 통해 들어오면 추가로 31만 원 이상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총 지불비용이 51만 원이 넘어가는 상황. 제품의 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을 세금으로 지불하는 셈이다. 물론 FTA협정을 맺은 매장 등에서 원산지증명 인보이스를 제출할 수 있다면 관세는 제외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110% 이상은 세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세금을 많이 내는 이유는 한국이 위스키에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 종가세란 가격에 주세가 붙는 구조로 고부가가치 제품에는 세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가격이 낮아지나?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위스키 가격을 낮출 수 있을까? 단순히 세율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바로 가격에 세금을 붙이는 것이 아닌 알코올 도수 등에 부과하는 종량세로 진행하면 된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진행하는 방식이며, 가까운 일본의 경우 같은 20만 원짜리 위스키를 적용하면 관세 200원(1L당 알코올 도수 40도)에 주세는 겨우 4,000원을 지불한다. 결과적으로 부가가치세 10%를 적용한다고 해도 총가격이 22만 4천 원정도로 한국보다 최대 30만 원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한 셈이다. 


주세가 바뀐 이유

이렇게 주세가 종가세로 바뀐 이유는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함에 있다. 종량세로 적용하게 되면 양에 세금이 붙다 보니 물가가 오르면 매년 물가상승률에 맞춰 세금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969년도부터 이러한 종가세를 전면적으로 적용했다. 문제는 이렇게 종가세로 적용하다 보니 좋은 우리 농산물로 술을 빚는 일도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먹을 식량이 부족해서 우리 농산물로 술을 빚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었지만 90년도부터 쌀막걸리 등이 허용되면서 이제는 지역의 농산물로 술을 빚는 일이 늘어났다. 이 덕분에 지역의 쌀소비 및 농가 소득 촉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원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과세되는 금액이 커지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여전히 진입에 망설이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지금의 주세로는 좋은 원료를 사용하기 어렵다

한국의 술이 여전히 저렴한 이미지가 있는 것도 가격에 주세가 붙는 구조다 보니 원재료는 물론 연구개발, 포장, 그리고 숙성까지 잘하지 않는 문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주정에 물로 희석해서 조미료를 넣은 희석식 소주가 한국의 대표 술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에서 제조를 시작했다. 남양주의 쓰리소사이어티 및 김포의 김창수 위스키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신세계 및 롯데 그룹 역시 위스키 시장 진입을 천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의 가격에 세금이 붙는 구조로 간다면 국산 농산물 사용빈도가 늘어날 수가 없다.


여기에 가격에 세금이 붙는 종가세는 포장, 병 등에도 자연스럽게 세금이 붙는다. 그렇다면 포장 및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는 구조가 되어 버린다. 그 누구도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만들고자 하는 의욕을 잃게 만든다. 


종량세로 바꾸지 못하는 배경

종량세로 간단히 바꾸지 못하는 배경도 있다. 지금의 위스키를 비롯한 증류주를 종량세로 바꾸게 되면 일반 소주의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 이렇게 소주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방법은 있다. 지금의 일반적인 소주는 지금의 주세제도를 적용하되,  안동소주, 화요, 마한오크 등의 전통의 증류식 소주 및 위스키류 만 종량세로 적용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훨씬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가 될 것이고 무엇보다 우리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주세제도가 바뀌면 농업이 살아난다.

주세 구조를 종량세에서 종량세로 개정하는 일이 단순히 애주가를 위한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숨쉬기 어려운 대한민국 농업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다. 9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맥주 우리나라 보리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 사라졌고 99% 수입을 한다. 우루과이 라운드 체결 이후 사라진 우리 농산물, 여기에 IMF 이후 외국에 팔아버리기까지 했던 종자가 수도 없이 많다.


만약 주세(과실주 및 증류주 등)가 종량세로 바뀐다면 우리 농산물의 쓰임세가 훨씬 다양해지고 많아질 겁이다. 좋은 원료를 쓰는 곳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농업이 생명력을 얻어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원료 수급을 외국에 의지하지 않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개선되리라 본다. 

결국 주세 제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꿔야 하는 것은 애주가들을 위한 우리 농업이 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 주세 제도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인 것이다. 


무엇보다 주류 문화가 건전해진다. 

근현대의 한국의 술문화는 싸고 많이 마시는 문화가 팽배했다. 이로 인한 폐해도 많았던 것은 사실. 종류가 단순하고 맛과 향을 즐기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민들의 의식의 문제가 아닌 세금제도로 인해 이렇게 저렴한 것밖에 만들 수 없었던 현실이었다. 싸게 많이 만들어 많이 마시는 시대는 끝났다. 천천히 음미하는 시대로 바뀌는 술 문화.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주세제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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